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초대해줘서 고마워요!
별 건 아니구 우리가 돈 모아서 사온 건데 마음에 들라나...
초대된 손님들은 자신들이 준비한 선물이 스스로도 민망한 지 어색하게 건넨다.
뭐야...5명이 돈 모아서 해온 게 겨우 휴지?
연희의 한 쪽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듯 싶다가 금새 방긋 웃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어머 휴지가 어때서요! 어차피 다 필요한 것들인데! 마음에 들어요!
호호호 그래요?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네!
손님들은 제각기 웃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연희는 여전히 웃으며 속으론 '퍽이나...'라고 생각했지만
그나저나 남편이랑 둘이 살기에는 뭐가 너무 많은 거 아니야?
손님들 중 가장 나이가 많고 손에 화상 자국이 있는 여인이 집을 둘러보며 감탄을 표했다.
집에는 비싸보이는 그림, 도자기, 명품 가방 등 한 눈에 봐도 억 소리가 나올 법한 광경이었다.
저 예전에 이혼 했어요, 지금은 혼자 사는 걸요?
어머, 젊은 사람이 참 안됐네...
아니, 지수 엄마! 요즘 이혼이 뭐 대수라고...미안해요!
연희는 그냥 결혼 안 했어요 라고 했어도 됐지만 말이 많은 손님들을 조금 잠재울 심산으로 이혼 사실을 밝혔다.
그리고 지수 엄마라는 사람이 이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자, 손에 화상 자국이 있는 여인이 지수 엄마를 나무라며 연희에게 사과했다.
그 여인은 무례한 지수 엄마 때문인지 유독 화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성형을 얼마나 한거야...표정이 제대로 지어지지도 않네...
연희는 화가 난 여인이 잦은 성형으로 표정이 자연스럽게 지어지지 않는 것을 보고는 속으로 비웃었다.
아...괜찮아요. 신경 안 써요
연희는 또 다시 입꼬리가 올라가려는 충동을 참고 방긋 웃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혼이 아니라 사별이긴 했다.
그렇게 보험금과 남편 재산으로 온갖 사치를 부리다가 결국 돈이 떨어진 연희는 이전 집을 정리하고 자신에게는 수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이 아파트까지 오게 됐다.
부동산에서 계속 이 아파트를 강조해서 얼떨결에 계약하기는 했지만 영 마음에 들지 않는 연희였다.
초대된 손님들은 그렇게 2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누다가 가족들 밥 차려줄 시간이라며 연희네 집을 떠났다.
연희는 드디어 해방이라는 생각에 기지개를 쭉 폈다.
하도 이사 왔는데 인사 한 번 했으면 좋겠다고 들러붙어서 마지못해 초대했는데 교양이란 눈 씻고 찾아볼 수가 없네...다신 엮이지 말아야지. 수준 떨어지는 것들...
특히나 손에 화상 자국이 있는 여인은 은연 중에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자꾸 물어 더욱 거슬렸다.
제 딴에는 이혼 정도는 흠이 아니라는 신세대 마인드를 뽐내려고 의도적으로 전 남편에 대해서 묻는 것이 너무 노골적으로 느껴져서 더욱 한심하게 보였다.
연희는 선물 받은 휴지를 구석에 쳐박아 놓은 뒤 와인을 꺼냈다.
어머 어머...무슨 일이래요?
글쎄 이사온 지 한 달 조금 지났는데 집에 강도가 들었다지 뭐야...안에 있는 금품들도 싹 털리고 불까지 질렀나 봐!
집들이가 끝나고 4일 뒤, 연희는 타죽은 채로 발견됐다.
주민들은 모두 폴리스라인 뒤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윽고 손에 화상 자국이 있는 여인은 못 보던 가방을 들고 나타나 타버린 연희네 집을 바라보며 한 마디 했다.
어머...젊은 사람이 참 안됐네...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