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야 잘 있었냐.
네가 자수성가 하겠답시고 여기를 떠난 10년 전 그 날이 잊혀지지가 않다.
너 가기 전에 이 아파트 이제 지긋지긋 하다고 어르신들께 소리나 빽빽 지르고서는,
제 발로 이리 찾아온 거 보면 자수성가는 커녕 서울 땅에 발도 못 붙혔겠구나.
그리 연락을 했는데 단 한 통도 받지 않았지, 응?
절대 다시 오지 말라고 그리 당부했건만.
그 말이 널 향한 저주인줄로만 알았니?
너 간 이후로 풀리는 일이 당최 없더라. 미안하다.
울 할배가 뭔가 막으려고는 해봤다. 근데 니 없으니 그것도 다 망하구, 할배도 그대로 갔다. 나는 사람이 그런 비명을 지를 수 있는지도 몰랐다.
지금 여기 니 밖에 없다.
엘리베이터는 어차피 못 쓴다. 막아놨는데 그 꼴이 영 흉하니 그냥 보지 말구 계단 쪽으로 가라.
니 집 절대로 가지 마라.
그냥 우리 집으로 가서 살어라. 비밀번호는 0412다.
새벽 즈음에 누가 막 문 두드릴건데, 그냥 화장실 가서 문 잠구고 한 10분 정도만 있으면 된다.
니 걔 기억하냐, 우리 맨날 같이 놀던 민주 있잖어. 걔가 그러는거다. 그때 문 열어줄걸, 아직도 후회된다.
찬장에 라면 있다. 냉장고에 김치랑 우유 있는데 일단 우유는 마시지 마라. 지금은 라면이랑 김치만 먹어라.
물은 변기물만 먹어라. 씻을 때도 기왕이면 그걸로 씻어라.
부적은 거실 재단에 올려뒀다.
그거 일단은 화장실에 하나 붙여두고 하나는 먹어라.
나머지는 챙겨둬라.
변기물 빨간색으로 변하면 부적 먹고 이틀 간은 냉장고에 있는 우유만 먹어라. 유통기한 내년까지다. 냉장고 잘 돌아간다 걱정 마라.
몸 간지러워지면 긁지 마라. 부적 먹어라.
니 집 밖으로 절대 나가지 마라
그놈들이 니 들어오는 순간부터 니만 볼거다.
다 그놈들한테 먹혔다.
나만 남았는데 우유가 빨개졌다 변기물은 그냥 거매지더라 더 이상은 못버티겠다 너만이라도 살았으면 좋겠다
정 힘들면 남은 부적 다 먹고 재단 올라가서 눈 감고 주문 외워라
우리 몫까지 살아.
-----사랑하는 친구 미정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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