첫번째 꿈입니다.
슬레이트 지붕 벽돌집을 바라보는 나.
그리고 그 집에서 창문을 통해 날 바라보고 있는 부모님.
꿈이라는 것을 깨닫기도 전에, 영문모를 굉음을 들으며 잠에서 깼습니다.
두번째 꿈입니다.
벽돌집을 사정없이 짓누르고 있는 거대한 손.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부모님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나와 비슷하게 생긴 무언가를 끌어안고 있는 부모님을 보았습니다.
위화감을 느껴
나 여기있다. 그건 가짜다...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를 질러대다가
이물감을 느끼며 일어났습니다.
세번째 꿈입니다.
누군가에게 취조를 받고 있습니다.
내용은 이러합니다.
왜 누군가를 따라하느냐. 그건 진짜 네 모습이 아니지 않느냐.
정체를 밝혀라. 피해자들에게 속죄해라.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눈물까지 흘렸습니다. 날 겨누는 총구에서 무언가 발사되는 순간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네번째 꿈입니다.
감옥으로 보이는 곳에서 세수를 하고 있었습니다.
문득 거울을 보는데, 거울 속에 비춰지는 광경은 어둡고 차가운 감옥이 아니었습니다.
흰 배경의 방 안, 거울 속에서 피를 뒤집어쓰고 날 바라보며 조소짓는 가짜놈을 마지막으로 꿈에서 깼습니다.
다섯번째 꿈입니다.
드넓은 초원에 마주보며 서 있는 가짜와 나.
그리고 그 주위를 빙 두르고 있는 수많은 외눈박이들.
하늘에서는 첫번째 꿈에서 본 거대한 손바닥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았습니다.
주위에 떨어져 있던 둔기를 들고 가짜에게 돌진했습니다.
그 순간 눈 앞이 깜깜해지며 꿈에서 깼습니다.
여섯번째 꿈입니다.
피투성이가 된 채 가짜를 밟고 있는 나. 가짜는 비굴한 표정으로 목숨만은 살려달라는 듯 빌고 있습니다.
어떤 외눈박이들은 환호하고, 어떤 외눈박이들은 역정을 내고 있습니다.
외눈박이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의 인도에 따라 비행기에 타 어딘가로 이동합니다.
해방감을 느끼며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일곱번째 꿈입니다.
흰 가운을 입은 이들로부터 여러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들은 무언가 열심히 끄적이더니 거대한 거울을 내밀었습니다.
다만 거울 속은 나를 비추고 있지 않았습니다.
이전의 꿈과는 반대로, 어두운 방에 갇혀 열심히 거울을 두드려대는 가짜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무언가를 고민하던 이들은 절 다시 비행기에 태웁니다.
조금만 더 하면 이 싸움도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덟번째 꿈입니다.
나를 보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가짜. 놈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날 사칭한 이유, 진짜 정체 등등..
서러운척 억울한척 울고 빌어대는 놈의 이마에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눈 앞이 순간 새햐얘지면서 꿈에서 일어났습니다.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마지막이라고...
하지만 뭘까요?
더 이상 주변의 아무도 예전의 날 기억하지 못합니다.
나는 내 이름, 성별, 가족, 직업 등을 잊었습니다.
나는 한국어를 구사하지 못합니다.
두 발로 걷는 법을 모릅니다.
총합 열 개의 손가락을 능동적으로 활용해 여러 재주를 부릴 수 없습니다.
탄수화물로 이루어진 식단을 소화시킬 수 없습니다.
아직 나는 꿈 속에 갇혀 있습니다.
초원에서, 취조실에서, 병원에서, 감옥에서
끝나지 않는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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