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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구역이랑 연결된 중앙 산소 발생장치가 고장났어. 우리가 이쪽 구역에 격리된지 3년만에 일어난 위기야. 우리가 있는 구역이 많이 밀폐된 편인건 알지? 당장엔 괜찮겠지만 곧 숨막혀 죽게 생겼어.“



”나도 알아. 우리쪽에도 경고등 켜졌어 이거 우리가 고쳐야 되는거야?“



”그쪽 근처 중앙 청사들 다 연락이 끊겼어. 그쪽에 지금 관계자들이 살아 있는지도 모르고 기다리는 것도 불가능해.

어차피 나가서 죽든지 안에 있다 죽든지 하나 선택하는거지. 시도라도 하는 편이 나아. 방호복 입으면 괜찮으니까 산소통 3개 챙겨서 D 1번 게이트 앞으로 와. 여분 없으니까 조심해서 들고오고.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는다.“



”알았어. 게이트 앞에 메시지 컴퓨터 한번 확인하고 나가자.”



“진혜야 2년 전에 온 메일 안 읽은거 있는 것 같은데 맞아?”



“기다려봐 거의 다 도착했어. 나 도착하면 같이 확인해 키카드 나한테 있으니까.”

2054년 10월 13일

수신 H구역 상하동 배한희



물리법칙이 언제나 일정하다고 믿나요?

10년 전에 하늘이 붕괴됐을 때 기억나요?

지구가 정체미상의 타우주(다른 차원의 우주인지 아니면 우리 차원 우주의 관측하지 못했던 지점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원래 있던 위치는 절대 아니에요)로 전이되어서 우리가 봐오던 하늘의 모습은 우리 기억속에만 남게 됐지요.



아니, 사실 우리는 지금 하늘이 원래 하늘이랑 얼마나 다른지도 모르지요. 아마 하늘을 본 적도 없을테니. 당신들도 이걸 멀쩡히 읽고 있다는건 하늘을 보지 않았다는 것일거고. 하늘에 부유하는 사람들이 천사라고 부르던 유기체인지 무기체인지 모르는 수억개 정도 되는 존재들 또한 본 적도 없다는 것이겠지요? 그거 본 사람들 어떻게 됐는지 기억나요? 하늘에 천사들이 내려오고 있다고 태양에 가고싶다 했던가? 아무튼 중얼중얼 거리고 단체로 죽으려고 난리 부렸잖아요. 곱게 목매달거나 물에 투신하는 것도 아니고 단체로 정신병 걸려서 좀 지저분하게 죽었잖아요. 그렇게 만드는게 어떻게 천사에요 악마지. 대통령이 아스팔트에 지 두개골 앞면이 다 갈릴때까지 얼굴 밀어대던 영상이 아직도 기억나요. 별로 기억하기 싫은걸 떠올리게 했으면 미안해요. 아무튼 알수 있는 정보는 태양의 자리는 거대한 푸른 목성형 행성으로 대체되었고 달은 그대로 있었던것 같지만.. 아무래도 우리가 원래 알던 모습은 아닌가 봐요 그래픽 영상으로는 형상도 안 잡히는걸 보니. 물론 태양쪽도 행성이 아니라 다른 뭐일지도 모르지요. 그것도 컴퓨터가 인식한 정보니까. 생각해보니까 자기소개를 안 했네요. 저는 H구역 상하동에 작년에 외기유입기 사태 터졌을때 격리된 연구원 중에 한명이에요.  이름은 서은렬입니다. 이쪽엔 저 말고도 연구원이 5명 더 살고 있어요 당신들 사는 구역에 문제 생기면 이쪽으로 와도 됩니다 50명 정도는 추가로 수용할수 있어요 대신 E-1번 게이트로만 들어오셔야 해요 다른곳은 폐쇄됐습니다.



생각해보니까 서론이 많이 길었네요 제가 메일을 보낸 이유는 지하도시 내에 시설들 유지 관련해서 알려드리기 위함입니다. 그때 외기유입사태때 원인미상 기체가 들어와서 사람들 거의 다 흐물흐물하게 녹아 죽었잖아요. 당신들도 아마 눈으로 봤을거고. 그 기체 성분은 아직도 뭔지를 몰라요. 조사가 불가능해서. 아무튼 그때 일때문에 구역들 다 나눠져서 폐쇄되면서 기반시설이 몇개 사실상 유지보수가 여태까지 안 된게 있어요. 원자력 발전시설은 손 안 대도 여러분 살아있는 동안에 문제 아마 없을거에요. 여러분들이 죄를 많이 지은 사람들이 아니라면. 그리고 애 낳지 말아요. 딱 여러분 때까지만 멀쩡할 거에요 다음 세대땐 분명 망가집니다. 그리고 가장 걱정스러운게 산소발생기인데 거기는 거의 다 소모품이라 앞으로 5년 안에 분명히 기능고장이 생길거에요. 저희가 방법을 찾고는 있는데 쉽지가 않네요. 혹시 줄수 있는 도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서은렬 연구원 동료 배한희입니다. 어제 은렬이가 구역 밖으로 나가서 자살했어요. E-1번 게이트 앞에 초록색으로 바닥에 눌러붙어있는거 보일텐데 자세히 보지는 마요. 가능하면 가까이 가지도 말고. 워낙에 세상이 미쳐돌아가니 뭔일이 일어나고 일어날지 알수가 없어요. 산소발생장치가 예상을 벗어났어요. 수리할 방법은 저희는 못 찾아냈습니다. 정말 얼마 안 남았으니까 뭐든 대비할 방법을 찾으세요. 이쪽 근처 중앙청사는 연락이 안 돼요. 나머지 근처 거주구역도 전부 다 연락이 끊겼어요. 위험할것 같으니까 들어가려는 시도는 하지 말아요. 저도 이제 그만 은렬이 따라 나가려고 해요. 너무 외로웠어요. 당신들이 살아있는 지도 모르는데 계속 혼자서 메시지를 쓰고 있어요.  이걸 보낸 후에 전 이미 먼저 간 사람들과 같은 세상에 섞여 지내겠지만 당신들이 계속 살아있길 선택했다면 당신들의 선택에 보탬이 되고 싶기 때문에 쓰고있어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길은 있으리라. 사는게 사는것 만이 아니고 죽는 것이 죽는 것이 아니였나니. 이젠 죽음과 삶의 경계는 뭉뚱그려지고 어제의 기억에 홀로 숨쉬어 가니 슬픔은 존재하지 않는다. 부디 날 위해 살아줘요. 그리고 밖에 나갈때 부디 조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