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집에서 소리를 내면 ‘쉿’ 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 들었을 땐, 오래된 원룸에서 울리는 생활 소음 정도라 생각했다. 




현관문, 특히 문 위쪽의 창으로 특정할 수 있는 위치에서 들리는 소리.




희한한 건 내가 고요함을 인지할 때 소음을 내면 ‘쉿’ 하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다.




가령 스피커를 켜고 컴퓨터나 휴대폰을 요란하게 해도 쉿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침대에서 잠을 청하다 뒤척임에 이불 뭉치가 떨어진다면, 어김없이 ‘쉿’ 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 소리를 몇 번 듣다 보니 나는 알게 되었다.




결코 외부의 생활 소음은 아니며, 입에서 나오는 바람 소리와 정확히 동일하다는 것을.




그걸 깨닫고 공포감으로 먼저 한 행동은 집을 떠난 것이다.




하지만 숙박업소나 찜질방도 하루 이틀이지 결국에 집에 돌아오게 되었으며, 두 번째로는 하루 종일 노래를 틀어놓는 것이었다.





노래 선정도 힘든 부분이었다. 적당히 얌전한 뉴에이지와 클래식은 내가 고요함을 인식하게 되는 장치로 작용하였고, 어김없이 그 소리가 들렸다.




요란한 노래를 하루 종일 틀어놔 봤지만, 소음을 내가 버틸 수가 없었다.




결국에 나는 얌전히 살기로 했다. 최대한 소음을 내지 않고 조심히 행동하며, 모든 몸짓에 의식을 가했다.




그러다 간혹 발생하는 소음으로 들리는 쉿 소리는 나의 상상력을 공포로 자극할 뿐이었다.




소리를 내는 것의 정체는 뭔지 모르겠으나, 나는 이미 그것을 초자연적인 것으로 상정하고 상상했다.




한번은 도저히 이불을 개키고 침대에서 일어나기가 두려워, 용변을 지려버린 경험도 있다.




매일을 이어 나가는 것은 나에게 큰 용기가 필요하며,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용기가 필요하게 되었다.



머릿속의 미칠 거 같은 상상 때문에.






나는 하루하루가 갈수록 수척해져갔다. 모든 움직임을 조심히 해야 하고, 여전히 현관 밖 근처에 그게 있다는 생각에 나는 굉장히 예민해졌다.





잠은 잘 오지도 않았으며 모든 생각은 소리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밖에서 나는 소리, 그리고 내가 내는 소리에 대한 생각.





내 온몸은 예민함과 신경질로 곤두서 있었으며, 소음 발생에 대한 편집증적 집착으로 이어졌다.





내가 조심한다 해도 소음 발생에는 제한이 있으며 결국 이어지는 ‘쉿’ 소리.



이젠 그 소리가 정말로 나는 건지, 마비된 뇌가 만들어낸 허구인지 구별이 어려워졌다.







결국 완전히 침식당한 나는 억눌린 공포와 분노를 터트리게 되었다. 




 “닥쳐! 닥치라고! 조용히 해! 그만하라고!”




 나는 발작하듯 허공에 소리를 지르며 악을 썼다. 한참을 소리 지르며 온갖 살림을 던지고 부셨다.








쾅 쿵 콰광 쨍그랑 우르르륵 철퍽







그동안의 분을 풀듯 파괴적인 행동을 이어갔다.





한참 부수고 씩씩거리며 숨을 고르는데






들리는 소리.






현관 밖 위쪽에서 나는 소리.






이전 쉿소리보다 더 크고 명쾌한 소리.











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