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시골 마을이었습니다
태양빛을 받으며 자라서 그런가
유달리 윤이 나던 사과와, 그 사과와
같은 빛깔로 발그래해지던 촌장 댁 아가씨의 볼과,
그녀가 항상 흥얼거리던 오래된 가락과,
그 가락을 전통 악기로 연주하는 축제가 있는
아주 작은 시골 마을이었습니다
너무나도 작은 시골 마을이었기에
사과는 내다 팔아 세금을 내고,
두 계절을 겨우 먹을 양식을 사고,
사과 잼까지 조금 만들면 똑 떨어질 만큼만 열렸습니다
밀과 보리도 물론 심었지만은
내다 팔아 세금을 내고,
나머지 두 계절을 겨우 먹을 양식을 사고,
맥주까지 조금 만들면 똑 떨어질 만큼만 났습니다
어쩐지 고소한 바람이 부드럽게 작별을 고하기 직전
마을 주민들이 한 곳에 모여
지난 해에 만든 맥주를 따르고
빵을 구워 잼을 바르고
전통 악기로 연주하는 노래를 들으며 겨울을 맞이하는
아주 작은 시골 마을이었습니다
영주는 아주 많은 땅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의 땅이 너무나도 넓어서
한쪽에서는 달이, 다른 한 쪽에서는 해가 뜬다고
입을 모아서 말했습니다
영주 자신도 자신의 땅이 너무나 넓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굳이 힘을 들여 직접 돌아보는 일 따윈 않았습니다
세금만 잘 들어오면, 그 땅이 풍요로운 밭이든 도적 본거지든
전혀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영주가 그 작은 시골 마을에 도달한 건
정말로 우연이였습니다
그냥 영주의 웅장하고 사치스러운 세 번째 성에 가던 중
날이 저물어 들렀던 것이지요
음악소리가 은은하고 흥겹게 들려오고
마을 사람들은 술잔을 부딪히며
코 삐뚤어진 소리로 노래하거나
내 사과 파이가 더 맛있다며 주장하거나
모닥불 주위를 빙빙 돌며 깔깔대었죠
모닥불 때문이었는지
술기운 때문인지 몰라도
마을 사람들의 얼굴은 모두 사과빛으로 빛났습니다
그러나 영주의 눈길은 오로지
촌장 따님의 붉은 볼에 머물러서 떨어질 줄을 몰랐죠
촌장의 의사도, 촌장 따님의 의사도
마을 사람들의 의사도 없었습니다
날이 밝자 촌장 따님은
영주의 품에 안겨
말을 타고 마을을 떠났습니다
딸의 고운 손을 마지막으로 잡아보려던 노력의 값은
육십 년을 더 써 온 오른팔이었습니다
그 다음 해에는 축제가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 해에도 축제가 열리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그 작은 시골 마을에서는 사과가 열리고
보리와 밀이 무르익었지만
더 이상 하늘에 노래는 걸리지 않았습니다
자그마치 오 년이 지나고
볼이 붉었던 귀여운 아가씨는
부르다 만 배와 검은 이마를 가지고
관에 담겨 돌아왔습니다
딸의 가여운 볼을 촌장은
혼자 늙어버린 왼팔로 하염없이 쓰다듬었습니다
그 해 가을
무려 오 년 만에
마을의 축제는 다시 열렸습니다
아주 작은 마을이었지만, 그 마을에서 일어났던 일은 유명했기에
소식을 들은 주위 마을들은 모두 놀랐습니다
그 작은 축제에 옆 마을 사람들까지 끼었던 일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그 해 축제서 촌장은
평소보다 음악 소리를 요란하게 하고는
모두 소리높혀 노래하고 춤추자고 했다고 합니다
뒷일을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술은 강물처럼 흘렀고
음식은 넘쳐나 길바닥에 뒹굴었습니다
소 세 마리 돼지 세 마리에 닭 열 마리를 잡고
모닥불 위에 지글지글 구웠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춤을 추었고
노랫소리는 달까지 닿았습니다
음악은 점점 빨라지고
사람들은 춤을 추고
달은 환히 빛나고
모닥불은 질세라 타오르고
잠시 볼일을 보고 돌아온
이웃 마을 사람이 본 건
겹겹히 포개져 죽어있는
시체들의 산
사과보다 붉은 피로 이루어진 강물
꺼져가던 모닥불 위에는
촌장보다 이른 죽음을 맞은 그의 팔이
한 줄기 연기와 함께 스러지고 있었답니다
촌장이 마을을 바쳤다는 이야기와
마을 사람들이 스스로 제물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유일한 생존자는 그날 이후 제정신인 적이 없었기에
진실은 가을 바람을 따라 사라져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날 이후로 작은 시골 마을이 있던 지역에서는
노랫소리와 음악이 들린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는 춤추는 것 같은 발소리가 난다고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근처 지역뿐이었지만
점점 노랫소리가 다다르는 곳은 넓어지더니
마침내 영주 성까지 이르렀습니다
영주는 다른 성으로 급히 달아났지만
노랫소리는 영주를 따라 산을 넘고 강을 건넜습니다
영주는 날로 수척해지더니
그들이 춤추고 있어! 라는 단말마를 남기고
강으로 투신했습니다
어느 작은 시골 마을의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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