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는 저쪽에 있어. 외길 따라 쭉 가면 돼. 어때, 간단하지?


그래, 그 어처구니가 없고 의심도 한아름 떠안은 표정 지을 줄 알았어. 당연히 저게 전부는 아니지. 암. 그런 게 아니고서야 여기 이렇게 사람들이 죽치고 있겠어?


잘 들어, 신입. 여긴 안전 구역이야. 이곳 너머는 아주 위험한 놈들로 득실거리지. 출구까지 외길이 그리 형편 좋은 산책로는 아니거든. 그러니까 저기로 건너가고 싶거든 단단히 준비하는 게 좋아. 필요한 건 용기야. 용기라고. 잘 알아들었어? 용기가 없으면 나가지 못해. 네가 진정으로 나가고 싶거든, 다른 어떤 말보다 이 말이 떠오를 거야.


물론 대책없이 가면 죽기 십상이지. 돌아오지 않는 놈들도 여럿 있고. 이게 보기보다 멀거든. 사이드미러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알지? 딱 그거 반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마 한참은 걸어야 할 거야.


그래서 필요한 게 이 밧줄이야. 어지간히 뚱뚱한 게 아니면 여기 고리에 허리를 넣을 수 있을 거다. 이걸 차고 가면 적어도 외길에서 낙사할 일은 없어. 낙사인지도 모르겠지만. 여기 지형은 절벽도 아니라 중간에 떨어진다고 이쪽과 부딪치지도 않아. 붕 떠있는 구조랄까? 하여튼 그래.


이 줄은 일종의 안전 구역 연장선이라고 생각해. 이 줄을 차고 있는 한, 네가 서 있는 곳이 안전 구역이다. 물론 출구로 나갈 땐 밧줄을 풀어야겠지만, 그런 행복한 고민은 출구에 도착했을 때나 하라고. 외길에 있는 놈들도 이 줄을 찬 놈은 건드리지 않아. 살고 싶다면 차는 게 좋아.


그렇다고 해도 아예 안 건드리는 건 아니거든. 주의할 몇 가지는 알려주지. 직접 겪는 것도 좋지만, 가끔 겪어보고 못 버티는 놈들이 여기서 줄 없이 뛰어내리기도 하거든. 그건 자유니까. 이곳에선 먹지도, 마시지도, 자지 않아도 되니 미치기도 딱 좋은 환경이지. 안 그래? 하여튼 말이 샜군. 네가 주의할 건 세 가지야. 뒤, 소리, 그리고 밧줄.


그래, 썩 보기 좋은 표정을 하는군. 사람 말은 끝까지 들으라고. 지금껏 잘 들었잖아? 그래, 그래야지. 자, 그럼 왜 뒤, 소리, 그리고 밧줄을 조심해야 하느냐. 그건 외길의 구조부터 설명하는 게 낫겠어.


저 외길은 기본적으로 폭이 매우 좁아. 모델 워킹 연습하라고 만든 건진 몰라도 발자국이 거의 일직선상에 위치해야 하지. 가만히 서 있기 힘들다는 뜻이야. 계속 걸으면서 평행 감각을 유지해야 해. 정말 힘들지. 그리고 보통 사람 심리가 그렇거든. 이렇게 힘든 일을 이만큼 했으면 성취가 있겠지? 사실 그거 그냥 게을러 빠진 네 뇌의 투정인데, 여기선 네 생존을 위협할 거야. 절대 네가 얼만큼 걸었는지 보려고 뒤를 돌아보지 마.


고개를 꺾는 것, 몸을 돌리는 것, 전부 마찬가지야. 걷다가 지쳐서 돌아오고 싶어도 뒤로 걷지 말고 그냥 뛰어내려. 그럼 우리가 밧줄을 당겨 건져줄 테니까. 아, 뛰어내리면 뒤는 상관없어. 그냥 눈을 뜨지 마. 그것들이랑 눈 마주쳐서 좋을 거 없으니까. 어차피 밧줄은 네 허리를 단단히 감는 만큼 네 척추가 빠질 순 있어도 밧줄이 풀릴 일은 없어. 안심하고 눈 감은 채 밧줄이 풀리기를 기다려. 그 전까진 누가 널 건드려도 반응하지 말고. 척수반사 정돈 괜찮으니까 표정 풀어.


그리고 소리. 네가 외길을 건너기 시작하면 온갖 소리가 들릴 거야. 널 뒤돌게 만들려는 수작질이니까 전부 무시해. 심지어 그게 이곳 안전 구역에서 나온 소리 같아도 말이야. 대답도 금지야. 어차피 그놈들도 네가 듣는 거 다 알고 있어. 그냥 널 방해하는 거야. 네가 거기에 어떤 식으로든 어울렸다간 뒤돌게 될 거다. 모르쇠로 일관하는 게 최고야. 그리고 아주 가끔 출구 쪽에서도 소리가 나는데, 뭘 듣든 뛰진 마라. 말했잖아. 폭이 좁은 외길이라고. 함부로 뛰었다가 발 헛디디기 딱 좋은 곳이지.


마지막으로 밧줄. 유감스럽게도 이유는 알려줄 수 없어. 하지만 내가 앞서 말한 것들이 모조리 거짓말인 건 아니야. 믿기 힘들면 누가 밧줄 달고 건너는 걸 구경하든가. 구경은 자유거든. 하지만 네가 밧줄을 매달고 외길로 나가게 되면, 이 이유를 깨달을지도 모르지. 그때가 되면 내가 첫 번째로 해준 조언이 떠오를 거다. 뭣하면 지금 시도해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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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을 시도하고 몇 번 출구를 본 끝에 조언의 의미를 깨달았다.


이곳은 용기 없인 나갈 수 없는 곳이다.


용기 없인 나갈 수 없게 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