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보면 뻔한 이야기입니다.


대개의 꿈과 관련된 미신이 그렇듯 단순한 자각몽의 오류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나름의 궁색한 증거와 숨길 수 없는 두려움 때문에 이 사실을 여기서라도 털어놓게 되었습니다.







기억나는 가장 옛날의 경험은 8살 때, 여름방학 중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가족들과 바닷가로 여름휴가를 갈 예정이었습니다.


학교 다녀봤자 얼마나 다녔겠나 싶지만, 그래도 처음 맞는 방학에 어린 마음이 괜히 들떴었습니다.




그 기대감 때문인지 저는 바닷가로 떠나는 여행에 대한 꿈을 여러 번 꾸었습니다.


대부분은 한여름인데도 갑자기 눈이 내려 바다에 갈 수 없다든지, 교장 선생님의 사악한 음모로 방학이 갑자기 끝나버린다든지 하는 별 의미없는 불안감에 관한 꿈이었지만, 한 꿈은 조금 달랐습니다.




두서없고 맥락없어야 한다는 꿈의 보편적인 법칙에서 벗어나 무척 현실적이고도 담담한 꿈이었습니다.


부모님은 바람과 씨름하며 간이 텐트를 설치하고 계셨고, 두 살 어린 동생은 아직 차의 카시트에 누워 잠자고 있었습니다.



저는 뜨거운 볕에도 굴하지 않고 바다에 발 한 번 담궈보려 정신없이 뛰쳐나갔습니다.


그리고선 바다에 뛰어듭니다.




꿈은 거기서 끝납니다.



그리고 저는 그 꿈을 처음 꾼 날부터 진짜로 바다에 가기까지 계속해서 그 꿈을 꾸었습니다.


꿈속의 저는 변함없이 파도가 치는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그 시원해보이는 바다 덕에 여름 휴가에 대한 저의 기대는 계속해서 커져갔습니다.



마침내 그 날이 되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교통 정체를 피하기 위해 새벽같이 출발했지만, 점심 때가 되어서야 겨우 도착했습니다.




부모님이 트렁크에서 텐트와 접이식 의자를 꺼내시고, 저는 강아지처럼 그 주변을 폴짝거리며 뛰어다녔습니다.



꿈에서 몇 번이고 본 그 장면이 눈앞에 나타나고, 저는 마찬가지로 바다로 뛰어들어가려고 했습니다.




경쾌한 첨벙 소리와 함께 저는 갑작스레 중심을 잃고 모래사장에 얼굴을 박습니다.





너무 얕은 물에 다이빙한 나머지 발목을 접질린 것입니다.





저는 훌쩍이고 절뚝이며 부모님을 찾아가고, 부모님은 짓던 텐트를 던져 놓고 저를 살피시고, 자던 동생은 갑자기 깨어 울고, 바람에 텐트가 멀리 굴러가버리고, 저는 가시지 않는 통증에 울어대고.


주변의 병원을 찾아 급하게 차를 몬 나머지 가벼운 교통사고마저 나버렸었습니다.



기대했던 여름 휴가의 모습과 그리 비슷하진 않았죠.



그날을 며칠이고 기대해온 저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고, 이상한 꿈 때문에 다쳤다고 생각하며 무척 짜증을 냈었습니다.









두 번째는 아마 3학년 봄 때쯤, 엄마의 질책에 하교 후에 교실에 놓고온 우산을 찾으려 돌아가고 있는 장면의 꿈이었습니다.



첫 번째 '예지몽'은 몇 년 전의 기억이었지만 어린 저에게 너무나 큰 낙담이었던터라 뚜렷하게 기억에 남아있었습니다.


그 때도 8살 때의 경험과 똑같았습니다.



사건이 일어나기 며칠 전부터 똑같은 꿈을 꾸었고, 그 꿈은 항상 같은 장면에서 멈췄습니다.





저는 이번에도 불행이 닥쳐올 것을 예상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예 그 불행을 피해버리자고 결심했죠.



저는 꿈에 나오는 긴 파랑색의 우산 대신 작은 접이식 우산을 챙겼고, 집에 갈 때 우산을 빼먹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저는 학교에 가지 않았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전교생이 학교에 가지 않았습니다.



