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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문서는 2010년 당시 XX시에 위치하고 있던 삼도공원이라는 이름의 시민공원을 관리하던 관리소에서

당직을 서던 야간 근무자들에게 배부한 근무수칙 책자이며,

해당 공원은 야간에 산책을 하던 시민들의 실종이나, 산책을 하던 애완견들의 변사사건,

야간에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던 가출청소년들의 실종 및 사망사건으로 악명이 높았음.





본 공원은 2021년도 쯤에 폐장, 지금은 재개발 사업 단지에 포함되어 재개발중.

해당 책자는 당시 해당 공원에서 공원관리원으로 근무하던 이 모씨에게 입수한것임.











< 시민의 쉼터, 시민의 놀이터, 삼도공원! >





해당책자는 삼도공원관리소 소속 직원들에게 배부한 야간당직자 전용 근무수칙 책자입니다.







1. 야간 당직근무 시간은 18시~익일 8:00 입니다.

주간 근무자의 출근이 지연될경우, 익일 7:30분까지 연락을 드릴테니,

퇴근시간이 되시면 관리소 문을 잠그고 퇴근하셔도 좋습니다.







2. 매일밤 자정. 관리소 사무실 1번 전화기에 걸려오는 전화를 받지않으셔도 괜찮습니다.

근처 거주하는 치매환자가 사무실로 전화를 거는것입니다. 굳이 받아서 응대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3. 가끔 가출 청소년들이 어린이 놀이터에 설치된 벤치나 정자에 누워서 취침을 취하거나, 음주를 즐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집으로 돌려보내시거나, 경찰을 불러 해산시키십시오.







4. 본 공원은 애완동물 출입시 제압이 가능한 사이즈의 목줄, 입마개, 배변봉투를 필참해야합니다.

또한 본 공원은 유기묘들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를 일체 금합니다.







5. 당직 근무자는 매 근무일자마다 근무 일지를 작성해야합니다.







6. 당직근무자는 당직근무중 3시간에 1번씩 공원 내부 부지를 순찰하는것이 주 업무중 하나입니다.

다만 때에 따라서 안개가 짙게 끼는 밤에 순찰을 나가야 할텐데.

그때는 근무시간 통틀어 단 한번의 순찰만 이행해도 충분합니다.

순찰 코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



관리소 정문 - 어린이 놀이터 - 산책길 - 공중화장실 - 배드민턴장 - 농구장 - 2번 산책길 - 연못 - 산책길 - 어린이 놀이터 - 관리소 후문







7. 순찰시 챙겨야할 비품으로는 손전등, 경광봉이 있습니다.

다만, 안개가 짙게 끼는 밤에는 당직근무일지 앞 표지에 부적이 접혀있을겁니다. 그 부적을 가지고 순찰을 나가십시오.

목이 마를 수 있으니, 관리소에서 꼭 생수를 챙겨가세요. 안개의 밤에서 당신이 먹거나 마실수 있는건 없습니다.

순찰 시작 전에, 출발 시간을 제대로 기록해주세요. 관리소 사무실에 디지털 벽시계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8. 안개의 밤이 찾아온 공원은 지금까지 당신이 근무한 공원이 아닙니다. 순찰에 만전을 기하십시오.

이런 밤에도 당신이 순찰을 나가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공원의 안전이 아니라,

당신이 저쪽의 사람이 아니라 이쪽의 사람이라는것을 증명하기 위한 행위입니다.







9. 안개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순찰코스 에서 이탈 하지 않는다면 안전하게 이쪽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 입니다.

그렇게 설계되어 있는 공원입니다. 다만 순찰코스를 이탈한다면, 그 안전은 장담할수 없습니다.







10. 안개의 밤을 순찰할때,

어린이 놀이터에 아직도 술판을 벌이는 비행청소년들이나, 자고 있는 청소년들이 보인다면, 무시하십시오.

그것들은 당신을 속이기위해 이쪽의 풍경을 거짓으로 재현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만에 하나 그 안개 안에 진짜로 정말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미 구하기엔 늦었습니다.







11. 안개의 밤을 순찰할때, 마주치는 인물, 형체, 괴이체, 그 어떠한것을 마추치더라도,

그들과는 대화를 삼가하는것이 원칙입니다.

그 어떠한것과도 섣불리 대화를 나누거나 교류하지 마십시오.



