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저건 뭐야?"
"저건 '헌'이라고 읽는 한자란다."
우리 가족이 살던 복층 주택 거실 벽에는
흰 바탕에 복잡한 한자가 적힌 종이를 끼운 액자가 있었다.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그 액자를 향해 절하고 기도하는 걸 봤지만
그땐 한창 놀기 바쁜 나이라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부모님은 워낙 일이 바빴기에
나와 내 동생은 근처 이모 집에 맡겨지기 일쑤였다.
덕분에 이모네 가족들과 사이가 좋았다.
내가 8살일 때의 어느 토요일이었다.
나는 저녁 밥을 먹고 사촌 형과 게임을 하며 놀기 위해
이모네 집으로 가려고 했다.
유교 사상을 조기교육 받은 나는 나가기 전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기 위해 안방으로 향했다.
안방 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잡았을 때
두 분께서 이야기를 하시는 것을 들었다.
어머니의 짜증 섞인 말로 대화는 시작되었다.
"그 녀석만 없었어도!"
"참아봐, 여보. 거실에 있는 액자, 그것만 걸어두면 다 해결될 거야."
"아니, 봐봐요. 내일이면 저 액자를 걸어둔 지 정확히 8년째 되는 날인데 아직 아무 일도 안 일어났잖아요!"
"....."
"그 한자 액자 효능은 있는 거 맞아요?"
한자 액자, 8년째 거실 벽에 걸려있던 액자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녀석'이라는 사람은 이모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아들들을 맡기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도대체 액자에 무슨 효능이 있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뭔지 모를 싸한 복선이 깔린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도망치듯 집을 나왔다.
그저 '이모네 집에서 놀다가 자고 올게요' 라고 문자를 남긴 채로...
나는 이모네 집에서 사촌 형과 함께 신나게 '닌10도'나 '로켓몬스터'를 플레이하며 놀았다.
그러곤 밤 늦게까지 놀다가 지쳐 잠들었다.
그날 꾼 꿈은 악몽이었다.
입이 3개 달린 호랑이가 입에서 피를 뚝뚝 흘리고 있는...
그런 찝찝한 느낌으로 나는 깨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날도 이모가 나를 집으로 데려다 주었다.
도어락을 풀고 현관문을 열자 불쾌한 공기와 피범벅이 된 마룻바닥이 나를 반겼다.
이모와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모는 마음을 추스리고 바로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다.
도착한 경찰이 집안을 둘러보고 이모에게 한 말을 엿들었을 때
부모님과 내 동생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경찰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족을 이렇게 만든 주범은 찾을 수 없었다.
한 순간에 가족들을 처참하게 잃어버린 나는 이모네 집에서 살게 되었다.
분명 슬펐는데도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이모네 집으로 들어오게 된 이후로 나는 자꾸 벽에 걸려있던 '그 한자'가 거슬렸다.
'그 한자'에 대한 정보는 '헌'이라는 발음을 가진 것과 어떤 모양이라는 것뿐,
뜻은 한자를 이루는 요소들로 유추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아래에 있는 것은 불화발(灬), 왼쪽에 있는 저건 뭐지?"
한자에 대해서 계속 찾아본 지 3년째 되던 무렵,
상형의 원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그 한자'를 해석하는 방향을 바꿔주었다.
...
'갑자기 나타나서(県) 두 손으로(屮屮) 사람 3명을(人人人) 3개의 입으로 잡아먹는(品) 발 4개의(灬) 호랑이(虍)'
이것이 5년간의 노력 끝에 밝혀낸 '그 한자'의 뜻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순간, 내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아아, 그렇구나. 어쩐지 한자의 뜻에 한 발짝 나아가면 이런 느낌이 든다 싶었어.'
나는 조용히 방문을 열고, 이모와 이모부 그리고 사촌 형이 모여 있는 거실로 나갔다.
나는 아무도 듣지 못하도록 조용히 혼잣말을 했다.
"마침 딱 3명이네."
개좋다 개추
해석: 이모가 주인공집에 저 액자를 걸음으로써 부모님과 동생이 죽었고, 이를 알게된 주인공은 이모네 집에 똑같이 복수하려는것
작품 해석에 작가가 생각한 정답은 있을지라도 오답은 없는 법이죠
재밌다
3명을 죽이는 호랑이인데 화자가 이모집에서 자버려서 조졋네 - dc App
주인공이 괴이네
한자 소재로 만든 아날로그 호러 생각난다
잘 읽었습니다
県 <- 이새끼 일본에서 고을 현(縣) 신자체로 쓰이는데 원래 대가리(首) 따서 거꾸로 매달아놓은 모양이라함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