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잉-
(비디오가 시작되었다. 영상은 약간 얼룩진 흰 벽을 비춘다. 푸르스름한 형광등이 공간을 밝히지만 구석은 여전히 어두컴컴하다. 화면 중앙에는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가 하나 앉아 있다. 꼬질꼬질해서는 머리도 옷도 정갈한 곳이 없어 성별조차 짐작하기가 어렵다.)
“안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전 국민 여러분들. 들리세요? 이 비디오는요, 여러분들께 내가 할 말이 있어서 불렀어요, 다 보고 계시는 거지요? 보고 계시는 걸로 알고 말을 할게요.”
(말투는 어눌하고 아이 특유의 부정확한 발음이 도드라져 알아듣기가 어렵다.)
“여러분들을 왜 불렀느냐. 우리들한테 할 말이 뭐냐고 하시면은요, 꼭 들어야 할 말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저기 집 밖에서, 네. 창문 바깥에 우는 남자를 일단 조용히 시키도록 하세요. 얼른. 얼른! 빨리!”
“지금 당장!”
(남자의 울음소리는 비디오에서도, 집 밖에서도 들리지 않는다. 영상 속의 아이는 화면을 향해 점점 커지는 목소리로 다그치다 잠시 뒤 진정한다.)
“자. 여러분들은 다 죄를 지었습니다. 잘못을 해서 지금 다 그렇게 있는데, 또 잘못을 했으면서 뻔뻔하게 그렇게 사는 거에요. 누구한테 죄를 지었냐? 그거는 알려줄 수가 없습니다. 알려줄 수 있는 거는요, 여러분들이 평소에 조금씩 하시는 죄. 조금씩 저지르시는 죄. 길거리에 버리는 쓰레기나 무단횡단이나 거짓말 같은 것들이 아니구요. 그거랑 또 다른 게 있는데 그건 다음 번에 알려드릴 거구요.”
“그 죄들이 하나하나 다 모여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있어요. 지금도 아까 그 남자까지 해서, 근데 진짜 무시무시한거는 그게 아니에요. 진짜 무시무시한 잘못에 비하면 이런 죄들도 아무렇지도 않거든요. 아 그렇다고 이게 진짜 아무렇지 않은 잘못이라는 게 아니고. 너무 죄를 가볍게 생각하는 게 있어요, 여러분들은.”
“네네. 오늘 하려고 했던 말이 이거에요. 너무 죄를 가볍게 생각하지 마시라고. 다음 번에 더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비디오가 끝났다. 다음 비디오가 자동으로 재생된다.)
위잉-
(전과 똑같은 얼룩진 흰 벽에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앉아 있다. 입고 있는 흰 셔츠도 벽처럼 얼룩덜룩하다. 하반신은 화면 밖으로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안녕하세요, 전 국민 여러분. 여러분은 우리 모두에게 죄를 짓고 계십니다. 행복하게 사시는 것만으로도 죄라고 한다면 믿지 않으시겠죠? 하지만 사실입니다. 어쩌겠습니까. 인간은 그런 존재입니다.”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말하지만 목이 쉬어 있다.)
“여러분들은 믿음의 힘을 아십니까? 믿으면 이루어진다. 사실입니다. 실제로 저는 믿음으로 이 자리까지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명심하도록 하세요. 믿는 건 해악입니다, 해악. 해서는 안 되는 짓이란 말입니다. 그래서 저도 더이상은 믿는 것을 그만뒀습니다. 이렇게 지금, 여러분들마저 믿지 않고 있어요. 믿음의 힘이라는 게 말입니다, 너무나도 강력해요. 믿기만 하면 진짜로 이루어져 버리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겁니다.”
“물론 아직 이해하기 힘드실 거라고 생각해서, 오늘은 믿음에 관한 것은 여기까지만 하고요.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차근차근 따라하시면 어렵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왜 해야 하는지 같은 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하는 게 중요합니다.”
(남자는 몸을 수그려 카메라 밖으로 나갔다가 잠시 뒤 돌아온다. 손에 장도리와 커터칼이 들려 있다. 해독할 수 없는 신호음이 들린다.)
“행복한 것은 죄라고 아까 말씀드린 것 기억나실 겁니다. 이해하신 것으로 간주하고 알려드리자면, 물론 이해 못 하셔도 나중에 알려드릴 테니 너무 걱정하실 것은 없고요, 단순히 행복하지 않으면 되는 문제입니다. 여러분들 중 행복하지 않은 분들은 다행이지만 만약 행복을 주체를 못 한다. 나는 너무 행복하다! 하시는 분들은 이렇게.”
“다소 직관적인 방법이 들어가실 수가 있습니다. 단순하지만 가장 효과적입니다. 인간이 원체 그런 존재라서 말이죠. 행복하지 않으신 분들도 만약을 위해 시도해보시는 게 좋습니다.”
(일부가 카메라에 튀어 화면의 위쪽 절반이 가려진다. 남자의 허리춤밖에 보이지 않는다.)
“다만 어려운 분들이 분명 계실 겁니다. 가급적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게 좋지만 아무래도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드는 게 어쩔 수가 없지요. 저도 그 마음을 잘 압니다. 그런 분들을 위한 플랜 삐가 있습니다.”
