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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6년 1월 7일. 20살.
그날은 추운 겨울이었다.
그리고 내가 처음으로 중간계에 들어왔던 때였다.
"거기 너, 방금 죽은 거야?"
"너 말이야, 너. 지금 주위 둘러본 너. 어, 나 쳐다본 너! 그래. 이리 와 봐. 이상한 사람 아니니까."
나의 중간계 생활은, 그날이 시작이었다.
"누구세요...?"
"이런. 소개가 늦었네. 난 오늘 널 인도할 신민규 의원이야."
"국회의원이나 되는 사람이 왜 저를...?"
"아는 동생이 나한테 특별히 부탁한 거라서. 동생이긴 한데, 지금 걔가 사는 시에선 완전히 실세야. 차기 지도자 후보거든. 당연히 부탁을 잘 들어줘야지. 안 그래?"
민규 오빠랑의 인연도 그때부터였다.
112세의 어린 초선 의원.
중간계에 처음 온 나로서는 92살이나 차이난다고 생각했지만... 인간계로 따지면 9살 차이라는 말이니까.
"여기가 시청이야. 우리 수정시에 온 걸 다시 한 번 환영해. 자, 이건 내 번호인데,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봐도 좋아. 그럼 난 이만 가볼게."
"...네. 안녕히 가세요. 신민규 의원님."
"어어. 아, 맞다. 네 이름은 뭐야?"
"...박윤설이요."
"예쁜 이름이네."
67-7년 6월 11일. 81살.
그날은 혼원시 관장, 희연이와 처음 만난 날이었다.
"반가워. 윤설."
"누구세요...?"
"난 혼원시 관장 박희연이야. 널 찾고 있었어."
"저를요...?"
"응. 자, 이 친구는 최혜원. 둘이 인사해. 혜원이가 두 살 많으니까 언니라고 부르면 되겠네."
"안녕하세요. 언니...?"
"후계자님. 반갑습니다."
"후계자요...?"
"관장님께서 박윤설님을 후계자로 지정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제게 후계자님을 모시라고 하셨습니다."
"네. 언니! 잘 부탁드려요!"
"아, 말 놓으셔도 됩니다. 언니라는 호칭도... 두 살 차이는 친구니까요."
"혜원이... 라고 부르면 되...나?"
"네. 그렇게 부르십시오."
"그럼 그렇게 할...게. 어. 혜원이...도 나한테 말 놔."
"전 당신의 비서같은 겁니다. 괜찮습니다."
"친구라며? 말 놔."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좋네. 자, 윤설. 나한테도 말 놔."
"네, 네?"
"얼른! 내 후계자라면 적어도 나랑 유대가 있어야 할 거 아냐."
"희, 희연 언니...?"
"언니... 굳이 언니라 부를 필요 없어. 친구하자."
"하, 하지만 나이 차이가..."
"상팔하팔이라고 하잖아. 위로 팔십, 아래로 팔십은 친구지 뭐."
"나이 차이 팔십 넘잖..."
"말대꾸하지 말고."
"응."
나는 그날 혼원시 관장의 후계자로 지명되었다.
솔직히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생전에 친동생이었다나 뭐라나.
하지만 그런 이유로 날 지명했다기에는... 희연이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67-18년 10월 4일. 92살.
"민주당 간다고???"
"아... 안 돼...?"
"...왜?"
"그냥... 보수자유당보다는 민주당이 더 맞을 거 같아서..."
그때 나는 그녀의 반응을 잊을 수가 없다.
그 반응은 혐오감도, 당혹감도, 실망감도 아니었다.
그건 다름아닌 기쁨과 만족감이었다.
"그래. 난 네 그 소신이 마음에 든다. 밀어줄 테니까 한 번 잘 해봐. 근데, 여기선 민주당 당선 어려운 거 알지?"
"...응? 화 안 내...?"
"화를 왜 내. 민주당이 잘못된 거야? 아니잖아. 그냥 나랑 다른 것뿐인데 왜 화를 내?"
반대파는 모조리 척결한다는 세간의 이미지, 91%라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지지율, 무서웠던 첫인상까지.
이 세 가지는 나에게 하여금 그녀의 이미지를 '무서워서 반대도 못 하는 시장'으로 고착화시켰다.
그러나, 실제로 옆에서 지켜본 그녀는 그렇지 않았다.
