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와 거래하는 법을 알고 싶다고?
광고하고 다닌 적도 없는데 어떻게 알고들 나한테 찾아오는지 원.
이렇게 찾아왔으면 대충은 들어봤겠지.
도깨비가 옛날 이야기 속에서만 등장하는 그런 존재가 아닌 것을 말이야.
도깨비들은 지금도 세상 속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고 있네.
겉모습으로는 사람이랑 구분도 못해.
그래도 도깨비가 사람 잡아먹는 괴물 이런건 아니니까 안심하시게.
도깨비들은 그런거 관심없어.
물론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들 중에 도깨비들이 좋아하는 것이 있는 것은 맞아.
먼 옛날에는 그걸 힘으로 빼앗기도 했지.
다행히도 과거 사람들의 왕과 도깨비들의 왕이 맺은 맹약 덕분에 지금은 서로 정해진 형식을 통해서만 서로 교류할 수 있네.
그게 바로 도깨비와의 거래야.
서론이 길어졌군. 이제부터 그 형식을 설명해주겠네.
복잡한건 아니지만 중요한거니까 못 외우겠으면 메모라도 해두라고.
이쪽에 연관되기 싫으면 지금이라도 그만둬도 되고.
좋아. 계속 듣고 싶다고 하니 이제부터 거래 규칙을 말해주지.
도깨비와 거래를 하려면 당연히 도깨비를 만나야겠지?
보통은 이 단계에서 막혀. 도깨비들이 '나 도깨비요~'하고 머리에 붙여놓고 다니는게 아니거든.
어찌저찌 도깨비를 만나더라도 그 도깨비가 거래를 원치 않으면 당연히 말짱 꽝이야.
물건 팔기 싫다는 사람, 아니 도깨비 붙잡고 제발 팔아줍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나?
그래서 거래 의사가 있는 도깨비를 만나는게 첫번째 단계.
두번째 단계는 도깨비가 제시하는 매물을 확인하는 것.
도깨비가 제시하는 매물들은 그때 그때 다르지만 대게 사람들 눈에는 매력적이라네.
자는 동안 알아서 수염을 깔끔하게 깎아주는 면도기, 불면증을 비롯해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숙면을 취할 수 있게 해주는 베개, 위험한 일을 당할 곳을 피할 수 있게 도와주는 나침반...
이런 유형의 매물 외에도 내일 급등할 주식 종목이나 후손들 운세가 피는 조상님의 묫자리 위치 정보 같은 무형의 매물도 제시하곤 해.
마지막 단계. 매물에는 그만한 대가가 필요하지.
도깨비가 제시하는 물건이 매력적인 만큼 그 대가도 상당하다네.
대가가 도깨비 기준에서 상당한거라 사람의 기준에서는 상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 다행이지.
어렸을 때 혹부리 영감 이야기 들어본 기억이 있을거야.
거기서는 도깨비들이 멍청해서 혹이 노래 주머니인줄 알고 가져갔다고 나와있지?
사실 그치들은 그거 다 알고 가져간거야. 그냥 큰 악성 종양이 필요해서.
사람의 기준으로는 이해할 수 없으니까 나중에 그런 이야기가 덧붙여진거라고.
매물이 무형이니만큼 대가도 무형으로 요구할 수 있다네.
예를 들면 미각. 말 그대로 대가로 내어주면 평생 맛을 못 느끼게 되는거지.
이 거래에서는 매물을 먼저 받기로 결정하고 난 후에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이야.
제시된 대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2번까지는 거절하고 다른 대가를 제시받을 수 있지.
그런데 3번은 거절하면 안 돼.
그럼 맹약에 쓰인 거래 약관 위반이라 도깨비가 대가를 임의로 가져갈 수 있게 되거든.
아무튼 이 정도면 알려줄 만큼 알려준거 같구만. 잘 적어두었나?
어디서도 못 들을 정보를 들었으니 나도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제시하겠네.
부디 약관을 위반하는 우를 범하지 말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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