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 마이크 테스트. 안녕하십니까, 저, 저는 사신대학교 영혼분류학과 8506학번, 학생회장 한결희입니다. 이, 일반적으로 저희 학생회가 공식 방송을 하는 경우는 거, 거의 없으나, 혀, 현재 학교 전체가 비, 비상 상황이므로 공식 방송으로 알립니다. 이는 시, 실제 상황이며 절대 그... 어... 네. 실제 상황임을 알립니다. 다시 한 번 반복합니다. 이는 절대 조작된 상황이 아...니라, 실제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어... 이 상황에 대해 학생 여러분은 긴급하게 대피하셔야 합니다. 그, 그러니까...

.
.

아, 아. 사신대학교 명부정보학과 8507학번, 학생부회장 최성준입니다. 현재 회장님이 지나치게 공포에 사로잡혀 있어 정상적인 방송 진행이 어려울 것 같아 제가 대신 전달합니다. 말씀드렸듯이 현재 비상 상황이며, 학생 여러분들은 빨리 대피하셔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여러분이 대피하기 위한 행동 수칙을 지금부터 안내드리도록 할 테니, 학생 여러분들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기록하거나 암기하시길 바랍니다. 녹음기를 추천드립니다.

첫 번째, 후문으로는 절대 나가시지 마십시오. 현재 가장 위험한 곳이 후문입니다. 후문은 물론이고 근처 15m 내에도 접근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두 번째, 현재 영혼대학과 마법대학 건물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해당 건물에 계신 학우분들은 불이 났을 때처럼 물에 젖은 수건 등으로 입과 코를 가린 뒤, 몸을 숙여서 나오시길 바랍니다. 만약, 연기를 마셨다면 서둘러 의자나 기둥 등에 몸을 묶는 등 움직일 수 없게끔 빠른 조치를 취하십시오.

세 번째, 절대 만용을 부리지 마십시오. 특히 악귀제압학과나 보안학과, 사신정예학과, 그리고 특수구조학과 등 신체 능력이 중요한 학과의 학생들이 되도않은 만용을 부리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명심하십시오, 이미 군/경이나 경호원으로 취업한 여러분들의 선배들도 그것 앞에 무력하게 쓸려나갔습니다. 그 선배님들이 아직 훈련이 완벽히 되지 않은 여러분들보다 강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제발 만용을 부리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모두 소중합니다.

네 번째, 학교 곳곳에 정체불명의 검은색 덩어리가 있습니다. 그 근처에 가지 마십시오. 먹거나 만지는 것은 물론이고, 근처에조차 접근하지 마십시오. 그것을 인식한 순간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치십시오. 당신이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도 당신을 들여다본다는 말이 있습니다.

다섯 번째, 종소리가 들리면 즉시 엎드리고 죽은 척을 하십시오. 저희 학교는 아시다시피 다른 대학교와 달리 고등학교처럼 매 교시마다 종이 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비상 상황이기 때문에 수업 시간을 의미하는 종은 치지 않으며, 대신 위험한 상황인 곳에 자동으로 종이 치도록 설정해 두었습니다. 설령 종이 친 곳에 위험해 보이는 것이 전혀 없더라도 무슨 상황인지 알려고는 안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여섯 번째, 탈출하는 과정 중 당신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말을 건다면, 절대 무시하십시오. 다시 말해서, 당신에게 말을 거는 이가 "어디 가?", "왜 나가?" 이런 말을 한다면 무시하라는 것입니다. 본 방송은 학교 전체에 매우 큰 소리로 안내되었으며, 입구는 전부 폐쇄하였기 때문에 일반적인 존재라면 대부분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였을 것입니다. 물론, 이 중요한 순간에 깜빡 졸았거나 하는 한심한 이유로 정말 듣지 못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 확률을 믿고 말에 대답하기에는 여러분들의 목숨은 너무나도 소중합니다. 그런 사람을 목격하였다면 그냥 마음 속으로 그의 명복을 빌어주십시오. 어차피 그런 경우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일곱 번째, 후문을 제외한 대부분의 출입구는 이미 폐쇄되어 있으나, 단 한 곳, 서문만은 열려 있습니다. 위의 수칙을 모두 지키면서 야외로 빠져나오셨다면, 절대 뛰지 말고 곧장 서문으로 향하십시오. 이때 학생증을 필참하시길 바랍니다. 저희 측에서 학생증을 대조한 뒤 올바른 학생증이면 통과시켜 드리겠습니다.

여덟 번째... 잠시만요. 아, 어.

.
.
.






...학생회장 한결희입니다. 잠시 3분 정도 방송이 중단된 부분에 대해 먼저 유감의 말씀을 드립니다. 방송에 오류가 있어 말씀드립니다. 현재 가장 위험한 문은 서문이며, 후문에는 그것들이 접근할 수 없도록 조치를 취하였습니다. 학생증 따위는 필요 없으니 서둘러 전교생은 후문으로 도망치십시오. 시간이 생명입니다. 이 방송을 듣고 있을 시간조차 없습니다. 다만 저희는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추가적인 공지를 위하여 이곳에 남을 것이니, 여러분들은 서둘러 학교를 빠져나가시길 바랍니다. 저희는 끝까지 여러분들을 지킬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