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차려보면 새까만 방에 있었다.

 

눈앞에는 나무로 된 책상 하나와 의자, 그리고 이 공간에서 유일하게 빛을 뿜어내고 있는 노트북 하나.

 

노트북 화면 가득한 글자들을 대략 요약하면 이랬다.

나를 비롯한 32명의 사람이 4번에 걸쳐 서바이벌을 진행하고, 살아남은 최후의 1인에게는 우승상품이 주어진다는 것.

 

서바이벌 방식은 자신이 그동안 겪었던 무서운 이야기나, .

, 간단하게 말하면 괴담을 재밌게 풀어내고, 추천을 많이 더 많이 받은 사람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한다는 뜻이었다.

 

“...괴담이라면 자신 있지.”

 

하루 종일 괴담갤에 들어가서 개념글을 정독하는 게 일상이었다.

장난삼아서 올렸던 괴담도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았었다.

 

서바이벌 규칙을 빠짐없이 꼼꼼히 읽은 나는 우승상품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황금올리브 치킨 2마리]

[빅맥세트 5]

[CU쿠폰]

 

.

.

.

 

[귀환권]

 

흔한 상품에서 유일하게 이질적인 것 하나.

본능적으로 이게 이 방을 탈출하기 위한 열쇠라는 걸 깨달았다.

 

32명 중 한 명.

터무니없이 어려운 확률이었지만 내게 그밖의 선택지는 없었다.

대회에서 탈락한 인간이 어떤 최후를 맞이지 체험하고픈 마음따위는 없었으니까.

 

축하합니다. 상위라운드에 진출하셨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괴담 서바이벌.

예상외로 예선 1차전 추천수 1위로 선방할 수 있었다.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괴담에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지 추천보다는 비추가 더 많았다.

밑에 달린 댓글만 해도 혹평뿐, 반면 내 글에는 호평이 자자했다.

 

이거라면 된다.

확신했다.

 

노트북의 새로운 기능이 해금되었습니다.

 

예선통과와 함께 뜬 문자.

 

확인을 해보니 처음에는 자체 블록처리되어있던 유튜브나 네이버 등의 타 웹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게 되었다. 괴담을 쓸 때 참고해서 보라는건가?

 

다른 참가자들에게는 희소식일지 몰라도 내게는 최악의 소식이었다.

괴담이라는 건 기본적인 틀이 있고, 참고할 자료만 있다면 초보자라도 얼마든지 괜찮은 괴담을 만들어 낼 수 있던 까닭이었다.

 

평소 괴담을 즐겨읽었다는 게 나의 강점이었는데, 이번 기능해제로 완전히 메리트를 잃고 말았다.

 

불안한 마음과 함께 다시 시작된 2차전.

처음에 불길했던 예상대로 추천 순위는 6위에 그쳤다.

 

16명이 경쟁하여 8명이 살아남는 규칙에서 6위라는 건 다음 라운드에서는 탈락할 확률이 지극히 높다는 것.

 

노트북의 새로운 기능이 해금되었습니다.

 

여지없이 노트북은 1차전과 똑같은 문자를 보냈다.

이번 기능은 타참가자의 글을 열람할 수 있는 기능이었다.

 

댓글과 추천도만 볼 수 있었던 글에 본문 내용도 함께 보이게 되었다.

 

“...이건! 반칙이잖아!”

 

이번 1위를 한 참가자의 글을 본 나는 부들부들 떨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흔히 명작이라고 불리던 괴담을 그대로 베껴서 올렸던 까닭이었다.

 

괴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법한 글이었음에도 추천도는 어마 무시했다.

표절이라는 내용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나는 한가지 가정을 세웠다.

혹시 여기 추천을 누르는 사람들도 괴담을 잘 모르는 거 아닐까? 라는.

이러면 나 역시 창작보다는 다른 명작 괴담을 베끼는 편이 유리했다.

 

“...아냐.”

 

순간 혹했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대회 규칙 중에는 부정행위를 한 참가자는 곧바로 탈락이라는 문구가 있었던 걸 뒤늦게 떠올렸으니까. 표절도 엄연한 부정행위다.

 

이번에 우연히 걸리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다음에 또 안 걸리라는 법은 없었다.

 

나는 나를 믿었다.

 

이어지는 3차전.

...3위였다.

 

8명이 참가한 3차전에서 올라온 괴담글은 7.

2차전에서 표절했던 이의 아이디를 찾아보니 차단을 당한 것인지 보이지 않았다.

역시 따라 하지 않기를 잘했다고,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노트북의 새로운 기능이 해금되었습니다.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는 소식을 보고서 잠시 기다리자 예의 문구가 노트북에 떴다.

이번 기능은 무엇일까, 혹시 참가자들끼리 대화할 수 있는 채팅방이라도 열어주려나? 라는 생각도 잠시.

 

아무리 뒤져봐도 새로운 기능에 대한 힌트는 보이지 않았다.

앞서 두 라운드에서 해금되었던 기능 하나하나가 중요했던 만큼 다음 라운드가 시작되기 전까지 어떻게든 나는 알고 싶었다.

 

“...뭐야?”

 

그리고, 힌트는 뜬금없는 곳에서 발견됐다.

그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되는 포털 사이트의 뉴스.

 

사망자 다수 발생, 엽기살인의 출현, 범인의 행적은? 등의 자극적인 문구로 도배된 기사들.

하나를 눌러 클릭해본 나는 기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이거 대회에 올라왔던 괴담이랑 똑같은데?

 

정확하게는 3라운드에서 탈락했던 5위의 괴담이었다.

지하철에 갇혀 괴이를 만나 무차별적으로 학살당하는 그런.

 

사망자 숫자도 살해당한 방식도 완전히 일치했다.

 

...우연인가?

등줄기에 오소소 돋는 소름을 애써 억누르며 다른 기사를 더 눌러봤다.

 

살인기구로 이루어진 놀이공원.

주문한 음식을 반드시 다 먹어야만 하는 기묘한 레스토랑.

건널 수는 있으나, 돌아올 수는 없는 거대한 다리.

 

추천수가 곧 생존으로 이어지는 괴담 서바이벌답게 내용들은 하나같이 잔혹하고 잔인했으며, 사람들을 공포로 벌벌 떨게 만들 요소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중에는 내가 올렸던 괴담으로 희생당한 사람의 이야기도.

 

[4차 예선을 시작하겠습니다.]

 

울렁거리는 속을 붙잡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이제 앞으로 단 한 번.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포기할 수는 없었다.

괴담이 실제가 되어서 뭐 어쩌라고, 생판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 희생할 정도로 나는 정의감이 투철한 사람이 아니었다.

 

[4차 예선주제]

 

“...주제?”

 

다음에 쓸 괴담을 떠올리던 나는 노트북에 뜬 화면을 보고서 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1, 2, 3차에는 주제가 없었으니까.

 

[우승자가 겪었으면 하는 괴담]

 

“...”

 

,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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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이번 대회를 주제로 적어봤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