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여기 처음 오지?

 그러면 꼭 지켜야 할 게 있어.

 아니아니, 그 정도로 무리인 건 아니고.

 내가 너희 집 침대에 신발 신고 올라가니?

 그렇지. 그거랑 똑같은거야.

 그러니까 알지? 내가 니 집에서 신발 벗고 들어가듯이, 너도 여기 문화를 존중해줘야 해.


 일단 전자기기는 다 내려놔.

 맡겨두는 게 아니라. 어디 가방 같은 데 넣고 멀리 던져 둬.

 갈때 갖고 가면 되니까.


 그리고 옷은 다 벗어

 당연히 팬티까지 벗지. 남정네끼리 뭔 상상하는거야?

 설마 아니지?

 그래 난 너 믿는다.


 왜 벗는 지 궁금하다고?

 음... 문화는 사실 꽤 오래전부터 내려온거라 이게 맞는건지 모르겠는데

 이 지역은 옷을 입고 있으면 나뭇가지에 옷가지가 걸려서 뜯어지거든

 그거 배려해 주는 거 아닐까?

 여기 있네. 이 나뭇가지 한번 만져 봐. 끈적이지?

 여기에 옷가지 걸리면 그대로 찢어지는거야.


 아, 맨살은 안 찢기냐고?

 걱정 마. 니 몸은 생각보다 안 약해.

 그리고 지금 덥지?

 땀이 접착성분 다 닦아내 줄 거야.


 시계 뭐야. 그것도 가방에 집어넣어.

 당연하지. 시계도 기계야.

 전자기기는 아니지. 근데 기계잖아.

 아, 내가 전자기기만 내려놓으라 그랬다고?

 어쩌라고. 일단 문명의 이기라면 뭐든 다 숨겨둬.

 이 주변 사람들이 다 그래. 네가 이해해 줘야지.

 문화 상대주의. 몰라?


 저기 물 보이지?

 신성 의식이야.

 외지인들은 부정한 기운을...

 안 듣네. 아무튼, 저기서 샤워 한 번 하고 와.

 뭐... 유래는 콜럼버스겠지?

 유럽 놈들 안 씻고 다니기로 유명하잖아.


 물 뜨끈하지?

 끓여지는 줄 알았다고?

 설마 솥바닥에 발 대고 샤워했냐? 하~ 이거 완전 빡대가리 아냐.

 넌 발밑에 불 지지는데 그게 뜨겁겠지 차갑겠냐?


 불이 많다고?

 경계하지 않아도 돼.

 여기 주변엔 독한 벌레가 많거든

 개미도 잘못 물리면 몇년동안 고생해.

 성인식으로 물리기도 하거든


 저기 봐봐. 칼 가는 거 보이지?

 철 칼이 아니라 흑요석 칼이거든. 그래서 문명이 늦게 들어온 거기도 해.

 흑요석이 내구도는 약해도 철급으로 유용하거든.

 그거 알아? 흑요석 날이 원자 8개 두께인거.

 그래 맞아. 저 사람 지금 원자 8개를 컨트롤하고 있는거야.

 그럼 난 먼저 씻고 올게. 넌 불멍이라도 좀 때려.

 구경하고 싶은 거 있으면 검지랑 소지로 따봉 한번 날려주고 구경하고. 그게 여기선 예의야


 뭐야. 이게 뭔 볼거리가 있다고 아직도 칼멍을 때리고 있어.

 하긴 저 양반 숙련도가 장난 아니긴 하지.

 아, 나 다 씻었으니까 너도 씻으러 가.

 아까처럼 바닥에 발 붙이지 말고.

 그냥 둥둥 떠다니듯이 숨 들이쉬면 뜰 수 있어.

 암염 넣어놔서 부력이 좀 있거든.

 주변에 뭐 떠다니는 거 있어도 먹지 마.

 넌 입욕제 먹니?

 아까는 샤워였고, 지금은 목욕이지.

 그러니까 천천히 씻고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