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초자연현상처리반 모음집
· 초자연현상처리반 모음집



Case 1.

-안녕하세요, 초자연현상처리반…….

-씨발, 여기가 어디야! 너흰 뭔데 내가 여기 있는 거야!

-관측기록사무 2팀 연결담당자 이혜령입니다.

-그건 됐고 여긴 어디냐고! 도대체…….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현재 귀하의 모든 권리는 초자연현상처리반에 양도되었음을 알리며, 귀하의 생명활동은 부득이한 사유로 정지될 수 있음을 알립니다.

-뭐, 뭐라고?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어디야! 어디냐고! 어디서 지켜보고 있는 거지! 그런 거지!

-현재 귀하의 위치는 확인되고 있으나 시각으로 관측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귀하의 GPS는 귀하의 자택에서 신호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여기가 씨발 내 집이라고?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진정하시고 주위를 둘러보시길 바랍니다. 귀하의 모든 권리가 초자연현상처리반에 양도된 만큼, 당사는 귀하의 생명 활동을 존속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

-날 여기서 꺼내줘! 꺼내달란 말……(무언가 덮쳐지는 소리)

(노이즈)

-……신호가 끊겼습니다. 다음 투입 준비해주세요.



Case 14.

-3시간째 걷고만 있는데 이거 괜찮은 거 맞습니까?

-네, 앞으로 42분 후 안개가 걷히며 패스트푸드점 하나가 나올 것입니다.

-이 좆같은 황야에 패스트푸드점도 다 있군요.

-절대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네? 4시간 가까이 걸으라 해놓고 들어가면 안 된다고요?

-앞선 사례에서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간 탐사자들 모두 사망했습니다. 생환을 바라신다면 들어가지 않는 걸 추천합니다.

-씨발…….



Case 32.

-우왓!! 이거 뭡니까!

-진정하셔야 합니다. 소리를 낮춰야 합니다. 건물 안이라고 소리를 질러도 되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하지만 이걸 보고도! 하!

(노이즈)

-탐사자?

(노이즈)

-(다른 보고 소리) 생명 활동 정지. 다음 투입 준비합니다. 후.



Case 47.

-도대체 저는 언제 여기로 옮겨진 거고 제 주머니엔 언제 이런 걸 넣은 겁니까? 이런 거 넣을 시간에 구출하는 게 맞지 않아요?

-현재 귀하의 정신성에 간섭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의 간섭은 불가능한 건 물론이고 귀하의 육신 또한 극렬한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는 점 아시길 바랍니다.

-극렬한 거부 반응은 또 뭡니까? 정신이 여기 있는데 육체가 도대체 어떻게 반응하는데요?

-현재 확인된 바로는 귀하와 비슷한 증상의 환자들을 강제로 깨우려는 시도에서 심장이 터지거나 뇌가 녹아내리는 등의 현상이 확인됐습니다.

-(중얼거리는 소리)

-귀하가 생환할 방법은 귀하가 계신 공간을 탈출하는 것이며, 당사는 귀하의 생환에 전적으로 협조할 것을 약속합니다.



Case 101.

-누나, 저 돌아갈 수 있는 거 맞죠?

-돌아갈 수 있습니다.

-저 시키는 대로 잘했죠?

-잘하셨습니다.

-누나, 사실 말 안 한 게 있어요…….

-누락된 보고는 생환에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무엇을 숨기셨습니까?

-그림자…….

-네?

-그림자가 없어요. 저 어떻게 되는 거 아니죠? (울먹이기 시작한다)

-침착하셔야 합니다. 그림자가 없다는 건 언제 아셨습니까?

-그게, 사실 처음부터…….

-좋습니다. 그림자가 없어도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게 증명됐으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정말이죠? 근데 있잖아요…….

-말씀하세요.

-지하실에 꼭 들어가야 해요?

-현재로서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어두운데……. 어두운 데는 무섭고…….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 길뿐입니다.

-……아아악!!!

-무슨 일이십니까!

-아아! 아아!!! 내 다리! 다리가!!! 아아악!!!

(성량으로 인한 노이즈)

-……사망 확인. 그림자가 없단 새로운 보고가 있었습니다. 현재까지 목격 증언을 취합해 새로운 가능성인지 아니면 기존의 탐사자들이 눈치채지 못한 것인지 대조해봐야 합니다.