저희 반에서 한 노숙자가 자살했다는게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그 사건이 있던 후 어른들이 하도 쉬쉬했기에 대체 왜 초등학교에 몰래 들어왔는지, 무슨 사연이 있기에 자살을 선택했는지는 결국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 광경을 보았다면, 분명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 되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기억에 강렬하게 남은 '예지몽'은 2학년 2학기의 기말고사 때 독감에 걸려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약 한달 전에 꾸기 시작한 그 꿈을 예방하기 위해 저는 철저한 컨디션 관리를 시작했고, 기말 때도 최상의 컨디션으로 시험을 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예지몽에 대한 한 가지 사실을 더 알게 되었습니다.



옷을 두껍게 입고 목도리를 반드시 챙겨다니면서, 더 이상 반복되는 꿈을 꾸지 않은 것입니다.




아마 더이상 감기에 걸리지 않을 상태가 되었기에, 그런 불행을 암시하는 꿈도 사라졌을 것입니다.








꽤나 놀라운 재능이지만, 이걸 주변에 밝힌 적은 없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상황판단이 잘 되지 않는 어린시절부터 예지몽 비슷한 것을 겪어봤기에 너무 당연한 일로 받아들인 것입니다.



나중에 이런 꿈이 특이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되었지만, 여전히 딱히 털어놓지는 못했습니다.



애초에 정확히 무엇이 불행의 원인이 되는지 알려주지도 않고, 단편적인 상황만을 보여주니 그 상황이 바로 닥쳤을 때야 대처하기 쉽지만 예방하긴 꽤 어려웠습니다.



무엇보다 미신을 믿는 것 같아 부끄러운 마음도 있었습니다.







영원히 우연에 가까운 행운으로서 이 예지몽을 비밀에 부치려 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너무나 두려웠습니다.


제가 알게 된 것이 너무 두려워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10월 말 쯤이었던가, 저는 이미 연말의 예지몽을 하나 꾸었고 그것을 적당히 해결했었습니다.


거실에 놓은 크리스마스 트리의 조명을 살펴본 뒤 방에 들어가는 것이었는데, 그냥 트리를 사지 않기로 결심하자 그 꿈을 더 꾸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예지몽을 여럿 겪으며 그 불행을 피하는 방법에도 익숙해진 것이죠.




보통 예지몽이 최소 몇 달에서 어쩌면 년 단위까지의 주기로 찾아오기에, 저는 과제를 끝낸 편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고 있었습니다.




그 때 그 꿈이 찾아왔습니다.




밤중이었습니다.


왜인지 저는 전자 시계를 한 번 확인합니다.




12월 31일. 11시.. 58분.


그 현실적인 꿈을 몇 번이고 반복하여 보았기 때문에 시간과 날짜는 확실합니다.



그렇게 잠깐 시계를 확인한 저는 그대로 고개를 들고, 밤하늘을 바라봅니다.




거기서 꿈은 끝납니다.






그것이 어떤 운명을 예언하는 꿈임에는 의심이 없습니다.



어린 시절부터의 경험이 말해주고, 제 직관또한 확신해 마지 않아합니다.







저는 우선 제 시계를 모두 버립니다.


꿈은 아직 반복됩니다.


저는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연말에 몸조심하라는 안부 연락을 합니다.


꿈은 아직 반복됩니다.


저는 암막커튼과 방범창을 구매합니다.


꿈은 아직 반복됩니다.


저는 병원에서 정밀한 진단을 받습니다.


꿈은 아직 반복됩니다.


저는 호텔을 하나 잡았다가, 취소하고는 아예 비행기표를 끊습니다.


꿈은 아직 반복됩니다.


저는 지인들과 헤어지고 전화번호와 메일을 바꿉니다.


꿈은 아직 반복됩니다.


저는 성형을 하고 스타일을 바꿔 과거의 모습을 아예 찾아볼 수 없도록 합니다.


꿈은 아직 반복됩니다.








그리하여 저는 제가 평생 올 줄 몰랐던 중앙아시아의 한 작은 호텔에 와있습니다.


주변 사람들과는 아예 연락을 끊어버렸고 저 자신의 수많은 부분을 바꾸었습니다.


그러나 꿈은 아직 반복됩니다.



여전히 저는 불행을 피할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운명이 제 앞으로 다가옵니다.



12월 30일, 그러니까 바로 어제까지도 저는 같은 꿈을 꾸었습니다.




올해의 끝에, 가장 적확한 연말의 한 끝에 저는 밤하늘을 쳐다봅니다.



그 하늘은 어둡고 헤아릴 수 없습니다.







제발 그 꿈을 더이상 꾸지 않기를 바라며, 저는 이른 잠을 청하고자 합니다.


두렵고, 무엇보다도 두렵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제 최후의 고백입니다.













부디 좋은 밤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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