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끔한 얼굴의 청년이 회의실에 앉아있었다. 
어제 자른 듯 단정하게 잘린 머리카락, 왁스로 정돈한 잔머리. 누가 보아도 그는 사회초년생처럼 보였다.

회의실에 앉아있는 그의 얼굴은 긴장이 역력했고 탁자 위에 있는 물 한잔도 손대지 않았다.

그때 였다. 똑똑 소리와 함께 청바지를 입은 중년여성이 들어왔다.

"오래 기다리셨죠."

그녀는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청년이 벌떡 일어나 손사래 쳤다.

"아.. 아닙니다!"

"바로 오려고 했는데 횟집 김씨아저씨가 내장수급문제로 난동을 부려서 좀 늦어졌네요. 자 그럼 팀원들에게 인사하러 가볼까요?"

그녀를 따라 회의실을 나온 청년은 서둘러 발걸음에 맞췄다.

"보통 신입을 잘 안 뽑는데, 요즘 워낙 바빠서 안 뽑을 수가 없더라구요. 자 여기가 우리가 일하는 곳이예요."

그녀는 손가락을 들어 닫힌 문 앞을 가리켰다.
표찰이 붙어있는 문 옆으로 큰 유리창문에 옹기종기 모여서 수다를 떨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들어가기 전에 먼저 제 소개를 하면-"

그녀는 목에 둘러맨 사원증을 들어서 보여주었다. 

팀장 

방국봉


"반가워요. 고객전담 1팀 팀장 방국봉이예요."

청년이 이름을 듣고 살짝 당황한 얼굴을 하자 팀장이 입을 살짝 가리고 웃었다.

"이름이 너무 촌스럽죠?"

"아..아닙니다."

"이렇게 이름을 지어야 다음번엔 엄마가 아들을 낳을 수 있다고 해서 친할아버지가 지은 이름이예요. 옛날엔 너무너무 싫었는데 지금은.. 자랑스럽죠."

입을 가린 손가락 사이로 보인 그녀의 미소는 누구보다 속 시원해보였다.

"전 방팀장이라고 부르면 되고, 이제부터 팀원 한 명 한 명 씩 알려드릴게요."

문을 열고 들어가자, 문 밖으로 들리지 않았던 조잘조잘 거리던 목소리가 뚝 멈췄다.
그리고 방팀장과 함께 들어온 청년을 모두 반갑게 맞이했다. 얼굴은 모두 달랐지만 공통점은 모두 자부심이 가득한 미소였다.

"자-자- 시간이 얼마 없으니까, 인사는 짧게 할게요. 점심시간도 다 끝나가니까. 여기 막내의 자기소개는 가장 마지막에 하는 걸로 하고 한 명 씩 인사할게요."

"그럼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입을 연 젊은 남성은 마스크를 벗었다.
그는 구순구개열이 아주 심했지만 발음엔 문제가 없는 자였다.

"우동국입니다. 1954년도 나주에서 태어났습니다."

그 다음은 구안와사가 아주 심한 여성이 손을 들었다.

"전 엄어나예요. 얼굴이 이상하죠? 계모가 맨날 찬데 재우다 보니 이렇게 됐네~"

그리고 손가락이 각각 8개씩 붙어있는 남성이 꾸벅 인사를 했다.

"진노을 이예요. 이 손가락 덕분에 전 사이비 제물로 선택 받았지만 여기와서 다행이죠"

방팀장은 이제 남아있는 마지막 팀원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제 막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서있었다.

"김소영.."

부끄러운지 속닥거리듯 작은 목소리로 말하자 방팀장이 어깨를 토닥였다.

"우리 소영씨는 한 달 전에 들어왔어요. 어린데도 아주 실적이 똑 부러져요. 덕분에 우리 팀이 아주 우수평가를 받고 있답니다."

모든 이의 소개가 끝나자 방팀장은 청년에게 자기소개를 해보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뻣뻣한 몸으로 청년은 큰 소리로 대답했다.

"저는 송.윤.성 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모두 환영의 박수를 치자 방팀장이 마무리 박수를 짝 쳤다.

"자자- 이제 자기 책상으로 모두 돌아가세요. 이제 곧 일 시작 할 거니까요. 참참- 소영씨 또 낙농업 박사장님이 전화하면 나한테 돌려요. 곡계원 사장님한테 일러바칠거니까."

모두가 일사분란하게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가자 유일하게 남아있는 빈자리로 청년을 옮긴 그녀는 두꺼운 업무 메뉴얼과 콜센터 헤드셋을 손에 쥐어 주었다.

"원래는 며칠 적응할 시간을 주는데 요즘 너무 바빠서요. 그래도 일단 윤성씨가 할 수 있고, 익숙할 수 있는 콜로만 돌릴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구, 어렵다 싶으면 손 들어서 날 부르면 돼요. 아셨죠?"

"네, 알겠습니다!"

"좋아요 좋아. 그럼 1콜 넣어줄테니까 부담 갖지 말고 잘 해봐요. 오늘 10콜만 넘겨도 진짜 잘한거니까 알았죠?"

"넵!"

방팀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띠리리리 울리는 방송벨과 동시에 능숙하게 전화를 시작하며 콜들을 처리하는 직원들보면서 그는 긴장했다.
그리고 화면창으로 뜬 콜메시지를 본 윤성은 주먹을 꽉 쥐고 회의실에서 계속 외웠던 멘트들을 복기하며 목소리를 가다듬고 통화가 연결되길 기다렸다.

[누구십니까?]

[신철수님. 귀하의 딸이 분실물센터에 접수되었습니다. 현재 2리터의 피, 간 1개, 각막 2개, 골수 분실 상태입니다.....건강하게 만나길 원하십니까?]





"윤성씨 오늘 첫날인데도 너무너무 잘했어요. 20콜이라니~! 대박!"

송윤성은 머리를 긁적이며 자부심이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방팀장은 그의 어깨에 고심된다는 듯 손가락을 살짝 얹으며 말했다.

"이건 뭐 딴 팀에서 물어보라고 해서 물어본 건데, 거절해도 괜찮아요~ 다른게 아니라 수색팀에서 신나래양의 분실물 찾으러 갈건데 견학 할거냐고 물어서~"

"네?"

"윤성씨는 당연 내 팀이고, 팀이동이 아니라~
 거기 지금 인력이 딸린다고 해서 지금 살짝 도와주러 갈 수 있는지 물어보는거예요"

호호- 방팀장은 거절하지 않을 것처럼 웃었다. 물론 윤성도 거절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물론 가겠습니다!"

"그래요~ 그럴거 같았어요. 내가 도축수색팀장한테 잘 말해둘테니 몸 다치지 말고 조심히 다녀와요. 지금 바로 가면 돼요. 그들은 문 밖에 있으니까."

윤성은 자리를 정돈하고 가방을 챙겼다.
그리고 잘 다녀오라고 손 인사하는 팀원을 향해 꾸벅 인사했다.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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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성이 누군진 여기서 볼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