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을 찾았다.
낡은 하드 커버 노트에 [연구 기록] 이라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이번 실종 사건의 중요한 증거품이 될 그 노트를 열어보았다.
[배주혁]
1.
외계인을 찾았다.
이른 아침, 그 놈은 근처 숲에 홀로 쓰러져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몸이 격하게 떨려왔다.
한 평생 외계인을 찾아 헤매던 나는 마침내 그 존재를 내 눈으로 확인했다.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그것을 집으로 끌고 왔다.
그리고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우선 식사부터 하자.
[배주혁]
2.
외계인은 지하실에 가뒀다.
나는 내 옛 동료들을 부를 생각이다.
나와 함께 외계인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 함께 했던 친구들.
이제 몸과 마음이 지쳐 떠나간 그들에게 다시 연락 할 것이다.
어떤 반응을 보일까.
과연 그들은 그 때 그 열정을 유지하고 있을까?
내 말을 믿어 주기는 할까?
이제 놈을 잡았으니 직접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배주혁]
3.
적어도 2명은 내 말을 믿어줬다.
그들은 연락을 받을 후 며칠 만에 우리 집에 도착했다.
더는 망할 일도 없거니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후후, 실물을 보면 깜짝 놀라겠네.
다른 쳐 죽일 놈들은 아예 연락 자체를 받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그렇게 잘해줬는데 일방적인 무시라니.
특히 제일 먼저 날 배신하고 나간 그 녀석!
그 녀석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손이 발이 되게 빌어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배주혁]
4.
지하실에서 몇 가지 실험을 하기로 했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이 외계인의 고향과 다른 외계인이 있는지 알아내는 것.
난 몇 가지 고문 도구와 뇌파 연구를 위한 장치를 지하실에 설치했다.
이런 식으로 괴롭히고 싶지 않지만, 연구를 위해 어쩔 수 없다.
그것의 머리로 추정되는 부분에 전극 센서를 붙이고 팔과 다리, 몸통에 혈압 측정기와 비슷한 장치를 달았다.
한때 사기꾼이라는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이 장치들 만큼은 진짜다.
내 지시에 남자 동료 한 명이 스위치를 올려 전류를 흘렸다.
카메라를 들고 있던 여자 동료는 조금 무서운 듯 살금살금 뒷걸음질 쳤다.
전기가 흐르자 그 놈은 움찔거리며 몸을 조금씩 떨었다.
그 삐져나온 길쭉한 손가락이 달달 떨리고 눈꺼풀이 천천히 벌어졌다.
결국 그 놈은 눈을 완전히 뜨고 흰자 없는 검은 눈동자를 내비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가 두려운 것인지, 아니면 분노하는 것인지, 그 놈은 그저 눈을 부릅뜨고 우리를 노려보기만 하고 있었다.
…
여기까지 읽은 나는 노트를 덮었다.
더 읽을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
“박형사님. 무슨 단서는 있습니까?”
한창 집안을 조사하던 경관이 내가 노트를 덮자 다가와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별 의미 없는 망상이 쓰여 있습니다.”
“하, 하지만 용의자의 책상 서랍 밑에 숨겨져 있던 노트입니다. 그렇다면 혹시나….”
난 노트를 대충 책상 위에 던져두고는 팔짱을 꼈다.
“경관님. 이 집에 지하실이 있습니까?”
“네? 지하실이요?”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기울이더니 머리를 긁적였다.
“어, 없죠. 애초에 여기는 아파트 14층인데요….”
“노트에는 있지도 않은 지하실에서 행한 실험에 대해 나와 있을 뿐입니다. 물론 경찰서에 돌아가 전문가들과 함께 더 정밀하게 해석할 생각입니다. 이번 사건을 비유적으로 나타냈을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그렇군요….”
그는 실망한 채 자신이 조사하던 위치로 돌아갔다.
남녀 커플 실종 사건.
밤늦게 귀가를 하던 남성과 여성이 각각 실종된 사건이다.
세간에서 붙인 커플이라는 단어와는 달리 실종된 두 남녀는 아무런 접점이 없는 남남이었다.
수사 결과 두 사람이 최종적으로 목격된 장소는 바로 이 아파트 주차장이었고, 이웃 주민의 제보를 통해 이 집으로 들어갔던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우리가 이 곳을 습격했을 때, 이미 그들은 사라져 있었다.
배주혁.
방금 읽었던 노트의 주인이자 과거 꽤 유명했던 수학자로 이 집에 살고 있던 사람이다.
