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인이 온 것은, 시계의 시간이 x10에서 x5으로 변할 정도로 상당히 긴 시간이었다. (당신의 감각을 믿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 수 없으나 체감상 2시간 정도였다.)
생각보다 빠르게 다시 만나게 된 관리인은 미소지으며 예의 그 못박힌 쇠몽둥이를 들어올렸다.
(아, 컨퍼런스룸이 나왔군요. 수확의 시간이 다가왔나봅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단 다시 라운지로 돌아가서 차 한 잔 하면서 쉬고 있으십시오. 지배인이 저희 라운지로 오는 것이 보이면 다시 이쪽으로 돌아오시면 될 겁니다.)
(걱정마세요. 라운지에 있는 한, 지배인은 당신을 그저 당신의 호텔에 머물 가치가 있는 '손님'으로 생각할 겁니다. )
당신은 그렇게 하기로 하였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 제안을 거절했을 때 관리인이 들고있는 몽둥이가 당신을 향해 날아올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다시 돌아가 차를 즐기다보니 어느새 지배인이 올 시간이 되었다.
'지배인'이 어떤 모습인지, 어떻게 행동할 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으나 이런 미친 곳에서 지배인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으니 분명 멀쩡한 자는 아니리라.
그렇게 생각한 당신은 다시 라운지를 벗어나기로
<안녕하시오. 손님들, 즐기고 있소? 아, 당신은 새 손님이구만. 즐기다 가시오. 이 별곡호텔은 새로운 자들을 언제나 반가이 여기니.>
혀가 마른다.
어느샌가 당신의 앞에는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을 견뎌온 듯한, 고목처럼 늙어버린 노인이 서 있었다. 새하얗게 새어버리고, 거칠어진 머리가 그가 살아온 세월을 말해주는 듯하였다.
그러나 당신은 그 모습이 역겨웠다. 그저 평범한 노인의 모습임에도, 당신은 본능적인 역겨움을 느꼈다.
이 노인은, 아니 이것은 극심하게 뒤틀린 무언가를 억지로 다시 고정해놓은 무언가다.
평정을 가장하고, 다정함을 연기하기 위하여 뒤틀릴대로 뒤틀려 형체조차 제대로 유지하지 못한 덩어리들을 억지로 노인의 모습을 한 거푸집에 구겨넣은 뒤 굳혀놓은 듯한 모양새.
차라리 다행이었다. 그것의 원래 모습을 보았다면, (67번째) 처럼 자신의 두 눈을 파내버리고...
...67번째?
당신은 잠시 착각을 하였다. 당신은 당신이다.
그저 그뿐이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으니, 다시 생각할 필요는 없으리라.
그것이, 아니 '지배인'이 다시 입을 열어 말하였다.
도망쳐야 했다.
그것이 하는 말을 듣는 순간, 당신에게 관심을 기울여 건네는 말을 듣는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으니.
당신은 도망쳤다.
=====
그저 나침반의 바늘만을 눈끝으로 쫓으며 정신없이 달리던 당신은, 이내 양 옆으로 문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는 복도에 도착했다.
턱끝까지 차오른 숨을 고르기 위해 잠시 멈춰있던 당신, 간신히 숨을 고르고 주위를 둘러보던 당신은 당신의 옆에 누군가 서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는 두려운 듯한 표정으로 당신의 손에 무언가를 쥐어주고는, 급하게 도망치듯이 옆에 있는 문을 열고 사라져버렸다.
그가 손에 쥐여준 것은, 작은 쪽지였다.
급하게 쓴 듯이 휘갈겨 쓴 글씨에, 여기저기 구겨겨 있는.
쪽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저는 ○○○입니다. 여기에 23번째로 들어왔어요. 여길 벗어나려다가 붙잡혀서 도망치지도 못하고 있어요.]
[어떻게든 탈출하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들켜버렸죠.]
[이제 저는 탈출할 수가 없어요. '교수'들이 저를 계속 감시하고 있거든요.]
[그러니, 당신에게 이 쪽지를 드릴게요. 제가 탈출을 시도하면서 알아낸 정보들을 전부 적었어요.]
0. 이곳은 '회의실'이라 불리는 공간입니다. 호텔에 왜 회의실이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교수'들이 그렇게 부르는 걸 들었어요.
1. 지금 당신이 서 있는 장소는 복도에요. 발 밑을 잘 보다보면 아주 얇은 실 같은 것들이 보일텐데 그것들을 피해서 걸으셔야 합니다. 실에 조금이라도 몸이 닿게 되면 당장 나침반의 검은색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도망치세요. 이 상황에선 파란색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은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파란색 바늘은 '교수' 들이 있는 장소를 향해 있을테니까요. 빨간색 바늘은... 절대 그 쪽으로 가지 마세요.