"관장님. 제 의견은 다릅니다."
"아. 수장님 의견은 어떠신가요?"
"제 생각엔 이러이러한 안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 그거도 좋은 생각이네요."
자신과 다른 의견을 항상 존중하고,
"하지만 이러이러한 부분에서 문제가 있을 거 같고, 제 안건보다 이러이러한 부분이 부족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 안건은 제 생각대로 진행하는 게 어떨까요?"
총명하고 추진력이 강했으며,
"하지만 관장님. 관장님의 안은 이러이러한 부분이 문제가 있습니다."
"아, 맞네요. 생각 못 했어요. 미안해요. 그럼 제 안은 철회하고, 뭐 다른 안 있나요?
그러면서도 자신이 잘못된 부분에 있어서는 빠르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그냥 자기주장이 조금 강한 총명한 리더일 뿐이었다.
나는 그녀를 언제나 동경했다.
'꼭 저런 관장이 되어야지.'
70-10년 1월 2일. 144살.
"나 사퇴한다."
폭탄 발언.
나는 바로 이유를 물었다.
"지금 우리 당에는 원내대표 할 사람이 없어. 죄다 가정보호법같은 악법에 목숨 건 구태들 뿐이야. 그러니까... 내가 원내대표를 해야 해."
"하지만 그러면... 관장직은?"
"네가 해."
"...에???"
"혼원시는 관장 선거 안 하고 추대되는 거 알지? 딱 10년 동안 실전 경험도 쌓을 겸 해서, 네가 해."
"그럼 내 의원 자리는...?"
"내 측근 하나 꽂을 거니까, 그건 걱정하지 마."
막무가내 행동.
그러나 반발할 수 없었다.
그녀의 의도에 사심이 일절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중간계에서 시장은 의원 나부랭이랑 비교할 수 없는 권력을 가진다.
특히, 아직도 '관장'이라는 칭호를 사용하는 혼원시의 관장의 권력은 어마어마하다.
관장은 투표로 선출되지 않는다.
세습직이다.
지지율이 30%든, 한 자리수든 헌법을 어기지 않는 한 자리는 절대 뺏기지 않는다.
심하구의 국회의원들도 사실상 관장이 지명하는 직이다.
당도, 인물도 상관없이 관장이 지지하는 사람이 당선된다. 그게 천사백 년의 관례이다.
그런 관장직을, 고작 정치싸움 하겠다고 던졌다.
그녀가 출마하려는 국회의원 지역구는 심좌구 갑.
그 지역구의 저번 총선 자유당 득표율은 7%다.
소위 말하는 민주진보당의 '텃밭'이다.
관장직을 버리고 거기에 출마하는 거? 자살행위다.
근데 그녀는 한다.
시민들을 위해 자살행위를 한다.
그리고 그해 6월 재보선에서, 그녀는 그 말도 안 되는 구도를 뒤집고 당당하게 당선되었다.
존경스럽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내가 정말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부담감이 온몸을 짓누른다.
77-16년 2월 9일. 290살.
희연이가 죽었다.
아직도 믿을 수 없다.
그녀 옆을 지키던 혜원이도 같이 죽었다.
내가 아끼고 의지하던 사람은 다 죽어버렸다.
민규 오빠를 포함해 여러 사람들이 내게 와 위로했지만, 내 마음의 공허함은 채울 수 없었다.
379세. 그녀의 나이이다.
너무 이른 나이에 죽었다.
날 위해 준비된 그 어떠한 시스템도 존재하지 않았다.
심지어 곧 있을 총선은, 혼원시 관장이 '혼원시장'의 명칭으로 정식 변경되고, 선거로 선출하는 첫 해이다.
이것 역시 그녀의 작품이다.
자기 손으로 권력을 버린 것이다.
그런 사람이 내 전임이다.
이거보다 못했으면 못했지, 잘할 자신이 전혀 없다.
난 그런 상황에서, 혼원시에서 가뜩이나 불리한 진보당 당적으로 당선되어야 한다.
난 자신 없다.
그녀만큼 잘할 자신이 아예 없다.
특히, 내 편이 아예 없는 지금은 더더욱 자신 없다.
그래. 내 편을 만들자.
하지만 어떻게...?
아. 좋은 생각이 났다.
죽은 혜원이라면 내 편이 되어줄 것이다.