Case 229.

-진짜 죽다 살았네…….

-잘하셨습니다. 정말 잘하셨습니다.

-하, 누님이 칭찬해주는 건 이번이 처음이네. 어때? 탈출하면 한 번 만나는 거 말이야. 진짜 들어줄 마음 생기지 않아?

-방심하시면 안 됩니다.

-예, 예. 어련하시겠어요. 하지만 말이야. 이쯤 오니까 나도 좀 알 것 같거든?

-알아채신 게 있습니까?

-당신, 언제부턴가 내게 묻기만 하고 지시하지 않아.

-……(기침 소리)

-그렇지? 그게 정확히 처음에 준 종이 쪼가리가 예언한 일이 전부 지난 다음이야. 그러니까…….

-예, 숨기지 않겠습니다. 현재 귀하는 당사가 파악한 현상의 최전방에 있습니다. 그 너머가 생환일지, 아니면 또 다른 현상일지, 저희로선 확신할 수 없습니다.

-하, 그럴 줄 알았어.

-죄송합니다. 하지만 당사는…….

-아니, 당사, 당사. 그만해. 혜령 누님. 우리 솔직하게 이름 까고 지내자.

-귀하에겐 당사의 직원과 친해질 권리를 부여한 적이 없습니다.

-야박하기는. 어차피 복도만 끝없이 이어져서 잠깐 떠든 것뿐이야. 문이군.

-어떤 문입니까?

-복도와 동일한 재질의 여닫이문이야. 문고리는 둥글고, 한 손으로 쥐기 딱 좋네. 음, 열려있는 것 같아. 어차피 열 수밖에 없지만.

-무운을 빕니다.

-응?

-무슨 일이십니까?

-이거, 당기는 문이야.

-네.

-문이 안 열리는데? 아니, 잠깐. 뭐야. 경첩이 안 보이잖아. 설마 복도 구멍보다 문이 더 큰 건가?

-네?

-……(멀리서 들리는 발걸음 소리)

-지금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았습니까?

-그건 내가 더 잘 듣고 있어. 하.

-…….

-하나만 묻자.

-마음껏 물어보시죠.

-누님은 몇 명을 죽음으로 내몰았지?

-귀하로 229명째입니다.

-화끈한 여자였네. (무언가 크게 부딪치는 소리)

-읏……. 사망 확인. 잠시 쉬겠습니다. 교대 부탁드립니다.



Case 453.

-끄, 끝이다. 끝이죠? 끝 맞죠?

-네, 이제 쭉 걸으시면 병상에서 깨어나실 겁니다. 81시간 동안의 긴 여정을 감내하시느라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귀하가 겪으신 일에 대한 정신적 피해는 당사에서…….

-씨발! 내가 해냈어!!! 해냈다고!!!

-소리 지르면 안 됩니다!

-씨발 다 좆까! 내가 해냈…….

(노이즈)

-…….

(노이즈)

-사망 확인. 매뉴얼 0번 항목 경고를 좀 더 적나라하고 강렬하게 할 것을 요청합니다.



Case 454.

-30분째 대답이 없습니다. 대답하지 않으면 이쪽에서 도와드릴 방법이 없습니다. 괜찮으십니까?

-…….

-지금 숨소리, 귀하가 내고 계신 겁니까?

-…….

-육체 이상 확인 부탁드립니다.

(작은 소리)

-(작은 목소리로) 네, 알겠습니다. (다시 또렷하게) 지금 곁에 있는 존재가 위협적인 존재라면 입가를 두 번 두드려주세요.

(톡톡)

-……그 존재가 제 목소리를 듣고 있다면 똑같이 두드려주시고, 아니라면 한 번만 두드려주세요.

(톡)

-처음부터 그 존재가 있었다면…….

-매뉴얼을 뺏겼어! 저 자식이 다 읽고 있다고! 씨발!!!

-네?

(노이즈)

-……사망 확인. 긴급 상황입니다. 초기 진입에서부터 심각한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현상분석과와의 면담 요청합니다.



Case 666.

-당신들 덕에 제가 이런 일을 겪고도 살아남을 수 있었지 않습니까. 고맙게 생각합니다.

