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는 사람을 마주치셨습니까? 잠깐은 기쁨을 즐기십시오.
허나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가 느껴진다면 대화를 피하십시오.
그것들은 절대 당신이 아는 사람이 아니며 완벽히 따라합니다.
더욱이 여기서 당신이 아는 사람을 마주 칠 확률은 0에 가깝습니다.




왜 나는 그토록 보고 싶었던 엄마를 마주치자마자 이 안내문이 떠오른 걸까?

엄마 흉내를 내는 그것은 날 보자마자 연신 어머 어머를 외치며 눈물을 쏟아냈다. 그것도 누가 봐도 아플 정도로 자신의 가슴팍을 주먹으로 퍽퍽 치는 것이 아주 원통한 듯 보였다.

그것은 다친 곳은 없니, 배는 안 고프니, 어디 있다가 온 거니? 등 내가 한마디 채 뱉어보기도 전에 쏟아지는 눈물을 메마른 입술에 적시며 잔뜩 걱정의 말을 내뱉는다.

설령 엄마가 아니더라도 나부터 걱정하는 그것이 과연 나쁜 녀석일까...?



"오랜만에 이렇게 걸으니까 옛날 생각나네...엄마 시골에 살 적에는 말이야? 학교 가려면 이렇게 2시간씩 걸었거든..."

그것은 언제 울었냐는 듯 방긋 웃으며 옛날 이야기를 시작했다.



엄마의 미소는 동네에서 유명 했었다. 누구나 그 미소를 좋아했고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며 어느 가게를 가더라도 서비스를 받아오곤 했었다.


"어느 날은 너희 할머니가 버스 타고 오라고 차비를 주셨거든? 근데 엄마는 그 때까지도 아이스크림을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어서 너무 먹고 싶었던 거 있지? 그래서 차비 대신에 아이스크림을..."

과거에는 엄마의 침실로 찾아가 옛날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기도 했었다. 어린 동생은 누나가 그리로 가니 혼자 자는 게 무서워 쫄래쫄래 따라 갔고...

"근데 엄마가 아이스크림을 먹어봤어야 알지...아직 집에 도착하려면 1시간 반이나 넘게 남았는데 금방 다 녹아버린 거야...이모도 주고 싶어서 아껴서 먹었는데...바보 같다 그치?"

엄마가 해주는 옛날 이야기들은 어느 만화 영화를 가져와도 상대가 안됐다. 흥미롭고 자극적인 내용이 없어도 그냥 산뜻한 엄마의 목소리와 함께라면 재미가 없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런가 그것의 목소리도 엄마처럼 산뜻했다.

"그래서 엄마는 너네 먹고 싶은 거 다 먹이고 싶었는데...너가 엄마한테 배 아프다고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던 거 기억 나니? 아이스크림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러다 성인이 된 나와 동생은 더 이상 엄마의 옛날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지 않았다. 자신의 이야기는 닳고 닳아 우리의 옛날 이야기를 하며 추억 여행을 떠나는 것조차 무덤덤하게 반응했다.

그래서 엄마는 동네에서 미소천사 라는 별명이 있었지만 집에서는 결코 미소를 길게 유지하지는 못했다. 우리의 무관심이 가장 안식처가 되어야 할 집이라는 곳에서 미소천사의 날개를 꺾어버린 셈이었다.

"구두 신어서 다리 아프지? 어유...여긴 왜 택시가 안 잡힌다니? 좀만 참고 가자, 우리 딸! 엄마가 우리 딸이 좋아하는 볶음김치 해놨어! 형준이도 그거 엄청 좋아하잖아...지금쯤 집에서 침 질질 흘리고 있을 걸? 누나 언제 오나~ 하면서!"

엄마는 잠깐 멈춰서더니 구부리고 앉아 내 다리를 연신 주무르며 말했다. 본인은 지금 상처 가득한 맨발이면서 나를 걱정하고 있다.

근데 엄마...형준이 3년 전에 죽었잖아...
그리고 엄마...엄마도 5년 전에 죽었잖아...

나는 엄마의 팔짱 낀 손을 뿌리치지 못했다.
살기 위해서는 필히 그래야 한다는 것을 앎에도 차마 그러지 못했다.
집에 가까워질수록 미소 짓는 엄마의 미소가 점점 일그러지는 것이 보이지만 그마저도 외면하고 싶었다.
엄마...집에 가자...


4-1. 만약 그것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함께 하고 싶은 충동이 든다면...그저 따르십시오.
잠깐이나마 그 행복을 온전히 누리시길 바라며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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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장치지만 후반부에 주인공에게 약간 변화가 생겼네요
모바일이라 보기 불편할 수도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