당신이 그것들을 인식하는순간, 그것들 또한 당신을 인식할수 있다는걸 명심하십시오.

당신이 그것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순간, 그것들 또한 당신에게 관심을 가질것이며,

당신이 그것들을 만지려는 순간, 그것들도 당신을 만질수 있습니다.



그것은 근무자 개인에게는 절대 바람직한 상황이 아닙니다.







12. 산책길 초입에서 빨간 두건을 뒤집어 쓰고 있는 노파는 당신이 노파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더라도,

당신에게 팥죽이나, 수수팥떡 따위를 권할것입니다. 정중하게 사양하고 절대 드시지 마십시오.

안개의 밤 안에서는 당신이 먹을수 있는 음식은 관리소에서 챙겨온 생수 밖에 없습니다.







13. 산책길 중간에 마주치는 국방색 야상을 뒤집어쓰고 있는 남성을 보고 계신다면 역시 지나치십시오.

남성은 몹시 바쁜 사람이며, 자신의 일이 방해받는것을 정말로, 매우 싫어할것입니다.







14. 농구장에서 들려오는 함성소리와 노래소리. 그리고 취객이 내는듯한 주정소리를 주의하십시오.

그것들은 매우 장난기가 심하며, 당신이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당신을 인지할수 있는 존재들입니다.

그 장난들 모두 당신을 해칠 의도는 없지만, 당신을 괴롭게하기는 충분할것 입니다.



당신을 붙잡고 늘어지며 당신을 보내지 않으려고 할때는 " 이제 곧 해가 뜹니다. " 라고 말해주십시오.

그러면 그것들은 당신을 놓아줄것입니다.







15. 연못은 안개의 밤에서 특히 특히 조심해야하는 구역입니다.

낮과 평상시에는 없던 연못을 가로지를수 있는 아치형 다리가 생겼을텐데, 절대 건너지 마십시오.

다시는 돌아올수 없습니다. 연못은 이쪽과 저쪽을 나누는 경계선입니다.



그 어떠한 목적으로도 연못을 건너는건 허락되지 않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렇게 설계되어 있는 공원입니다.





15 - 1. 연못에 다리가 생기는 대신, 연못에 쪽배와 함께 사공이 떠있다면 무시하고 지나치십시오.

사공의 배를 타거나, 사공과 대화하는것 또한 허락되지않습니다.

9번 사항을 명심하십시오. 순찰코스를 이탈하는 순간 당신의 안전은 보장할 수 없습니다.





15 - 2. 연못에 다리도 없고, 쪽배와 사공도 없을때가 있을 것 입니다.

그 즉시 연못에서 멀어지십시오. 그대로 뒤를 돌아 왔던 길을 그대로 밟아 다시 관리소 정문으로 향하시면 됩니다.

이런 상황일 경우, 연못 뒤의 순찰 코스는 더이상 안전하지도 않으며 당신을 보호해 줄 수도 없습니다.







16. 관리소로 돌아오셨다면 수고하셨습니다.

문을 잠그고, 숙직실로 들어가 잠을 청해도 좋습니다.

어차피 먹통일테지만 텔레비젼이나 라디오를 이용해도 좋습니다.



다만 근무일지는 모두 꼼꼼히 적어주십시오.

제일 중요한건 순찰 시작 시간과 도착 시간입니다.

7번 항목에서 말했던것처럼, 관리소 사무실에 디지털 벽시계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17. 근무일지 밑에 자신의 계좌번호를 입력하여 주십시오.

안개의 밤은 특별 근무 수당이 따로 주어집니다. 최대 12시간 안에 특별 근무 수당이 지급될것입니다.







18. 안개의 밤은 일주일에 한번일수도 있고, 한달에 한번일수도 있는등 그 주기가 매우 불규칙합니다.

갑작스런 안개의 밤에 당황하지말고, 근무수칙을 성실히 준수하여 주시면 안전할것이라는것을 본 관리소는 보장합니다.

다시한번 말씀드립니다. 설계된 공원이고, 설계된 순찰 코스입니다.








< 근무수칙은 이것으로 끊겨있다. 근무수칙을 매각한 이 모씨와의 대화 녹음본을 준비했다.

이 모씨가 대화를 원치않아서 인터뷰는 최대한 짧게 마련되었다.>



<우선 삼도공원에 근무했을때 당시 소감을 말씀해주시죠.>





…그렇게 나쁜일자리는 아니었습니다.



