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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으..시끄러워 죽겠네...'


재현은 가족들과 곤히 잠을 자던 와중, 주변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떴다.


눈을 뜨자 보이는 건 낯선 천장.


이상함을 느낀 재현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곳은 마치 호텔의 스위트룸 처럼 멋있게 꾸며진 방이었고, 양복을 말쑥하게 빼 입은 신사 한 명이 방 안에 있었다.


그는 재현이 일어나는 것을 보자마자 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일어나셨군요. 기다리고 있..."


"여긴 어디야! 당신 누구야! 지금 나 납치한거야? 어!"


재현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 소리를 질렀다.


한밤중에 자고 있던 그를 여기로 데려다 놓는 건 납치가 아니고 무엇일까.


그러자 재현에게 다가가던 신사는 걸음을 멈추고, 주변에 있던 의자에 걸터앉아 말했다.


"일단 진정하시고, 여기가 어딘지부터 이야기를 드리지요."


씩씩거리는 재현은 알 바 아니라는 듯이, 그는 느긋하게 앉은 채로 말을 이어나갔다.


"여긴 대기실입니다. 우리가 데려온 건 맞지만, 납치는 아니에요."


재현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납치가 아니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실은 지난 밤에, 당신이 살던 건물에서 화재가 났거든요."


"네? 화재라니, 그게 무슨 소린가요?"


길길이 날뛰던 재현의 움직임이 뚝, 멈추었다.


생각지도 못한 소식에 재현 역시 말 없이 침대에 걸터앉아 신사를 쳐다봤다.


"소방관이 의식을 잃은 당신을 발견해서 응급실로 이송했고, 응급실에서 이 곳으로 이송된겁니다."


"응급실에 있었으면 병상에 누워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여긴 병원도 아닌 것 같은데.."


"병원에 더 있을 필요가 없어져서 다른 환자들을 위해 자리를 비워준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몸에 화상을 입으신 것도 아니신 것 같은데요."


그 말을 들은 재현은 몸 이곳 저곳을 살펴봤지만, 화상 흔적은 없었다.


재현은 화재에 휩쓸리지 않은 것 같아 안도하는 마음이 드는 한 편, 집에 있던 가족들이 떠올랐다.


"아까 화재가 났다고 했는데, 저희 가족들은 괜찮은건가요?"


"금방 이 곳으로 올 겁니다."


재현은 경계하던 마음이 풀어져,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핸드폰은 먹통이 되어있었고, 아무리 버튼을 눌러봐도 전원이 켜지지 않았다.


"핸드폰은 고장났어요. 애당초 화재 현장에 있었던 물건이니 제대로 작동할 리가 없지요. 지금은 가족들도 연락을 받기 어려울테니, 시간 때울 거리라도 드리지요."


그는 재현에게 노트북을 건네주었다.


노트북을 켜보니, 바탕화면에 검색창 하나만 달랑 나와있었다.


"요즘 AI가 발달했다길래, AI를 이용한 검색 프로그램을 하나 구해서 쓰고 있습니다. 예전엔 게임도 해보고 그랬는데, 지금은 이것만큼 재밌는 게 없더라구요."


"이거 당신 겁니까?"


"아, 네. 망가뜨리지만 마시고, 저는 나가있을 테니까, 쉬고 계세요."


말을 마친 신사는 노트북만 덩그러니 남기고 방을 나갔다.


재현은 가족들의 소식을 알 수 없어 불안했지만, 딱히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결국 노트북을 집어들었다.


"기다리고 있으면 이리로 온다고 했으니까.."


그렇게 마음을 다 잡으며 여유를 찾은 재현은, 기분을 돌리기 위해 생각나는 대로 검색을 했다.


"벙커링"


- 1이 2에게 3하는 것 -


"추석"


- 대한민국의 전통 명절 중 하나 -


"김 유 식"


- 디시인사이드 대표. 현재 상태 : 응우옌의 월급을 횡령, 만두를 사먹는 중 -


"응우옌"


- 디시인사이드 외국인 알바. 현재 상태 : 나폴리탄 갤러리를 관리중이나, 한국어를 몰라 모든 글에 비추를 와바박 박는 중 -


속 편하게 피식거리던 와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사람을 검색하면 현재 상태가 나온다는 것.


"AI로 이런 것도 되나..? 들어본 적이 없는데.."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재현은 자신의 이름을 검색창에 적어보았다.


"김 재 현"


- 404 not found -


유명한 사람이어야만 검색이 가능한건지, 자기 자신은 검색할 수 없는 것인지는 몰라도, 오류 메세지가 출력됐다.


"404 not found 라면.. 페이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잖아? 하긴, 아무리 AI라도 나 같은 사람까진 알 수가 없겠지."


이어서 그는 자기가 살던 빌라 이름을 검색창에 적었다.


"희망빌라"


- 서울 OO구 소재의 5층 빌라. 20XX년 9월 XX일에 발생한 화재로 OO명의 사상자가 발생. 사상자 대부분은 일산화탄소 중독이 원인인 것으로 판명 -


재현은 온 몸의 피가 싸늘하게 식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는 급하게 자신의 아내를 검색창에 입력했다.


"김 현 주"


- 김재현의 아내. 현재 상태 : CPR 시도 중 (진행 시간 : 17 minutes) -


재현은 검색 결과를 보고 정신을 잃을 뻔 했으나, 딸 생각에 가까스로 정신을 부여잡고 딸의 이름을 검색했다.


"김 예 나"


- 404 not found - .


"설마...설마..."


그의 머릿속에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그는 다시 한 번 아내의 이름을 검색했다.


"김 현 주"


- 404 not found -


이제야 신사의 말을 이해한 재현은 넋을 잃고 절규했다.


그리고 곧, 노트북의 알림이 울려퍼졌다.


"사용 가능 시간을 모두 소모하여, 잠시 후 의식이 종료됩니다."


그와 동시에, 재현의 시야는 서서히 어두워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