2. 복도에서 당신이 보고 있는 곳 기준으로 가장 멀리 떨어진 방이 101호와 102호입니다. 제일 가까운 방이 107호, 108호고요. 홀수 번호의 방은 당신의 왼쪽, 짝수 번호의 방은 당신의 오른쪽에 있어요. 회의실을 벗어날 수 있는 문은 복도의 끝에 있고요. '교수'들에게 듣기로는 하트 모양의 열쇠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어디있는지는 알 수 없어요. 직원들이 가지고 읶을수도 있지만, 교수들이 다른 층으로 가는걸 본 적이 있으니 아마 교수들 중에 하나가 가지고 있겠죠.
3. 103호와 105호에는 항상 강의를 하고 있어요. 아무도 듣지않는 강의를 혼자서 왜 그리 열정적으로 하는지 모르겠지만 말이죠. 강의 시간표를 잘 보세요. 특히 강의자가 누구인지, 강의 내용이 무언인지 잘 보셔야해요. '열정적인 무봉 교수'가 강의하고 있다면 상관없지만, '반복적인 남이 교수'가 강의하고 있다면 당장 두 귀를 막으세요. 그리고 교수가 누구인지 상관없이 '무한한 순환과 쌀을 왼손으로 드는 법에 대한 고찰' 이라는 강의 내용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면 강의실로 들어간 다음, 주변에서 아무 물건이나 집어서 던지세요. 소음이 많이 나는 물건일수록 좋습니다. 무조건 그 강의가 시작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합니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의가 시작되었다면 어쩔 수 없어요. 강의를 들으세요.
(10번째, 19번째)
아, 안타깝습니다. 그들은 좋은 사람들이었는데. 부디 당신의 정신이 고결하기를 빕니다.
5. 108호는 토론실입니다. 들어가지 마세요. 현 시대의 기술보다 한참 앞선 물건들이 가득하고, 이 미친 장소에서 생존하는데 도움이 되는 물건들 또한 가득한 방이지만, 최소 4명의 '교수'들이 상주하고 있답니다. 당신의 언변이 교수들을 감동시킬 정도라고 생각한다면 들어가셔도 돼요.
그게 아니라면...
6. '교수'들은 생각보다 몸이 약합니다. 어린아이 수준이에요. 1대1이라면 몸싸움으로 당신이 이길 수 있을 정도죠. 하지만 절대 교수들과 충돌하지 마세요. 1명을 때려눕히면 어디선가 3명이 나타나고 3명을 때려눕히면 어디선가 9명이 나타난답니다.
7. 106호는 서재입니다. 책들이 많죠. 아무 책이나 하나 골라서 들고 다니세요. '교수'들이 '대학원생'인 줄 알고 스쳐지나갈 겁니다. 다만, 절대 책의 내용을 보지 마세요.
8. 107호는 제, 아니 제 담당교수의 연구실입니다. 들어오지 마세요. 여긴 아무것도 없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고요.
9. 101호는 항상 자물쇠로 잠겨있어야 합니다. 만약에 자물쇠가 열려있다면 102호에 있는 자물쇠 중 파란색의 녹슨 자물쇠를 챙긴 다음 101호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세요. 눈동자 같은 것들이 보인다면 당장 자물쇠를 채우세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정도로 어두운 상태라면 당장 파란색 바늘이 가리키는 방으로 달려가 안쪽에서 자물쇠를 채우고 눈을 감은 다음 엎드리세요. 무언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 다음, 그 소리가 충분히 멀어졌다 싶을때쯤 다시 일어나셔야 합니다.
10. 104호에는 하트 모양 열쇠가 보일겁니다. 절대 챙기지 마세요. 그거 가짜에요. 저도 속아서 그만... 하하하.
11. 하지만 교수들이 말하기를 가짜 열쇠를 진짜로 만드는 조건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졸업과제'를 모두 수행하면 열쇠가 진짜가 된다네요. 저도 알고 싶지만 저는 이미 대학원생이 되어버려서...
[제가 알아낸 건 이게 전부에요. 당신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나가게 된다면... 부탁드립니다. 제 가족들에게 제가 죽었다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제 이름을 기억해주세요. 제 이름은 ○○○입니다.]
[제발. 저는 더 이상 못 버티겠어요.]
...당신은 107호의 문 너머에서 누군가가 목을 매다는 것을 보았다.
광고 차단은 완장이 하는 게 아니라 디씨 알바가 잡는 거고 재수없으면 아이피 겹쳐서 차단 먹는 거라 데이터 끄고 키면 해결 되는 문제임
불쌍한 대학원생이..ㅠ
관리인 착한 사람일까 이미 괴이가 된 사람 같아서 완전히 믿을 수는 없네
이것두 더는 안 올라오나ㅠ - dc App
돌아오라 작가야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