노트의 내용처럼 외계인에 집착했던 사람인지 알 수는 없다.
그는 평소 이웃과의 접점이 거의 없을 정도로 집에 틀어박혀 살았다.
그러나 오히려 그 점 때문에 낯선 사람이 배주혁의 집에 방문했을 때 이웃 사이에서 기억에 남았다고 제보자가 말했다.
그런 사람이 도대체 왜 사람을 납치한 것일까.
아니, 애초에 납치가 아닐 수도 있다.
CCTV 영상과 제보자의 말에 따르면 실종된 두 남녀 모두 자발적으로 이 곳으로 왔다고 했다.
“흠….”
“바, 박형사님!”
아까 실망하고 떠난 경관이 소리 지르며 달려왔다.
“무슨 일이시죠?”
“이, 이걸!”
그는 작은 쪽지를 들고 있었다.
행여나 그것을 훼손 시킬까 조심스래 내게 건넸다.
나 역시 흰 장갑을 낀 손으로 그것을 받아 들었다.
[odd-even-3w
ADC0 20 B4A4 20 D749 D130 20 AC10 C5FC]
“노트를 찾았던 그 서랍을 완전히 들어내 봤습니다. 그러자 안에서 이런 게 나오지 뭡니까?”
경관은 자신이 증거를 찾아냈다는 사실에 흥분한 듯 자랑스래 말했다.
글씨체는 노트와 같다.
그렇다는 것은 배주혁이 쓴 쪽지라는 말이다.
“이, 이건….”
쪽지를 잠시 보고 있자 무언가 머릿속을 스쳤다.
그리고 노트를 잡으려던 순간, 문이 벌컥 열렸다.
“여, 여긴 마음대로 들어오시면 안됩니다!”
갑작스럽게 검은 정장을 입은 여러 인물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
경관이 소리쳤지만 그들은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우리들 앞으로 다가왔다.
“반갑습니다. 저희는 ‘이상 현상 특수 기동대’입니다. 지금부터 조사는 저희에게 맡기십시오.”
그들 중 리더로 보이는 큰 체형의 남자가 말했다.
“이상 현상? 그런 부서는 처음 들어 봅니다. 당신들은 누구요?”
내 말에 그는 조용히 휴대폰을 건넸다.
그곳에는 ‘통화 중’ 표시가 떠 있었다.
그것을 받아 귀에 가져다 대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박형사. 그들에게 지휘권을 인계하고 서로 복귀하시게.”
경찰 서장의 목소리다.
“그게 무슨 말이죠?”
“상부의 명령일세. 나도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우선 서로 돌아오게.”
“…….”
수상한 냄새가 풀풀 풍겼다.
그들은 다시 휴대폰을 받아 들더니 각자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 집안 곳곳으로 이동했다.
“바, 박형사님?”
경관이 불안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돌아 갑시다.”
“네, 네? 하, 하지만….”
“서장의 명령입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없어요.”
내 말에 리더는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난 잠시 그를 노려보고는 문으로 향했다.
“잠깐.”
그가 날 불러 세웠다.
“찾아낸 증거품은 모두 반납 부탁 드립니다.”
“…….”
난 몰래 챙겼던 쪽지를 그에게 건넸다.
“이건 쪽지군요. 이게 무슨 의미인지 밝혀진 것이 있습니까?”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희도 방금 막 찾아낸 참이거든요.”
“그렇군요. 아무튼 그 동안 수사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그는 여전히 싱글벙글한 표정이었다.
나가기 직전 리더의 얼굴을 돌아보았다.
귀 뒤에 작은 흉터가 있는 각진 얼굴이다.
난 집을 나오자마자 서둘러 경찰차로 달려갔다.
“바, 박형사님! 조, 조금만 천천히!”
“급합니다! 시간이 없어요! 한 글자라도 잊어서는 안됩니다!”
난 노트에서 읽었던 내용을 끝없이 되새기며 시동을 걸었다.
-
괴담은 쓰기 어렵네요
쪽지 내용이 본문이랑 관련 있는거임? 뭔말인지 모르겠다 - dc App
네. 쪽지는 글 안에 있는 무언가의 비밀을 적어둔 거에요!
배경지식 없이 풀수있는 퍼즐임? 아니면 해석좀..
와 씨 해석 힌트 안남겨준게 저거때문이구나 ㄷㄷ 개쩌네
귀뒤흉터감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