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가 있음.
그 이유는 규칙 괴담이 두 종류이기 때문임.
종류 A) 읽는 이로 하여금 선택을 강제하게끔 하는 종류
이런 종류의 가장 흔한 타입은 서로 배치되는 항목 두 개가 있는 경우임. 예를 들면 저 밑의 신루 박물관 괴담 같은 경우에는 1. 이 경비실에서 절대로 나가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2. 4시 이전에 경비실에서 나가 근대사박물관의 시계 시침을 돌려라 이 두 개가 동시에 존재함. 이 예시 말고도 이미 클리셰가 되어버린 예시는 다음과 같음
4. Xx를 해라
5. 4번 항목은 존재하지 않으니 4번의 무조건 반대로 행동할 것!
배치되는 항목이 동시에 존재하기에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이며, 인간 이외의 악의를 지닌 존재가 이걸 썼다는 것은 그 존재의 존재감을 드러내 오싹함을 유발하는 동시에... 읽는이는 이 두 개 중 어느 쪽을 따라야 생존할 수 있을지 당장 스스로 결정해야 함. 주로 인외(악의적 인외)의 의도를 생각하면 파훼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걸 생각하는 맛이 있음.
이 "배치되는 두 항목" 클리셰 말고도 당장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이야기하는 게 n, n+1, n+2...의 생존양식을 말해주고 읽는이를 n+3의 상황에 놓는 경우가 있음. 이건 잘 쓰이지는 않음.
종류 B> 이 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추리하게 하는 괴담류
아파트나 공원, 병원 같은 한정된 장소를 대상으로 규칙이 씌여졌을 때, 그 규칙들은 연동되어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드는 경우가 많음.
예를 들어볼까?
이 갤에서 많은 추천을 받은 해동아파트 괴담의 경우 "방문객들은 안전하나 10대 중반 소녀만은 예외"라는 규정과 10층의 할머니에게 "혜진이는 찾으셨어요?"라고 물어야 하는 규정과, 실종전단지가 붙어있는 엘리베이터라는 세 개의 단서가 존재함.
이 단서로부터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어떤 혜진이라는 이름의 10대 중반 소녀(10층사는 애)가 실종되었고 그 결과 이 아파트는 그 10대 소녀를 찾고자 하는 집착의 공간으로 변화했다라는 걸 알 수 있음. 새벽 특정 시간에 10층으로 주민들을 유도하는 엘리베이터라던가. 그래서 그 소녀와 비슷한 나이대의 애들을 집어삼키는 거지.
그러니까, 심하게 변형되고 왜곡된 공간이...왜 그런 꼬라지가 되었는지를 규칙을 읽다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는 거지.
그 규칙을 읽으면서 예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추리하는 게 하나의 묘미임.
당연히 규칙은 과거의 사고를 6하원칙으로 전달하기 위해 쓰인 것이 아니므로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음.
위 해서아파트 예를 들자면 정자에서 담배를 피는 남자가 소녀의 실종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 수 없지.
필연적으로 서사에는 구멍이 생기고, 그 빈 자리를 최대한 독자의 유추력으로 채워넣게 되는 거임.
그건 소녀의 실종사건(혹은 살인사건) 같은 비극일 수도 있고 오컬트적 실험이 실패한 흔적일 수도 있고 한 맺힌 누군가가 있는 사건을 수도 있고... 아무튼 그 원한을 독자는 직접 끼워맞춰가야 하는 거지.
나폴리탄 규칙류는 기본적으로 사용자가 "참여해야 하는" 괴담임.
A식의 배치되는 항목이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 사용자는 악의를 지닌 게 어느 쪽인지, 왜 그런 지시를 했을지 생각하면서 스스로 깨닫게 되고, 이건 기존의 공포물과 차별화됨. 기존 공포물이 무서운 오브제를 독자의 눈앞에 들이다댄다면 나폴리탄류를 읽는 독자는 사유의 모래를 스스로 뒤져서 스스로 무서운 오브제를 찾아낼 수밖에 없음. 그러기에 무서움을 "발견"하는 순간이 더 충격이 큰 거고.
A의 예시로 예전에 읽은 호텔괴담에서는 1. 스산한 기운을 느끼면 구석으로 가서 눈감고 최대한 몸을 말고 가만히 있으세요 2. 1은 존재하지 않으니 반대로 하세요
라는 항목이 있었고 전체를 읽고 나서야 이 호텔에선 식인괴물들이 배회하는 설정이라는 걸 알고 1은 괴물들이 써놓은, 인간들이 "먹기 좋도록" 스스로를 한입크기로 만들도록 (몸을 말면 작아지니까) 유도하는 것임을 알았음. 1번 항목이 "공포스러운" 이유는 여기에 있음. 독자가 스스로 무엇이 무서운지 스스로 찾아내야 함.
