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부터 아버지께서 주말 텃밭을 가꾸시기 시작하셨다.
하지만 애초에 서울 태생 이었던 아버지가

키운 작물들은 문외한인 내가 봐도 형편 없었는데



맛은 둘째 치고 잘 안자라서인지 크기도
보통 보았던 작물들 보다 더 작았다.




그래도 사별 후 은퇴 까지 하신 마당에
집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 보다는
밖에 나가서 뭐라도 하시는게
좋아 보이기도 했고 표정도 더 밝아지신것 같아서
응원해 드렸다.



그렇게 몇년 동안 맛없던 채소들을 먹다가
지칠 때 쯤


이번에 가져 오신 당근을 먹고 서는 깜짝 놀랐다.
지금 까지 살면서 먹어본 당근중에 제일 맛있는 당근이었고
당근 뿐만이 아니라 감자나 고구마도 놀랄 만큼 달고 맛있었다.

- 아니 아버지 드디어 농사일에 눈을 뜨신 것 같아요. 이렇게 맛있는 당근은 처음 먹어봐요.

"흐흐흐 이번에 거름을 바꿔봤거든. 그게 아주 효과가 좋아"

거름을 바꾼 것 만으로 이렇게 맛이 바뀔수 있는지
바꾼 거름이 무엇인지 여쭈어 보고 싶었지만

아버지가 포대에서 꺼내 보여준 작물 들을 보고는
이내 입을 닫았다.

뭐 맛만 좋으면 됐지
생김새와 소리가 뭐가 중요하겠어.

당근 주스를 마셔야 겠다.
난 조용히 눈을 감으며 착즙기에 당근을 넣었다.

착즙기가 돌아가는 소리와
웃음 소리만이 집안을 따뜻하게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