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이렇게 널 다시 볼 줄이야

상황이 상황이라서, 하하

그래도 반가워

얼굴 보니 좋네

보고 싶었어

지금은 아니었지만

궁금한 게 많아 보이네

음, 뭐라고 해야 하나

너 아직도 소설 읽는 거 좋아해?

그런 거 보면 드물지 않은 소재잖아

불멸이란 거

불멸은, 음, 대부분 굉장히 부정적인 소재로 많이 나오지

탐욕과 이기심의 결과물, 부패의 최종적 목표, 그럼에도 후회스러운 것

대부분 자기 주변인의 소멸을 보며 고통받는 것으로 묘사되지

그런데도 정말 매력적인 소재 아니니?

세상에 그 자체로써 영구한 건 없잖아

생명은 썩어 버리고

무생물은 바래 버리고

언젠가는 모든 것이 사라지겠지

아무리 길더라도 모든 것에는 한계가 있는 거야

그렇기에 생명체들은 본능적으로 소멸을 두려워하고

바라는 거겠지

불멸을

사고가 불가능한 생명체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을

어느 정도 사고가 가능한 생명체는 번식으로써 이어짐을

우리 인간 같은 고등 생명체는



기억으로 인해 영구해지는 것을

어떤 사람은 놀라운 업적을 성취함으로써

어떤 사람은 최악의 행동을 저지름으로써

어떤 사람은 모두에게 다정함으로써

최대한 많은 동족에게 자신이 기억되고 회자하기를 바라는 거야

그렇지만

놀라운 업적은 더 대단한 업적에 바래지고

최악의 행동은 신선한 자극에 밀려나고

선행도 악행도 인간의 무심함에 흐려지겠지

그래

우리의 종족이 멸종할 때까지 기억되는 것

불멸이란

그런 단순하고 직관적인 것으로는 성취할 수 없는 거야

결국 불멸은 환상일까

인간의 상상력에서만 나올 수 있는 픽션인 걸까

그래도 나

영구해지고 싶었어

꿈꾸는 것으로 비난받는 생명은 없어야 하잖아, 그치?

음, 실패하더라도

영원하기를 추구해 보고 싶었어

잊히고 싶지 않아

그런데 나에게는

업적이니 뭐니 할 재능도 없어서 말이야

가장 모험적인 가설을 증명하는 중이야

그거 알지?

많은 종은 천적을 피하는 본능이 유전자를 타고 내려온단 거

냄새, 환경, 외관 같은 거 말이야

피해야 살잖아

그러니 어쩔 수 없지

기억하는 수밖에

그렇게 기억됨으로써라도 난

영구해질 거야

영원하고 말고, 적어도 인간이 멸종할 때까지는

혹은 진화한 인간의 후손을 매개로

더 오래오래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이렇게 되어서 유감이야

하지만 친구가 꿈을 꾸면 응원해 주는 게 좋은 친구이지

이미 벌어진 일이니, 이참에 응원해 주길 바라

고마워

미안해

그럼,



나의

불멸을 위하여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