-네, 귀하는 방심하지 마시고 끝까지 집중해 생환하셔야 합니다. 저를 비롯한 당사는 그것만을 위해 존재하며, 또한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지금 제 앞에 있는 저놈도 아는 사입니까?

-네?

-(작은 소리로) 아……으로…. 아여……. 아애….

-뭐라는 거야, 저놈.

-지금 누가 있는 겁니까? 누가 소리를 내고 있죠?

-누가 잔뜩 구긴 정장 입고, 시체 같은 외모에, 혀가 망가졌는지 발음이 제대로 안 되는데요?

-사람으로 보이십니까?

-사람이었던 걸로 보이죠.

-귀하를 위협합니까?

-음, 아뇨. 저를 돌려보내려는 것 같은데요. 앞으로 가면 안 된다고.

(계속 들리는 작은 소리)

-매뉴얼? 이거? 아, 알아보네요.

-매뉴얼을 알아본다고요?

-믿지 말라는데요?

-……귀하가 있는 공간에서 귀하 외의 지적 생명체는 모두 귀하의 적입니다. 협력자는 없습니다.

-음, 자기도 여기에 갇혔던 자라고 하네요.

-……이름을 들을 수 있습니까? 실제로 갇혔던 사람이라면 이쪽에 데이터가 있을지 모릅니다.

-아, 네. 당신 이름이 뭡니까? 구? 고. 영……. 아, 혀가 저래서 듣기가 힘드네. 고영민. 고영민이랍니다.

-(작은 소리로) 고영민 데이터 조회해주세요. (다시 또렷하게) 잠시만 대치하시면 조회 결과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아, 예. 그러죠.

(작은 소리)

-……도발하지 말고, 눈치챈 척하지 말고 자리를 벗어나거나 너머로 가실 수 없습니까?

-뭐죠? 무슨 일이십니까?

-귀하는 지금부터 제 말에 답하면 안 됩니다. 제 목소리는 고영민이라 자칭하는 존재에게 닿지 않지만 귀하의 답하는 목소리로 그 존재가 눈치챌 수 있습니다.

-…….

-고영민은 귀하가 속한 세계에서 첫 번째로 탈출한 생환자의 이름입니다.

-(침 삼키는 소리)

-절대 돌아가시면 안 됩니다. 저 존재를 뿌리치고 넘어가실 방법을 강구하셔야 합니다.



Case 1076.

-지금껏 생환율이 얼마라고요?

-(잠깐 논의하는 소리) 약 42%입니다.

-그거 진짜예요?

-생환율보다 더 중요한 건 귀하의 매뉴얼 수행 의지입니다.

-그거야 뭐 여태 잘 따라했……. 어 씨발.

-무슨 일이십니까?

-경첩 두고 왔다.

(무언가 크게 부딪치는 소리)

-……통계부. 이로써 생환율이 얼마나 떨어졌습니까?

(작은 소리로 1%가 깨졌다고 한다)

-매뉴얼 완성이 코앞입니다. 1% 유지를 위해 다음 투입 준비해주세요.



Case 1091.

-정말이지 살 떨렸습니다.

-잘 대처해주셨습니다.

-매뉴얼이 없었으면 죽었겠죠. 이런 건 도대체 어떻게 알고 준비하신 겁니까?

-모르시는 게 좋습니다.

-이걸 이대로 안 따라가고 죽었을 사람을 생각하면 불쌍하기 그지없군요.

-…….

-이대로 쭉 걸으면 된다는 거죠?

-네, 60시간 동안 고생하셨습니다.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마시고 끝까지 매뉴얼을 따라주세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이혜령 씨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닙니다. 귀하의 생환이 제 일의 보답입니다.

-아, 안개가 짙어지는군요. 드디어…….

(환호성 소리)

-생환 확인. 인도를 종료합니다. 후우…….

(시끌벅적)

-아, 이걸로 안전하고도 완전한 매뉴얼, 그리고 최소 생환율을 달성했군요. 다행입니다.

(한숨 소리)

-다음 현상 투입까지 휴가 좀 다녀와야겠네요.





Case 1092?

-아, 잠깐 졸았나. 근데 여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