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성훈아.
이 편지를 읽고 있다면 네가 무사히 법당에 들어와 있다는 거겠지.
네가 사업에 실패해 빚을 졌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숨어지낼 곳이 필요하다며 내게 급하게 연락한 것도 그 때문일 테고.
네 부탁에 마지못해 너를 절로 들이긴 했지만, 말했던 대로 우리 절은 지금 여러모로 지내기 불편한 상태다.
너도 지금쯤 어렴풋이 느끼고 있겠지.
어쩌면 결정을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지금부터 절에서 지내며 네가 지켜야 할 것들을 적어 두도록 하마.
먼저, 절에서 나가지 마라.
너도 문을 지나 절에 들어오며 느꼈겠지만, 다시 못 나간다.
혹여나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말아라. 놈이 지켜보고 있다.
한 발짝이라도 밖으로 나가는 순간 주저앉아 다시는 못 일어난다.
전화는 절 안에서 밖으로 걸 수는 없지만, 걸려 오는 전화는 받을 수 있다. 네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던 것도 이 때문이지.
네가 잘할 테지만 혹시라도 절에 대해선 절대 이야기하지 말아라. 그 사람들 다 무사하지 못한다.
아침마다 부엌에 음식이 채워지니 굶어 죽을 걱정은 말고.
다음으로, 살생하지 마라.
어떤 이유에서든 들짐승은 물론, 날벌레 한 마리 네 의지로 죽이지 말아라.
교리 같은 거 아니다.
무언가를 해하면 말 그대로 똑같은 꼴이 돼 죽는다.
기어가는 개미 정도야 실수로 밟아도 일이 생기진 않았지만, 그마저도 조심해라.
먹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동자승들 핼쑥해져 가는 거 안타까워하셨던 혜윤 스님.
새벽에 계란지단 해 먹이셨다 동자승들 비명횡사하는 거 보시고는 피눈물 흘리시며 목매다셨다.
놈이 새벽이고 밤이고 지켜보고 있어.
우유같이 애매한 것이라도 입에 넣지 마라.
셋째, 잠은 반드시 법당 옆에 붙어있는 숙소에서 자라.
밤 9시 전에는 숙소에 들어가야 하고 새벽닭이 울기 전에는 절대 숙소 밖을 나서선 안 된다.
숙소에서 홀로 잠을 자는데도 갑갑하고 비좁은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 이럴 땐 이부자리를 두어 개 더 깔아두면 괜찮을 거다.
만약 새벽에 법당에서 여인의 우는 소리나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가 들리거든 절대 확인하지 말고 문을 굳게 걸어 잠가라.
이 절에 있는 건 너 하나뿐이다.
중요한 건 가끔 탁자 위의 목불상이 이상한 모습으로 변할 때가 있는데, 그런 날은 몸이 찢어지게 아프고 시야가 흐려지며 환청까지 들릴 거다.
심할 땐 귀나 코에서 피가 떨어질 때도 있어.
정신 바짝 차리고 쌀독 안에 있는 부적 한 장 꺼내 입에 물고는 염불 외워라. 틀려도 괜찮으니 멈추지만 말고.
부처님께서 지켜주실 거다, 성훈아.
부적에서 피 맛이 나고 목이 타들어 가면 잘 하고 있는 거다.
넷째, 매일 부처님께 기도드려라.
법당에 삼존불상이 보일 거다.
매일 아침 5시, 식사 30분 전마다 법당에서 방석 깔고 부처님께 여섯 번 큰절드려라.
넌 교인이 아니니 다른 기도는 필요 없겠지만 절은 반드시 여섯 번 드려야 한다.
명심해라, 성훈아. 횟수 착각해선 안 된다.
오른쪽에 있는 그거 부처님 아니다.
아침에 법당 문을 열었을 때 불상이 아니라 다른 게 보일 때가 있는데, 아무리 심장이 내려앉을 것 같아도 절대 놀란 기색을 내비치거나 법당을 그냥 나와선 안 된다.
그게 뭔지 궁금해하지도, 자세히 보지도 말고, 다만 평소처럼 절만 드리고 나와라.
그렇게 하면 대부분 아무 일 없이 지나가지만, 그럼에도 드물게 놈이 말을 걸 때가 있는데 아마 부처가 되고 싶지 않냐며 네게 물을 거다.
절대 대꾸해선 안 된다.
참기 힘들 정도로 입을 열고 싶어질 테지만 혀를 씹어서라도 반드시 뿌리치고 나와야 한다, 성훈아.
고개도 끄덕여선 안 돼.
정말로 만에 하나, 네가 놈의 말에 대답했다면 얼른 부엌으로 가 칼로 목을 찔러라.