그림자로 모조품을 만드는 건 내게는 일도 아니다. 그건 사람이라고 예외가 되는 건 아니다.
혜원이를 만들어서, 비서실장에 앉히자. 그리고 언론에는 폭발을 비껴갔다고 해야지.
완벽해.
77-20년 4월 11일. 294살.
이겼다.
혼원시에서 진보당 당적으로 이겼다.
이게 전부 혜원이의 조언 덕분이야.
아, 사실 내가 만든 거라서 내 뜻대로 말하긴 해.
그치만 어쨌든 혜원이가 말한 거니까, 상관없는 거 아닐까?
78-14년 5월 19일. 308살.
진보당에서 탈당하고 보수당에 입당했다.
이 쓰레기같은 정당.
아무리 다른 당이라고 해도 희연이를 모욕하다니...
내 우상을 모욕하는 건 참을 수 없어.
내가 알던 진보당이 아니야.
민주진보당 때 민주당 세력이 통합보수당으로 갔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
진보당은... 쓰레기 집단이야.
다 없어져야 해.
중간계를 위해서는 저 망할 당은 사라져야 해.
86-20년 4월 11일. 474살.
사회진보당 209석이라고...?
저 쓰레기 집단이, 300석 중 209석이라고?
생각해보니 내 득표율은 왜 50.6%였지...?
분명 지난 중선까지만 해도 75% 넘었잖아...
지지율은 또 왜 이러고...?
분명 희연이가 이 자리에 있었을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내 능력이 부족한 건가...?
...아니야. 그럴 리 없어.
그래. 희연이를 폄하하던 그런 쓰레기 집단이 정상적일 리 없어. 분명 이건 그 새끼들 잘못이야. 걔네들이 국민들을 세뇌해서... 그래서 그런 거야.
87-6년 4월 21일. 480살.
암살 시도라니...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난 잘 했는데...?
"왜 사람들은 내가 한 걸 몰라줄까, 혜원아?"
"그건... 시장님이 국민들의 뜻을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
이럴... 이럴 리가 없어.
난 잘 하고 있다고.
아.
그런 거였네.
불량품이네.
오래 쓰긴 했지.
교체해야겠다.
"...불량이네."
다시 만들었어.
이번엔 내 말을 듣는 쪽으로...
"왜 사람들은 내가 한 걸 몰라줄까, 혜원아?"
"다들 시장님의 뜻을 몰라보는 거니까요."
"혜원아. 넌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지?"
"그럼요. 시장님."
"그럼... 나랑 언제든 함께할거지?"
"물론이죠."
"그래. 혜원아. 난 너만 믿을게."
"충성을 바칠게요. 충성을..."
그래. 이게 맞아.
내가 옳아. 난 항상 옳아. 혜원이도 인정했잖아.
그럼 이제 뭘 해야 할까?
아, 그래. 시민들을 세뇌시키는 그 쓰레기 집단을 척결해야지.
그림자로 군사를 잔뜩 만들고, 그 쓰레기 집단을 모조리 없애는거야.
그러려면... 대상은 아무래도 사신학교 애들이 좋겠지?
후배들아, 미안하다.
그치만... 이건 혼원시를 위한 일인걸.
87-6년 8월 16일. 480살.
자, 군대는 이제 다 만들었어.
이제 남은 건 쓰레기 집단 척결이야.
완벽해.
계엄을 내리자.
그리고 저 쓰레기들을 전부 없애자.
87-6년 8월 19일. 480살.
사회진보당 녀석들 뿐 아니라... 우리 당까지... 날 배신해?
난 옳다고. 너희가 틀렸어.
너희도 세뇌당한 거야?
다른 건 몰라도... 이승휘, 민서진, 이주현, 한성훈... 니네 넷은 날 배신하면 안 되잖아.
니넨 내가 꽂았잖아.
너네도 세뇌된 거야?
...하. 역시 이래서 그림자가 좋아.
"그치, 혜원아?"
"네. 물론이죠."
"내가 다 옳지?"
"네. 물론이죠."
"항상 내가 맞고 쟤네가 틀린 거지?"
"네. 물론이죠."
봐. 항상 맞는 말만 해.
완벽해.
난 옳아.
이제, 남은 쓰레기 집단들도 마저 정리하러 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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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글은 모든 질문 성심성의껏 대답합니다
박윤설 시장도 결국 김지민처럼 변해버린건가 너무 아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