주말에도 종종 근무할때도 있었지만, 어쨌거나 주5일은 꾸준히 지켜줬고.

월급도 밀리지않고 꼬박꼬박 넣어줬고. 배운것 없고, 꾸준하고 성실하게 일하는것 밖에 모르는 저에게

제법 괜찮은 일자리 였다는건 분명한 사실이죠.





<그럼 어째서 그만두게 되신건지?>







저는 제가 그만둔게 아닙니다. 공원이 문을 닫은거죠.







<공원이 문을 닫은 이유를 알고 계십니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그 당시 이상한 오컬트니 괴담이니 열풍이 일면서, 여러 사건들이 일어났지 않습니까?

귀신이 나온다던 아파트도 인터넷 뉴스에 나온적 있고, 어떤 제약회사에서 인체실험을 했다더라 뭐라더라,

뭐 여러가지 헛소문들도 많았고, 이 공원도 그런 측면에서는 자유로울수는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그때 태풍온적 있었던거 기억 나세요? 그때 태풍주의보 났었던,

그때 산사태 나서 공원이 다 망가졌었거든요. 나무 뽑히고, 가로등 다 휘어지고, 토사 무너져서 연못 다 망가지고…



이상한 소문도 돌고, 공원도 망가지고, 업체에서 발을 뺄 수 밖에 없죠.







<선생님께서도 안개의 밤에 근무를 한적이 있으십니까?>







있지요. 매우 불쾌하고 나 지금 당신네들한테 말하는것 만으로도 굉장히 소름돋습니다. 아직도 꿈을 종종 꿉니다.

할머니가 수수팥떡을 먹고가라고 그 앙상한 손으로 제 발목을 붙잡던 그 기억이 종종 생각나죠.

나 이 책자 파는 이유도, 나 이사 가려고 집정리하다 나온건데, 계속 악몽을 꾸니까 팔아버리고 잊으려고 하는거에요.







<그런데도 그 자리에 계속 근무하신 이유가 뭡니까?>







뭐 거기서 보는, 그런것들보다 무서운건 당장 내일 애들 엄마한테 보내야하는 양육비인거죠. 흔한 이유입니다.

일하다 보면 다 둔감해집니다. 거기 보면 알겠지만, 제일 많이 말하는게 수칙대로 하면 절대 안전하다는거고,

그건 맞는 말이었습니다. 그대로만 근무하면 건당 80만원 가까이 수당으로 턱 턱 꽂히는데… 마다 할 사람 없죠.





…저말고 근무하던 사람들 다 그랬습니다. 누구는 이혼해서 돈부쳐야하는사람,

누구는 자식새끼 희귀병 걸려서 치료비로 허리 휘는 사람, 누구는 소년가장이었고…

누구는 기러기 아빠 등등. 다 절박한 사람들이었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가지, 특별히 생각나는점. 말씀해주실수 있으시겠습니까? >







…그사람들, 문 닫을때 다 낡아빠진 근무일지도 꼼꼼하게 다 챙겼던거? 아니, 그런거 다 말이 문서지,

이미 다 전산화 해놨을거거든요? 이미 그거 쓰레기에요. 그 일지들이나 종이 뭉치들 다 쓰레기라고,

이미 전자화 되서 저장끝났으니 종이문서들은 파쇄하거나 소각하는 경우가 다반수인데 그걸 전부다 챙겨넣더라구요.





…그리고, 굳이 하나 더 꼽으라면…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무섭다. 라는 느낌보다 불쾌하다. 라는 느낌이 강했던거 같아요.

너무 수칙이 지나치게 자세해서 그런가…? 이대로 움직일수 밖에 없는?

내 의사와 상관없이 정해진 길만을 반듯이걸어가야 하는 느낌이 들어서가 아닐까…싶긴하네요. 



왜 그런거 있잖아요. 꼭두각시나. 실험실의 쥐가 된 기분?



…아무튼, 다시 생각하기에는 싫은 기억입니다.




<녹음파일 종료.>



<해당 공원을 관리하던 위탁업체 주식회사 삼도는 2023년 현재 폐업한것으로 추정.

해당 지자체에 문의 해봤으나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이 모씨는 추가적인 질문에 이제 더이상의 연락은 삼가주셨으면 한다고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