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배고프다.
본능에 이끌린 단순한 생각은 까마득한 새벽임에도 나를 움직이게 했다.
사실 집에 먹을 게 없진 않았지만 가끔 이렇게 부모님 몰래 하는 외출은 짜릿했다.
가끔 즐기는 소소한 일탈이었다.
나는 살을 에는 추위를 견뎌내며 항상 가던 편의점을 갔다.
걸어서 2분.
역시 편세권은 개꿀이었다!
종종걸음으로 가니까 편의점은 음악 한 곡이 끝나기도 전에 도착했다.
따르릉-
명쾌한 종소리는 조금의 해방감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능숙하게 라면 코너로 걸어가 진열대를 보기 시작했다.
그 때 들려오는 안내 방송.
이 편의점이 안내 방송도 하는지는 몇 년동안 여러번 들르면서 처음 들어봤다.
세 번째는 없습니다.
항상 고객들에게 행복을 전해주는 ■■ 편의점!
신메뉴인 특제! 비노사카 눈알 비빔밥 정식과 절규의 눈물이 할인 중입니다!
…이게 뭔 개소리지? 콜라보라도 하나?
황당함 느끼고 주변을 둘러보니 이상함을 느낀 건 나밖에 없었는지 다들 신경쓰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둘러보는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정말 나만 몰랐던 방송인가 싶어서 혼란스러웠다.
그렇게 정신을 차리기 위해 눈을 비비고 나서는 진열대에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NEW! 비노사카 눈알 비빔밥.. 정식..?이라고 쓰여져있는 포장지와..
꿈틀거리는.. 우욱
씨발 저게 뭐야
.
.
여기가 평소 내가 자주 들리던 곳이 아니라는 건 안내 방송이 끝나고 나서야 알게됐다.
평소 안내 방송을 새겨듣지 않던 나를 원망했다.
이렇게 내 인생은 여기서 끝인가 싶었는데.. 아직은 일렀는지 한줄기 빛같은 음성이 다시 한 번 들리기 시작했다.
다시 한 번 안내드립니다. 세 번째는 없습니다!
항상 고객들에게 행복을 전해주는 ■■ 편의점!
신메뉴인 특제! 비노사카 눈알 비빔밥 정식과 절규의 눈물이 할인 중입니다!
주변을 자세히 살펴주세요! 저희 매장에는 다양한 상품이 있습니다.
여러가지 상품을 구경하며 즐겨주세요!
절대 빈손으로 나가지 마세요! 괜히 시간 낭비하시게 되잖아요?
저희가 귀하의 낭비된 시간을 직접 보상해주길 원한다면 말리진 않겠습니다!
무언가 이상하다구요? 절대 점원에게 다가가 항의하지 마세요!
저희 편의점은 진상을 상대하지 않고 규정대로 처리한답니다.
저희 편의점은 절도와 관련된 사건을 엄중히 처벌합니다.
건강한 편의점 문화, 다같이 만들어요!
진열된 상품 중 살아있는 게 있다면 당장 점원을 호출해 항의해주세요!
점원이 제조업체에 대신 항의해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귀하의 시간을 너무 오래 쓰진 마세요.
환풍기가 현재 수리 중에 있습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이 방송은 매일 오전 3시 13분에 정기적으로 나오는 방송이며, 참고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세 번째는 없다는 방송의 안내를 듣고서는 정말 어느때보다 집중해서 들었다.
절도는 안 되고, 빈 손으로 나가지 마라?
나는 주변을 빠르게 살피며 내가 살 수 있을만한 상품을 찾기 시작했다.
평소에 괴담을 즐겨봤던 나는 이정도 쯤이야 가볍게 살아나가 영웅담을 늘여놓을 수 있을 터.
이 편의점은 빠르게 아무거나 사고 나가면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정말 아무거나 골랐다가 팔이라도 잃게 되면?
가능성이 있는 가정이라 머리를 굴리는데, 아까 방송 중에 언급됐던 ‘신메뉴’가 떠올랐다.
신메뉴라, 할인을 한다고?
눈알 비빔밥 정식은 기억하는 것만으로 다시 역해져서 포기.
나는 당장 음료 코너로 다가갔다.
다행이게도 눈에 익은 ‘NEW’ 표시가 눈에 띄었다.
그것을 집어 황급히 계산대로 가려는데,
살아있는 것 같은 제품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그것과 눈이 마주쳤다는 게 옳았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부터 무언가가 다가옴을 느꼈다.
안내 방송은 머릿속에 계속 되새기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기억해낼 수 있었다.
분명, 그런 걸 발견하면 점원에게 항의하라고 했었지.
나는 점원에게 다가가 항의하려고 말을 꺼내려는 순간, 떠올랐다.
항의하면 진상이 된다고 했는데.
어느쪽 말을 따라야 하지?
보통 매뉴얼이나 안내문 괴담은 갈수록 오염..되니까 항의하면 안 되지 않나?
그리고 괜히 말했다가 인간인 걸 들키면 나도 저기 재료 되는 거 아냐?
점원도.. 손님도.. 다 인간같이 생겼..
아, 젠장.
그것들 전부 코와 입의 위치가 바뀌어있다는 것까진 알고싶지 않았다고.
그래서, 항의를 해야 돼..? 하지 말아야 돼?
항의를 안 했다가는 정말 정체모를 무엇에게 잡혀버릴 것만 같았다.
점점 몸이 오싹해져가며 무언가가 나를 옥죄고 있음을 느꼈다.
그 때,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번뜩 떠올랐다.
세 번째는 없는 안내 방송.
그리고 세 번째 규칙은, 절대 점원에게 항의하지 마시오.
.
.
나는 절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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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의해야 되는거임?
할래? 말래? - dc App
피드백 환영! - dc App
살아있는걸 발견하고나서 항의하지 않았을 경우에 페널티가 없는데 그럼 걍 항의 안하면 되는거 아님?
세번째가 그 세번째였나
항의 안하면 상품한테 본능적으로 죽는다는걸 직감했고, 규칙상 항의하면 안되니 결국 살 수가 없는거 같음. 3번째는 없다는게 3번째 규칙이 없다는게 아니라 방송 3번째는 안해준다는 의미 그대로 라서 절망한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