늦으면 네 가족들까지 위험해진다.
다섯째로, 아가 동자상 관리해라.
법당 오른쪽에 별채로 가는 샛길이 하나 나 있는데 올라가 보면 작은 별채랑 안에 아가 동자상 하나가 있다.
동자상은 밤이 되면 피눈물을 흘리기에 매일 지저분해져 있을 텐데 고마운 존재이니 정성껏 매일 닦아라.
가끔 동자상이 낮에도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날이 있는데, 이날은 무사히 넘기려면 꼭 별채에 있는 향과 양초를 챙겨 법당에 공양해야 하니 잊지 말아라.
공양을 했는데도 몸이 아파오면 쌀독에서 부적 하나 꺼내서 입에 물고 자라.
별채에는 향이랑 양초 외에 여분의 부적도 있는데, 이 부적만큼은 날이 지나도 새로 채워지지 않는다.
주지 스님이 제자들을 위해 살이 문드러져 가며 써주신 부적이니 부디 소중히 써다오.
만약 네가 별채의 문을 열었는데 동자상이 깨끗한 상태라면, 망설이지 말고 별채 안으로 뛰어 들어가라.
문을 닫고 모든 불과 향을 끈 채 서랍 뒤에 숨어 숨소리도 내지 말아야 한다.
네가 소리를 잘 죽이고 있었다면 30분쯤 뒤에 별채 앞을 빗자루로 쓰는 소리가 들릴 거다.
생김새를 알기 힘든 검붉은 무언가일 텐데 주지 스님이시니 모습만 보고 너무 무서워하지 말아라.
무례하게 굴지 말고 정중하게
"스님, 보살님들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라고 말해 드려라. 만족하고 돌아가실 거다.
후우.
네가 알아야 할 것들은 이 정도인 것 같다.
신축하기 전에 쓰던 구 법당에 먼저 간 스님들과 보살님들의 등을 올려두었으니 가끔씩 먼지만 털어다오.
마음만 같아선 연못이나 꽃들의 관리도 부탁하고 싶지만, 절에서 지내는 것만으로도 벅찰 네게 더 바라는 건 내 욕심이겠지.
네게는 미안할 따름이다.
내가 미울 수도 있겠지만 혹여나 내가 어디 있는지 찾지는 말아다오.
나는 너무나 지쳤다, 성훈아.
16년 전 우리 화륜사를 찾아온 비극부터, 5년 전 홀로 남겨지게 된 그날을 지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단 하루도 편해지고 싶다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었어.
그럼에도 죽을 용기조차 내지 못해, 내가 없더라도 절을 비우지 않게 된 지금에 와서야 겨우 결심이 서고 말았다.
아마도 두려웠던 거지. 뻔뻔하게 홀로 살아남은 주제에 절까지 버려두고 왔다고 야단을 맞을까.
널 변명거리로 삼은 나를 용서해다오.
...
성훈아.
정말 마지막으로,
언젠가 네가 절에서의 생활이 너무 고되어 견딜 수가 없어지면, 연못의 연꽃과 대문의 불두화를 꺾어 법당에 놓아두어라.
부처님께서 네 바람을 들어주실 거다.
///////
편지는 그 말을 끝으로 마쳐졌다.
"이런...씨발..."
편지가 놓여 있던 법당에는 연꽃과 불두화, 아직 피가 마르지 않은 부적 몇 장만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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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나임?
짜게 식네...
이집 맛있네
내가다 무섭네
ㅅㅂ ㅋㅋ 개헬이네..
그래서 보리랑 땡칠이는 ?
성훈이가 장독대 뒤에서 개사료 찾아서 무사히 밥 줌
꿀잼이다
불교 교리 ㅈ도 모르지만 일단 이게 부처가 아닌건 알겠네ㅋㅋ
의외로 부처일 수도 있음. 밀교에서는 힌두교랑 결합된 요상한 부처도 많음
밀교가 왜 무협에서 마교소리를 듣나했더니
좋다
ㅈㄴ 재밌네 ㄹㅇ 오랜만에 개맛있노
마파순도 아니고 절에 뭐가들렸길래 고기도 못먹나 - dc App
재밋다
와 무섭네
다음화 주세요 흑흑
불두화랑 연꽃은 친구가 ㅈㅅ하는 용도로 쓴거 같은데 법당에 불상도 괴이도 없는건 뭘까 궁금해지네...... - 나는 알파리우스다
법당에 불상도 사라지고 암것도 없는건가..
달걀 지단 해먹이고 동자승 비명횡사 스님은 자살 이게 왤케 무섭지 살생을 금지하는 종교에서 스스로를 죽여서 더 위화감 드는듯
무정란도 안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