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이런 소재인데 설명 해 볼게.



어느 날 눈을 떠 보니까 거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거야? 어제 읽은 괴담 생각도 나고 약간 섬칫한 느낌도 들고 그래서 문을 살며시 열었지.

거실에서 그륵대며 기어다니는 저것은 형용하기 어려운 괴물일 수도, 그저 단순하게 생겨먹은 무언가일 수도 있었어.

중요한 건 우리 가족들이 전부 그것에게 살해당한 것인지 각각의 신체 일부가 전리품마냥 빼앗겨 그것에게 박히고 매달려 있었다는 거지.

너무 역겨운거야, 무섭고 소름돋고.. 뭐 아무튼 느낄 수 있는 구린 감정이란 감정은 다 느껴졌어.

그래서 나는 일단 집에서 탈출하기로 결심해. 우리 가족의 신체 일부를 아직 질겅질겅 씹어대며 몸에 걸고 돌아다니는 그것과 같은 장소에서 생명을 위협받는다는 사실이 너무 무섭고 끔찍했으니까.

그것에겐 무언가를 연다는 개념은 없었는지, 내 방을 포함한 화장실과 현관문에 관심을 보인 흔적은 없었어. 다행인거지. 아마 내 인생 최악의 불행이었을 수도 있고.

만약 그것이 문을 연다는 개념을 익혔더라면 난 잠든 사이에 편히 떠날 수 있었던 거잖아? 이런 끔찍한 감정과 생존 본능이 유도하는 불쾌감을 느낄 새도 없었을 테고.

아무튼, 난 맨 정신으로 그것에게 찢기거나 생살을 물리는 고통을 느끼고 싶진 않으니까 탈출하기로 결심했던 거야.

불행 중 다행으로, 그것은 더 이상 지나갈 길이 없는 곳에는 관심을 점점 줄이는 행동을 보였어. 아까 말했던 내 방이나 화장실을 포함해서.

그륵대는 소리가 내 방 앞에서 들려오는 빈도가 점점 줄어들 무렵, 나는 살며시 문을 열고 현관으로 뛰었어.

이걸 탈출에 성공했다고 말 해야 하려나? 일단 계획은 성공했어. 문을 열고 울었지. 쏟아지는 안도감에 울면서 밖을 바라봤어.

으악... 이게 다 뭐였는지.

복도는 주인모를 피칠갑에 울며 절망하던 사람의 표정이 남아있는 얼굴 가죽과 무엇의 시체인지 알아보기 어려운 덩어리가 통로 한 구석을 막다시피 쌓여있었어.

소리를 듣는 그것, 나를 바라볼 수 있는 그것들의 이목이 한 순간에 나에게로 집중되는 감각이란..

쏟아지는 안도감이 나를 절망의 바다로 빠트리는 기분이라 해야 할까? 어쨌든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지,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난 그대로 현관문을 닫고 내 방으로 다시 뛰쳐 들어왔어.

끔찍했지. 여전히 거실을 돌아다니던 그것의 그륵대는 소리가 다시 방 앞에서 들린다는 사실도, 현관문을 긁어대는 이외의 것 들에게 거실의 저것이 무언가를 학습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공포심도.

그리고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른다는 사실도.

아니, 어쩌면 앞으로 해야 할 모든 일이 선명했다는 사실이 더 끔찍했을지도 모르겠네.

이제 나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시간 속에서 거실의 저 씨발 새끼랑 함께 평생을 공포에 시달리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 말이야.

배가 고프면 거실로 나가 음식을 꺼내와야 하고, 방에 오물이 쌓여 불쾌함이 극에 달하면 처리하러 거실로 나가야 하고.

단순한 허기를 해결하기 위해서,일상에선 아무렇지도 않게 수행이 가능했던 일을 위해서.. 평생 내 목숨을 하루에 세 번씩 걸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끔찍해서, 그래서 나는..

나는 천장에 걸어놓은 밧줄에 목을 매고, 의자 위에서 이 글을 썼어. 해피 엔딩이 없는 내 영감을 공유하기 위해서

너희는 똑똑하잖아? 짜임새 있는 수칙서, 합리적인 생존 트릭, 적당한 긴장감의 난이도.

그렇다면 나에게도 해피 엔딩이라는 탈출을 위한 수칙서를 작성해 줄 수 있을까?

목숨을 걸어도 좋으니까, 약간 어려워도 괜찮아. 이런 세상으로부터 도망쳐서 원래 세상으로 귀환하는 방법이나, 적어도 괴물이 모두 사라지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 살아간다거나.

아니면 유쾌한 생존 영화의 주인공처럼 적어도 다른 생존자와 만나서 함께 난관을 헤쳐 나가는 그런 상황으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줘.

제발.. 아무리 상상해도 이 지옥에서 탈출할 수칙서가 떠오르지 않아. 해피 엔딩을 향한 합리적인 개연성도 써 지지가 않아..
나를 살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