마찬가지로 B식의,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정보의 단편만 가지고 사건을 유추해야 하는 경우, 이 경우도 독자는 무엇이 무서운지 스스로 찾아야 함. 물론 이 과정에서 창작자가 의도하지 않은 무언가를 이야기해버릴 수도 있음. 개인적으로 해서아파트의 예를 들자면, 실종된 소녀는 사실 죽었고 그걸 죽인 건 같은 층의 안경 쓴 남자이며, 남자는 지하주차장에서 그녀를 죽였다고 추리할 수 있음. 아파트에 들어가는 주민들은 임의로 피해자 (10대 중반 소녀)나 가해자 (안경을 쓰면 가해자가 됨/안경을 쓰면 네 발로 걷게 되는 이유는 짐승을 흉내내는 건데, 짐승이나 할법한 잔인한 방법으로 죽여서)의 역할을 맡게 되며, 10층이나 지하주차장으로 가는 것 역시 그 역할들을 맡는 행위임 (피해자/가해자는 거기 살고 거기에서 죽었음)
그리하여 이 아파트는, 원한에 압도되어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살인의 피해자와 가해자 역할의 롤플레잉을 강제하여, 영원히 끝나지 않은 지옥이 되었다는 이야기. 피해자는 비참하게 죽는 역할, 가해자는 죄를 지었으니 지옥에서 괴로워하는 역할을 각자에게.
이 추리가 맞는지 틀린지,혹은 원작자의 의도에 부합하는지는 여기서 따져보지 않아도 됨
중요한 건 이 추리를 하면서 독자는 이 살인사건을 상상했고, 공포를 "깨달았다"는 거임.
살인사건과 그에 따른 원한을 눈앞에 갖다대주고 떠먹여주는 게 기존 괴담이라면 이런 규칙류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공포의 오브제(살인과 그에 따른 원한)을 모래 속에 숨겨놓고 독자가 직접 찾도록 하는 거임
그렇게 함으로서 무서운 것이 있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을 독자가 가장 즐길 수 있도록 말이지.
그 이유는 규칙 괴담이 두 종류이기 때문임.
종류 A) 읽는 이로 하여금 선택을 강제하게끔 하는 종류
이런 종류의 가장 흔한 타입은 서로 배치되는 항목 두 개가 있는 경우임. 예를 들면 저 밑의 신루 박물관 괴담 같은 경우에는 1. 이 경비실에서 절대로 나가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2. 4시 이전에 경비실에서 나가 근대사박물관의 시계 시침을 돌려라 이 두 개가 동시에 존재함. 이 예시 말고도 이미 클리셰가 되어버린 예시는 다음과 같음
4. Xx를 해라
5. 4번 항목은 존재하지 않으니 4번의 무조건 반대로 행동할 것!
배치되는 항목이 동시에 존재하기에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이며, 인간 이외의 악의를 지닌 존재가 이걸 썼다는 것은 그 존재의 존재감을 드러내 오싹함을 유발하는 동시에... 읽는이는 이 두 개 중 어느 쪽을 따라야 생존할 수 있을지 당장 스스로 결정해야 함. 주로 인외(악의적 인외)의 의도를 생각하면 파훼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걸 생각하는 맛이 있음.
이 "배치되는 두 항목" 클리셰 말고도 당장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이야기하는 게 n, n+1, n+2...의 생존양식을 말해주고 읽는이를 n+3의 상황에 놓는 경우가 있음. 이건 잘 쓰이지는 않음.
종류 B> 이 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추리하게 하는 괴담류
아파트나 공원, 병원 같은 한정된 장소를 대상으로 규칙이 씌여졌을 때, 그 규칙들은 연동되어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드는 경우가 많음.
예를 들어볼까?
이 갤에서 많은 추천을 받은 해동아파트 괴담의 경우 "방문객들은 안전하나 10대 중반 소녀만은 예외"라는 규정과 10층의 할머니에게 "혜진이는 찾으셨어요?"라고 물어야 하는 규정과, 실종전단지가 붙어있는 엘리베이터라는 세 개의 단서가 존재함.
이 단서로부터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어떤 혜진이라는 이름의 10대 중반 소녀(10층사는 애)가 실종되었고 그 결과 이 아파트는 그 10대 소녀를 찾고자 하는 집착의 공간으로 변화했다라는 걸 알 수 있음. 새벽 특정 시간에 10층으로 주민들을 유도하는 엘리베이터라던가. 그래서 그 소녀와 비슷한 나이대의 애들을 집어삼키는 거지.
