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아프다. 차가운 바닥의 촉감과 함께 나는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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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님은 자명하다.



우리집 천장은 저렇게 높지않다.

나는 침대에서 잤고, 방 바닥도 이렇게는 차갑지않다.

내방은 이렇게 넓지 않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온통 이상한 점 투성이다.




기억을 더듬어보자, 분명 나는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했고, 집문은 잘 잠겼고, 원한살만한 행동은 하지않았고...



- 아, 깨셨습니까..? 언제 정신을 차리실지 조마조마 했습니다...





사람이 있다.




혼자가 아님에 안심하는 것도 잠시, 그는 대체 누구란말인가. 다시 긴장이 흐르기 시작하고, 날 바라보던 남자는 무안했는지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기 시작한다.





- 흠흠...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저도 많이 당황스럽습니다. 먼저 깨어나고서 이곳을 좀 둘러봤습니다만, 여긴 인간이 사는곳이 아닌것 같습니다. 말을 길게 하는 것 보다는 이게 빠르겠군요. 읽어보십시오. 바닥에 떨어져있었습니다.





그가 내게 퀴퀴한 냄새가 나는 종이묶음을 건네주었다.

나는 '생존지침서'라 적힌 표지를 넘기고, 천천히 글을 읽어나가기 시작한다.



[생존지침서]


이 지침서를 읽는 당신은, 현재 '이상전이'라 명명된, 초자현 현상에 휘말리셨을 것입니다.

귀하가 위치한 장소는 매우 위험하며, 이는 단순 환경적 요인이 아닌 인간에게 적대적인 생물 및 현상의 존재에서 기인합니다.

본 문서는 귀하의 생존 및 귀환을 돕기위해 작성되었으며, 따라서 당신은 이 지침서의 내용을 따라야합니다.

현재 초자연대책국의 지속적인 연구로 후술할 '규칙'을 따를 시 대략 27%의 확률로 귀환이 가능합니다. 지침서를 받지 못한 전이자의 생환률은 0%입니다.

귀하의 상황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동시에 무운을 빌겠습니다.








1. 현재 당신의 위치는 '강당'입니다. 이 장소에서 깨어난지 2시간 이내의 시간 동안은 안전하다는 것이 검증되었습니다. 다만 너무 큰소리를 내셔선 안됩니다. '그것'들은 소리에 민감합니다.

당신은 안전이 확보된 2시간 동안 다음과 같은 활동을 수행하셔야 합니다

강당을 둘러 보시면, 커다란 기둥 하나를 보실 수 있습니다.
기둥 아래에 위치한 바닥문을 여시면, 촛불과 성냥, 밧줄, 단검이 들어있습니다. 이를 챙기시고 바닥문을 닫으십시오. 절대로 열어둔 상태로 떠나선 안됩니다. '그것'들이 당신의 존재를 눈치챌 것입니다.


강당의 벽모퉁이를 따라 걸으십시오. 벽에 촛불을 올려놓을 수 있는 움푹 파인 공간이 보이신다면, 촛불에 불을 붙이시고 5분간 기다리십시오. 촛불이 계속 붉은 색이라면 안심하셔도 됩니다.

촛불이 푸른색으로 변한다면 그 즉시 엎드린 후, 그 상태에서 귀를 막고 눈을 감아 66까지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고, 다시 눈을 뜨십시오. 촛불의 색이 붉은 색으로 변할 때까지 행동을 반복하십시오.

촛불이 검은색이라면, 죄송합니다.



촛불이 붉은색이라면 강당의 중앙으로 가십시오. 크기가 다른 흰색의 꽃들이 5개 나타났을겁니다. 이 꽃들 중 2번째, 5번째로 작은 꽃을 정확히 4번씩 밟으시고, 단검으로 왼손 약지에 작은 상처를 낸 뒤 밟지않은 꽃들을 피에 적시고 아무 노래나 완창하십시오. 다만 큰소리는 자제하십시오. 완창 후 눈을 감고 5초를 세면 눈을 떴을 때 아래층으로 가는 계단이 나타났을 것입니다. 내려가십시오.



