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뜬금없는 날이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며 끈적이는 피부와 기분 나쁠 정도의
습한 공기가 일상이 된 계절.


하늘에서 길고 커다란 모양의 비행체가 우리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우리의 윗 대가리들은 경계하며 그것의 조사를 명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차했을 때 다른 곳으로 도낭치기 위한 뒷 작업을
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걱정이 무색하게 그 비행체에서는 어설프지만
우리의 말을 따라하는 음성이 들려왔다.


우.리.는.머.나.먼.곳.에.서.왔.습.니.다.
서.로.사.이.좋.게.지.내.고.싶.습.니.다.


그리고 곧 음성과 함께 비행체의 아래에 한 물건이
나풀나풀 느리지만 안전하게 땅에 안착하였다.


그 날 생방송으로 본 그것의 외곽은 상자였다.


상자... 단지 나 같은 대단치 못 한 녀석은 알 수 없겠지만
필시 그 안에는 놀라운 것이 들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저 겁쟁이 놈들이 한 순간에 태도를 바꿔
외계인들과 대화하며 그들이 진실로 우리에게 호의적이라면
그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며 선동을 했기 때문이다.


결국 외계인들이 나타나고 계절이 두 번 바뀌어질 때 쯤
우리들의 우두머리들과 외계인에 만남이 결정되었다.


생중계되는 화면에선 비행체에서 나오는 그들과
우리들의 윗 대가리들이 손을 맞잡는 모습이 나왔다.


그들의 모습은 생각했던 것보다 꽤나 딱딱한 인상이면서도
생각한 것 보다 우리와 닮아있었다.


그저 좀 더 특이하게 생긴 외국인 정도?


그 외에는 손가락 한 개가 더 적다는 차이점 뿐이었다.


외계인들은 이 곳에 오면서 많은 연습을 했는지 유창하게
우리의 말을 하며 자신들을 소개했다.


처음에는 등 뒤에 메고 있는 검고 기다란 막대기에 여러가지
물건들이 달려있는 것이 마이크 같은 거라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그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들은 자신들을 소개 할 때 자신들의 고유명사로
이야기 할 때마다 덧붙여 설명해주었다.


발음하기 어렵지만 그들은 우리가 우리를 지칭하는 말을
자신들 스스로는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인간"이라고.


그들의 다섯 손가락은 처음에는 손가락 한 개가 없는 탓에
조금 징그럽다 느껴졌지만 역시 아무래도 그런 건 편견인듯 하다.


그들은 분명 우리의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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