그러니까, 심하게 변형되고 왜곡된 공간이...왜 그런 꼬라지가 되었는지를 규칙을 읽다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는 거지.
그 규칙을 읽으면서 예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추리하는 게 하나의 묘미임.
당연히 규칙은 과거의 사고를 6하원칙으로 전달하기 위해 쓰인 것이 아니므로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음.
위 해서아파트 예를 들자면 정자에서 담배를 피는 남자가 소녀의 실종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 수 없지.
필연적으로 서사에는 구멍이 생기고, 그 빈 자리를 최대한 독자의 유추력으로 채워넣게 되는 거임.
그건 소녀의 실종사건(혹은 살인사건) 같은 비극일 수도 있고 오컬트적 실험이 실패한 흔적일 수도 있고 한 맺힌 누군가가 있는 사건을 수도 있고... 아무튼 그 원한을 독자는 직접 끼워맞춰가야 하는 거지.
나폴리탄 규칙류는 기본적으로 사용자가 "참여해야 하는" 괴담임.
A식의 배치되는 항목이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 사용자는 악의를 지닌 게 어느 쪽인지, 왜 그런 지시를 했을지 생각하면서 스스로 깨닫게 되고, 이건 기존의 공포물과 차별화됨. 기존 공포물이 무서운 오브제를 독자의 눈앞에 들이다댄다면 나폴리탄류를 읽는 독자는 사유의 모래를 스스로 뒤져서 스스로 무서운 오브제를 찾아낼 수밖에 없음. 그러기에 무서움을 "발견"하는 순간이 더 충격이 큰 거고.
A의 예시로 예전에 읽은 호텔괴담에서는 1. 스산한 기운을 느끼면 구석으로 가서 눈감고 최대한 몸을 말고 가만히 있으세요 2. 1은 존재하지 않으니 반대로 하세요
라는 항목이 있었고 전체를 읽고 나서야 이 호텔에선 식인괴물들이 배회하는 설정이라는 걸 알고 1은 괴물들이 써놓은, 인간들이 "먹기 좋도록" 스스로를 한입크기로 만들도록 (몸을 말면 작아지니까) 유도하는 것임을 알았음. 1번 항목이 "공포스러운" 이유는 여기에 있음. 독자가 스스로 무엇이 무서운지 스스로 찾아내야 함.
마찬가지로 B식의,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정보의 단편만 가지고 사건을 유추해야 하는 경우, 이 경우도 독자는 무엇이 무서운지 스스로 찾아야 함. 물론 이 과정에서 창작자가 의도하지 않은 무언가를 이야기해버릴 수도 있음. 개인적으로 해서아파트의 예를 들자면, 실종된 소녀는 사실 죽었고 그걸 죽인 건 같은 층의 안경 쓴 남자이며, 남자는 지하주차장에서 그녀를 죽였다고 추리할 수 있음. 아파트에 들어가는 주민들은 임의로 피해자 (10대 중반 소녀)나 가해자 (안경을 쓰면 가해자가 됨/안경을 쓰면 네 발로 걷게 되는 이유는 짐승을 흉내내는 건데, 짐승이나 할법한 잔인한 방법으로 죽여서)의 역할을 맡게 되며, 10층이나 지하주차장으로 가는 것 역시 그 역할들을 맡는 행위임 (피해자/가해자는 거기 살고 거기에서 죽었음)
그리하여 이 아파트는, 원한에 압도되어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살인의 피해자와 가해자 역할의 롤플레잉을 강제하여, 영원히 끝나지 않은 지옥이 되었다는 이야기. 피해자는 비참하게 죽는 역할, 가해자는 죄를 지었으니 지옥에서 괴로워하는 역할을 각자에게.
이 추리가 맞는지 틀린지,혹은 원작자의 의도에 부합하는지는 여기서 따져보지 않아도 됨
중요한 건 이 추리를 하면서 독자는 이 살인사건을 상상했고, 공포를 "깨달았다"는 거임.
살인사건과 그에 따른 원한을 눈앞에 갖다대주고 떠먹여주는 게 기존 괴담이라면 이런 규칙류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공포의 오브제(살인과 그에 따른 원한)을 모래 속에 숨겨놓고 독자가 직접 찾도록 하는 거임
그렇게 함으로서 무서운 것이 있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을 독자가 가장 즐길 수 있도록 말이지.
나폴리탄의 묘미
그래서 나폴리탄이 재밋음 난 사실 해동아파트를 쓸 때 "10층에 뭔가 있다"라는것만 생각하고 썼지만 읽는 이는 여러 상상을 할 수 있지 미지에 대한 공포를 극대화되고, 때문에 독자는 미지를 규정하기 위한 사고활동을 할 수밖어 없어짐
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