(장도리를 내려놓고는 휴대폰을 꺼내 조작하다가 화면을 카메라에 가까이 가져다댄다. 휴대폰 화면 대부분이 위쪽 절반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이런 걸 많이 보시고 학습하시는 겁니다. 오래 걸리기 때문에 추천은 안 합니다만 정말 어쩔 수 없는 분들께는 해볼 만한 방법입니다. 네, 모쪼록 건투를 빌고요. 발송은 해 두었습니다.”
(남자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한다.)
”저도 그 마음을 잘 알아요. 나는 행복하고 싶은데 내 행복을 왜 막느냐, 그런 이기적이고 잘못된 생각도 충분히 가질만 합니다. 물론 여러분이 계속 행복하게 사는 방법도 아주 없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시간이 없어요. 시간은 없고 사람은 많습니다.“
(목소리는 거의 울먹임으로 변해 있다. 남자는 손목 부근을 확인한다. 손목에는 손목 외에 아무것도 없다.)
”시간이 거의 다 됐습니다. 최대한 빨리, 기왕이면 지금 당장 하셔야 합니다. 정말로 머지 않았어요. 잘 따라하셔서 무사하시다면 다음 번에 더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비디오가 끝났다. 다음 비디오가 자동으로 재생된다.)
위잉-
(얼룩진 흰 벽에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서 있다. 눈은 붉게 충혈되고 긴 머리카락은 산발이다.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져 있다.)
“유감스럽지만 여러분의 행복은 누군가의 불행 때문에 생겼습니다.”
(표정과 어울리지 않는 담담한 말투로 말을 계속한다.)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당황하실 것도 없습니다. 똑같이 여러분의 불행은 누군가의 행복입니다. 생명이 죽는 만큼 다시 태어나는 자연의 순환처럼 행복과 불행도 그렇게 돌고 도는 것입니다.”
(여자의 코와 입에서 회색 가루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여러분들이 믿는 대로 인간은 죄를 지으면 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행복과 불행이 돌고 돕니다. 잘못한 걸 알면서 어떻게 행복할 수가 있나요? 그 잘못들이 하나하나 다 모여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불행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불행한 쪽은 결국 종말을 맞이하고 여러분의 불행을 충당할 것들은 사라지게 됩니다. 이게 얼마나 큰일인지 모르시겠죠. 종말이 곧입니다.“
(이후의 6분 29초간 정적이 이어진다. 여자의 코와 입에서 계속해서 회색 가루가 쏟아진다. 4분 30초경부터 귀에서도 쏟아진다.)
“이런 현상들은 전부 여러분들이 자초하신 일입니다.”
(비디오가 끝났다. 다음 비디오가 재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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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진 흰 바닥에 백발의 노인이 누워 있다. 카메라의 각도가 바닥 쪽으로 틀어져 있다.)
“한 번이라도 이 영상을 트셨다면 집 밖에 웃는 남자를 조용히 시키세요.”
“아무것도 믿지 마십시요. 법을 믿지 마세요. 나조차도 믿지 않으셔야 합니다. 행복과 불행에 대해 떠드는 여자를 믿지 마시고 죄와 벌을 입에 담는 아이를 믿지 마세요. 여러분의 죄는 그런 간단한 것으로는 사라지지 않습니다만 적어도 미래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나도 여러분들과 똑같은 사람입니다. 똑같아요. 똑같은 인간이고 똑같은 시민입니다. 어째서 일이 이리 되었는지 말해줄 수 없습니다. 여러분은 그럴 책임이 없어요. 부디 이웃을 도우세요. 좋은 마음을 먹고 베푸면서 사세요.”
“어렵다면 내일부터는 거울을 보지 마십시요. 거울은 절대로 보지 마시고 되도록이면 눈과 귀를 막고 다니시는 게 이로웁니다. 말은 최대한 많이 하시고요.”
“불행하는 법을 알라는 남자를 믿지 마세요.”
(달려오는 소리가 점점 커진다.)
“달려오는 소리를 믿지 않으셔야 합니다.”
(노인이 울기 시작한다. 달려오는 소리가 점점 커진다. 집 밖의 남자가 웃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는 착하게 살아야 돼요.”
(노인의 울음소리가 커진다. 카메라가 엎어진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부디 행복하세요.”
(집 밖의 남자가 우는 소리가 들린다.)
(비디오가 끝났다. 다음 비디오가 재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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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진 흰 벽뿐이다.)
(4분 1초까지 정적이 이어진다.)
“다음 번에 더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비디오가 끝났다. 다음 비디오가 재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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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진 흰 벽뿐이다.)
(화면에 인물이 비춰지지 않고 목소리만이 들린다.)
“지 진짜 무시무시한 잘못을 저지르셨습니다.”
“이 모든 것이 어쨌거나 여러분과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여러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자초하신 겁니다. 여러분이 그렇게 믿는 것만으로도 이제 다 됐어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전 국민 여러분, 이제 우리는 비로소 행복할 겁니다.”
(비디오가 끝났다. 마지막 비디오다.)
하수구에 사는 사람 생각나네 - dc App
님 자라자라쟌쟌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