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왔다.


꼴이 왜 이러냐고? 그 재난문자 못 받았니
사람들이 미쳐가지고 다른 사람 물어뜯고,,,
물린 사람이 또 다른 사람 물어뜯고,,

일단 나부터 좀 묶어둬라. 그 뭐냐 살아있는 감염자 샘플?
그런거 또 어디서 구하겠어. 그래도 너무 오래 방치하진 말고,
적당히 어디로 좀 보내줘라. 기왕이면 우리 아파트 후문쪽이면
좋겠네.

어쩌다 당했냐고? 그래도 형이 한가닥 해서 어찌저찌
아파트까지는 무사히 왔는데.. 왠 익숙한 아줌마가 형한테
안기더라고. 그래서 좀 안아드리고 왔다 ㅋㅋ

시간이 별로 안 남은거 같네. 형 말 잘 들어둬.

일단 우리 아파트 근처에 있는 것들은 다 치워뒀다.
아마 당분간은 안전할거 같은데 잘 모르겠네.
되도록이면 외출하지 말아.
집에 있는 것들로만 해도 대충 한 달은 버틸거고,
굳이 먹을거나 물건 비축하려고 나가지 말라는거야.
상식적으로 저것들도 먹을게 없거나 몸이 썩어들어가거나 해서
어느정도 지나면 못 움직이지 않을까.
일단 최대한 버텨보고 나중에 나가던가 해.


이게 병인지 뭔지. 어떻게 퍼졌는지 알수가 없으니까 라디오 24시간 틀어놓고 일단 수돗물 마시지마.
그래도 욕조나 통같은거에 물은 다 채워두는게 좋다.
언제 끊길지 모르니까 ㅇㅇ.
비슷한 이유로 보조배터리나 라이트 같은것도 미리 다 충전해둬.


그리고 절대 집에 혼자있는 티 내지 마라. 절대.
여러사람이 있는 척 하던가
아니면 차라리 아무도 없는 빈 집인 척 해.
재난영화에 나오는 것 처럼 사람이 제일 무섭다,
이게 아니라 그냥 우리 아파트 사람들 좀 이상하다.
넌 잘 모르겠지만... 그동안 일이 참 많았어.
201호 민수랑 803호 이모님 빼고는 다 경계해.



아 시발 환장하겠네. 어우 토할거같애.
아직은 괜찮으니까 형 말 잘 들어줘.


가능하면 믿을 수 있는 페어를 구해.
완전히 무방비한 상태가 되지 말라는거야.
민수랑 연락을 해서 같은 방에 있거나,
네 친구들이라도 모아서 같이 생활해.
집 밖으로 나가지만 않으면 어느정도 안전하긴 하겠지만,
사람에게서는 집도 널 지켜주지 못할거야.
절대로 혼자 있다는 것을 티내지 말고, 경계가 풀린 상태가 되지마.
정 안되면 근처 펫샵이라도 가서 데려오던가...
아, 혹시 이모님이랑 같이 있게 되면 그분에게는 절대, 절대로
무례하게 굴면 안된다. 뭐 넌 원래 그런 성격은 아니지만 혹시라도.


배고프다.


군인이든, 경찰이든 누가 찾아와서 노크하면 절대 문 열어주지 마.
방공호를 구축했다거나, 뭐 생존자 캠프를 만들었다거나
별 개소리를 다할텐데 믿지 마라.
오면서 봤는데 멀쩡한 인간, 감염된 인간 할 것 없이 죄다 쏴죽이고 있더라.
좋은 의도로 우리 집에 온건 아닐거야.


아까도 말했지만, 라디오 키고 티비도 키고 최대한 정보를 모아둬.
아직은 그래도 인터넷도 되고 방송도 하는거 같은데 언제 끊기고
언제 더 상황이 안좋아질지 모르니까.
무슨 상황인지는 너도 파악하고 있는게 좋겠지.


밤에는 그냥 뭐 하지 말고 자라.
어제 저녁부터 집으로 돌아오면서 본건데,
해가 지고 달이 뜨면 저것들이 사람행세를 하더라고.
이성이 돌아오고 멀쩡해진 연기를 하다가,
다른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면,,,,  
그러니까 혹시라도 밤에 누가 찾아오면 절대 문 열어주지마.
밤에 알게 된 사람이 있으면 라이트로 한 번 지져봐.
왜 그 ㅋㅋ 형이 군대에서 가져온 라이트 있잖아. 엄청 밝은거
그거 비쳐봤는데 반응 없으면 사람 아니다.
보름달이 뜨는 날엔 집에 죽은듯이 있어.
달이 뜨면 사람행세를 하는 것들이,
보름달이 뜨면 뭔 지랄을 할지 상상이 안된다 난.
그러니까 우리 집에도 절대 달빛이 안 들어오게 신경써.
내 모습인 그게 뭔 지랄을 해도, 이제 네 형은 없는 사람이야.


마지막으로, 우리 엄마 굳이 찾지 마.
나 연하 좋아하는거 알잖아 ㅋㅋ 아줌마 관심 없어.


혼자 두고 먼저 가서 정말 미안하다.
어떻게든 살겠다고 기어왔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 사람 머리는 차마 못 깨겠더라고.
이렇게 된 세상이어도, 그냥 살아주라. 언젠가 상황이 나아질거야.
혹시 알아? 나중에 너가 예쁜 여자라도 구조해서 같이 지낼지 ㅋㅋ






아.

이제 진짜 다 됐나보다.

혼자 있고 싶으니까 30분만 이따 다시 와.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