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주 어릴 적부터 그를 매일 봐 왔어요


새까만 모자에 눈이 시릴 정도로 흰 피부


인간이 아니라는 건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죠


그는 항상 두 블록 정도의 거리에서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건물에 몸을 반쯤 가린 채,


신호등이나 전봇대, 나무 뒤에 서서,


달리는 전철의 창 밖에서,


혹은 한 밤의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눈이 휘게 웃으며 저를 바라보았어요


저에게만 보이는 이상한 존재가 있다는 건 무서운 일이었지만


그는 항상 두 블록 정도 거리에서 다가오지 않았고


웃는 것 말고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기에


저는 어느샌가 그의 존재가 익숙해졌습니다


한 달 전이었어요


그가 처음으로 가까워진  것은


출근하는 중이었는데 말이죠


지하철을 기다리며 핸드폰을 하다


문득 반대편을 보았는데


그가 있었어요


한 블록도 안 되어보이는 거리에


그때 아주 오랜만에 그에 대한 공포가 되살아났죠


그날 이후 두 블록의 법칙은 깨졌죠


어떨 때는 아주 멀리


어떨 때는 가까히


그는 육교 건너 서서 머리만 점처럼 보일 때도 있었고


사 차선 도로 너머에 서 있을 때도 있었어요


전철 옆 칸 창문 너머로 그를 보았을 때는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고요


이 주 정도 지켜본 결과


한 가지 법칙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가 가까워지는 거리는 멀어진 거리와 비례한다는 거에요


전날 유난히 멀리 보인다고 생각이 들면


어김없이 다음날에는 무서울 정도로 가까워졌죠


그 패턴을 안 뒤로는


그가 가까워지는 때, 일부러 사람 많은 곳에 가곤 했어요



그걸로 좀 안심하곤 했죠



그렇게라도 평소의 생활을 유지하려고..

















저번주부터 그가 아예 보이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