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OO씨는 퇴근길을 걷고 있었다.

그날은 김OO씨에게는 고된 날이었다. 3일간 낮밤을 바꿔가며 준비한 프로젝트가 물거품이 되었기 때문이다. 당연히도 이 일은 김OO씨의 정신을 흔들어 놓았지만, 이것이 그를 사냥하기 쉬운 표적으로 만든다는 점을 그가 알 턱이 없었다.

평소와는 미묘하게 달라진 퇴근길이었지만, 지친 발걸음을 재촉하는 김OO씨의 눈에 그것들은 들어오지 못했다. 오직 집으로 향하는 길의 보도블럭만이 김OO씨의 눈을 채우고 있었다.

그는 현재 신축 오피스텔에 혼자 살고 있다. 자신의 오피스텔 입구에 들어선 김OO씨는 지친 마음을 한시라도 빨리 내려놓기 위해 엘리베이터로 몸을 옮겼다.

5층. 김OO씨의 집이 있는 층이다. 평소와 같이 엘리베이터에 들어서 5층으로 가는 버튼을 누르려던 찰나, 그의 눈에 범상찮은 버튼이 눈에 들어왔다.


"3.14F"


이게 뭐지? 원래부터 이런게 있었던가? 평소 체력이라면 자신있어 5층정도 높이는 걸어다니던 김OO씨인지라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일까? 그렇지만 이전에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이런 버튼을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3층버튼과 4층버튼 사이 처음부터 있었던 것 마냥 뻔뻔하게 있는 그 버튼은 김OO씨의 호기심을 마구 자극했다. 3.14라니, 다분히 의도적으로 보이는 숫자군. 누가 일부러 넣어놓은 것일까? 그렇지만 무엇하러 이런걸 여기에 두었지? 대체 무슨 기능인거지?

이 단순한 버튼 하나는 김OO씨의 정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호기심은 쉽게 참지못하는 김OO씨는 3.14층의 버튼을 눌러볼까 손가락을 옮겼다. 버튼을 만지작거리며 눌러볼까 하던 찰나, 갑자기 밀려오는 섬뜩한 느낌에 김OO씨는 버튼을 누르길 그만두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아 황급히 엘리베이터를 벗어난 김OO씨는 결국 계단을 오르기로 선택했다. 그리고 그 날 이후 김OO씨는 두번 다신 엘리베이터에서 그 버튼을 보지 못했다.



이 일은 김OO씨의 가슴 한켠에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아직도 김OO씨는 그 버튼을 누르면 무슨일이 벌어졌을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곤 한다. 3층과 4층 사이 어딘가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춰섰을까? 아니면 돌아오지 못할 이상한 공간으로 이동하진 않았을까?

그는 모르지만, 그가 궁금해 해야했을 것은 버튼의 목적이 아니었다. 만약 그날 김OO씨가 그 버튼을 눌렀다 하더라도 신비한 일이 벌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엘리베이터의 3.14층 버튼은 아무런 목적도 의미도 없는, 그저 엘리베이터를 타는 이의 이목을 끌기 위해 배치된 버튼이기 때문이다.

그가 정말로 궁금해 해야했을 것이 무엇인지 김OO씨는 눈치조차 못챘을 것이다. 김OO씨가 3.14층 버튼에 눈이 팔려 있는 동안 그가 보지 못한것이 무엇인지 그는 알 턱이 없었다. 김OO씨가 그 버튼을 눈치채지 못했다면, 혹은 버튼에 대한 흥미가 금방 식어 시선을 돌렸더라면 그가 어떻게 되었을지 그는 알지 못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