2. 아래층, '미궁'이라 불리는 이 장소에선 절대로 소리를 내선 안됩니다. '그것'들의 시각은 인간 이하이나, 청각은 인간 이상입니다. 동료가 있다면 당신은 운이 좋습니다. 다만 소리를 내선 안되기에 내려가시기 전에 수신호를 정해놓으십시오. 필요한 신호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자

멈춰

봐라

뛰어

조심해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유감입니다

날 죽이십시오



큰소리를 내셨다면, 자살하십시오





귀하는 이 장소에서 열쇠조각 7개를찾아야합다니다.

이 과정은 약 4일이 소요되며, 따라서 숙면을 취할 장소를 찾아야합니다. 숙면은 한번에 4시간이상 취하지 마십시오. 다만 동료가 존재한다면, 동시에 자는것이 아닐 시 괜찮습니다.

만약 동료가 없으며, 잠이 많다면 죄송합니다.

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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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가치가 없다. 이딴 쓰레기같은 종이는 더는 읽어봤자다. 나는 종이 뭉치를 덮고 남자를 등진채 주변을 살핀다.



-왜 그러십니까? 시간이 없어요. 어서 다 읽고 가셔야합니다. 2시간이 지나면 죽을지도 몰라요....!!


"이 지침서를 따라서는 안됩니다."


-....네?


"이건 우리를 돕기위한 것이 아니에요. 따르면 놀아나는 겁니다."


"우선, 문서가 굉장히 조잡합니다. 공무원이 죄송하다는 표현을 이렇게 많이쓸리가 없습니다. 비상상황이라면서 불분명한 표현들을 사용하질 않나, 띄어쓰기도 엉망이고, 이건 인간 공무원이 쓴 글이 아닙니다. 무언가 우릴 속이려는 것같습니다. 초자연대책국은 난생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고요."








-........


-그렇다해도, 이런 상황에선 이것말고는 믿을게 없습니다. 그런 추측에 목숨을 걸 수는 없잖습니까!








"이건 인간이 쓴게 아닙니다."






-네...? 그게 대체 무슨...


"이건 우릴 이 빌어먹을 곳에 던져둔 녀석들이 쓴겁니다. 아까 '죄송합니다'도 그렇고, 수신호에 날 죽여줘? 이딴 저질스러운 장난질로 우릴 겁에 질리게 하려는게 다 티가 납니다."



"게다가, 꽃을 뭐? 2번째, 몇번 째를... 피에 적시고 또 어쩌고 저쩌고. 그딴걸 어떻게 알아내서 적어둡니까. 어디서 보고있는것도 아니고서야, 이 밖에도 말도 안되는 것들만 적혀있어요."





"이 문서를 따라선 안됩니다. 난 그냥 여기서 기다릴 테니까, 당신도 그냥 여기있으세요. 움직여봤자 녀석들 눈요기나 시켜줄테니. "





나는 남자를 등진채 몇발자국 걸어가 바닥에 누웠다. 남자는 어안이 벙벙한 듯 가만히 서있다. 2시간? 지날테면 지나보라지, 내가 죽을지언정 저 개자식들 장난감은 되지 않으리라.

































- 아, 재미없네요.










나는 순간 뒤를 돌아볼 뻔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남자는 내게서 수십 발자국은 떨어져있었고, 발소리는 전혀 없었지만, 방금 그 목소리는 내 바로 뒤에서 들려왔다.











-역할놀이를 싫어할줄은 몰랐습니다. 뭐, 저도 슬슬 질린 참이니까, 괜찮습니다. 인간 가지고 놀수있는 방법은 많으니까요.










-아! 이건 어떻습니까? 방금처럼 추리를 하는겁니다. 음... 무슨 문제가 좋을까요?









-그래... 이게 좋겠습니다.









목소리는 내 바로 위에서 들려온다. 용기를 내어 실눈을 뜨고 곁눈질로 남자를 돌아보지만, 시야의 구석에는 남자의 몸이 그대로다. 수십발자국 떨어진채, 그대로.

머리는 보이지않는다. 목이 내 방향으로 늘어나있다.

인간이 아니다.







-이제부터 당신에게 벌어질 일을 맞춰보세요. 5분드리겠습니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5분안에 스스로 죽을 방법을 찾는다.








내 얼굴에 묻은 액체가 내 눈물인지, 땀인지 점점 늘어난다.







내 위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존재가, 침을 흘리고있는게 아니라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