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너 오늘 에어팟 잃어버렸지?

잃어버린 게 중고로 샀던 거 맞고?

...맞다고?

그럼 그게 과연 너가 '실수'했다거나 '깜빡'해서 잃어버렸다고 생각해?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지금?


잃어버린 것도 열받는데 무슨 개소리냐고?

무작정 화만 내지 말고 우선 내 말에나 집중해

그냥 지나갈 수도 있는 거 기껏 사람 살리겠다고 선심 쓰는데

그렇게 기분 안 좋은 티 내면 내 입장에서도 썩 유쾌하지만은 않아



우선 너 당근 들어가봐

직거래 말고 택배로 받았지?

너한테 그거 판 사람 채팅 내역 남아있어?

없지? 그럼 100% 내가 아는 그거 맞아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새겨 듣고 그냥 지켜 이유는 묻지 말고




첫 번째로 우선 당분간은 새로 사지마

줄 이어폰이나 무선 이어폰...아무튼 이어폰 종류는 전부 다

한...일주일쯤은 그냥 없이 살아

걔네들은 너가 '이어폰을 잃어버리는 것'에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이어폰을 쓰지 않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거든




두 번째는 너 잘 때 어디서 자니?

그니까 내 말은...자려면 누워서 잘 거 아니야?

누웠을 때 옆이 창문하고 가깝냐? 아니면 현관문하고 가깝냐?라는 뜻이야



만약 창문에서 가깝게 잔다고 하면 가끔 바람이 강하게 불 때가 있어

그럼 바람이 멎을 때까지만 숨을 참아

그냥 바람 불 때랑 어떻게 구분하냐고?

보통은 바람이 엄청 세게 불면 창문이 덜컹덜컹 하잖아?

근데 내가 말한 경우에는 창문은 멀쩡한데 바람 소리만 크게 날 거야

애매하다 싶으면 그냥 참아 니가 뭘 할 수 있겠니?



만약 현관에서 가깝다면 문을 누군가 쾅쾅쾅 두드릴 거야

그건 어떻게 구분하냐고?

아 사람이면 문 두드려서 응답 없으면 인터폰이나 벨 누르겠지

아,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확인은 해봐

조심하면 조심할수록 좋지



아 근데 잠 못 자는 거 아니냐고?

괜찮아 걔네도 양심은 있는 건지 무슨 원리인진 모르겠는데

적어도 잠들었을 땐 안 건드리더라고

내 추측이지만 아마 사람이 의식이 분명하게 있을 때만 살아있다고 인식을 하는 거 같아
혹은 그 소리를 듣지 않는 것도 방법...인데

아까 말했듯 걔네들이 그걸 가만 냅두지는 않을 거야

또 다시 잃어버리겠지



나는 창문 옆에서 자는 편인데 저번에 잠이 들랑말랑한 상태라 비몽사몽해서 숨을 쉬어버렸거든?

창문을 존나게 두드리더니 다음 날 보니까 방충망이 손톱 모양으로 다 찢겨있더라

아마 의식이 반쯤 잠긴 상태라서 여기서 그친 거 아닐까?






자, 그럼 세 번째로 간다.

밖에 외출할 때 종류 불문하고 이어폰 낀 사람이 너를 혹은 너가 있는 근처를 뚫어져라 쳐다보면 숨 참고 지나가

도를 아십니까 이런 거면 어쩌냐고?

그럼 더 피해야지 븅신아



왜 자꾸 숨만 참냐고?

걔네는 청각만 빌린 거라 숨소리만 안 들리면 아무 것도 못해

이미 너한테 함정을 파놓는다고 힘을 너무 많이 썼을 거야

그래서 일주일만 참으라는 거지

걔네 남은 힘으로는 그게 한계니까




마지막은 좀 어려울 수도 있어

집에 있는 소리에 너무 집중하지 마

가령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 시계 째깍쨰깍 소리, 냉장고 소리, 컴퓨터 본체 소리 등등

의식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묻히는 소리들 있잖아?

그것들이 흉내 내는 소리일 수도 있어

집중하는 순간 너의 머릿 속은 그것들 잔칫상이지 뭐

한 2~3초 의식하는 건 괜찮지만 그 이상은 안돼





그래도 몇 개 안되니까 할 수 있지?

그래도 최대한 조심에 조심을 거듭해

아까 말했잖아 걔네들 힘을 많이 쓴 상태라고

즉, 너를 놓치면 걔네들은 아무런 힘도 없이 여길 떠돌아 다녀야 해

이미 사람을 잡아먹은 죄가 있어서 성불도 못하고 말이야

그러니 필사적으로 너를 노릴 거야...



나는 왜 그렇게 자세히 알고 있냐고?

너가 나한테 대답할 때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너 쳐다보는 거 못 느꼈어?

약간 '저 새끼는 뭔데 혼자 떠들지?' 라는 표정으로?

아...다들 이어폰 끼고 있어서 최대한 시선을 피했다고?

잘했다 야...너는 살아남을 수 있을 거야



아 마지..막으로...할...말...있는...







그 순간 나와 대화하던 녀석이 사라졌다.

마지막 할 말은 뭐였을까?



삑-



집을 가기 위해 버스에 올라탔다.

빈 자리가 있나 둘러보려는 순간

나는 급히 앞문으로 버스를 내렸다.





버스 안에서 이어폰 낀 사람들이

전부 다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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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버즈 잃어버려서 써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