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를 보낸 후 집으로 향한다.
넋이 빠질 정도로 붉은 노을이 저물고 있다.
평소와 같은 하루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책상앞에 쓰러지듯 앉아 컴퓨터를 켠다.
순간 전원 버튼이 안보여서 당황하.. 했지만, 자연스럽게 본체를 더듬으며 버튼을 찾았다.
컴퓨터를 켠 후, 목이 말라 냉장고로 향한다.
은색 냉장고다.
“냉장고에 뭐가 있으려나…"
"음… 맥주…?”
캔 맥주 4캔을 꺼내서 방으로 돌아간다.
“꿀꺽 꿀꺽”
“크…”
사회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맥주 한 방에 풀리는 느낌이다.
한 캔을 단숨에 비우고 다음 캔을 까서 빠르게 비운다.
“크… 이거 생각보다 취하네… 이런 맥주도 있나?”
[레몬진, 알코올함량 9%]
“레몬..? 이건 맥주가 아니라 거의 ㅅ..소주구만…허허”
컴퓨터가 켜지면서 PC 카카오톡이 켜진다.
… 자동 로그인 ...
… 로그인 완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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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톡 -
카카오톡이 켜지자마자 알람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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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더힐 단체 채팅방
2025년 3월 5일
[102동 2303호 입주민 : 요즘 청소하는 아주머니들 라운지에서 커피 드시던데… 좀 보기 안 좋네요..]
[102동 1301호 입주민 : 맞아요, 좀 불편하네요…]
[103동 4202호 입주민 : 그러니까요, 게다가 경비 아저씨도 가끔 앉아있더라고요]
[101동 5302호 입주민 : 힘들면. 잠깐 쉴 수도 있지요...]
[103동 4202호 : 왜 거기서 쉬나요? 더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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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민 단체 채팅방이다.
비싼 아파트라 그런지 별 것도 아닌 일에 호들갑이다.
빠르게 남은 2캔을 비운다.
“졸부들이라 그런가 돈은 있는 것 같은데 여유가 없네... 힘들면 잠깐 쉴 수도 있지…”
물론 난 졸부도 아니고 부자는 더더욱 아니다.
그냥 운이 좋아 들어오게 된 나이 많은 아저씨이다.
[삑..삑..삑…삑.. 덜컥 덜컥]
[삑.. 삑.. 삑삑.. 디리링..]
무슨 소리가 들린 것 같지만 개의치 않는다.
술도 먹었겠다. 기분이 몽롱하다.
아무래도 잘못 들은 게 아닐까 싶다.
역시 술은 마시는 게 아니었나?
내 머리에 무언가가 내리 꽂힌다… 아프다… 저게 뭐지..? 후라이펜?
모양새가 둥그런 것을 보니 후라이펜이다.
느닷없이 머리를 얻어맞으니 멍하다.
아니, 술 때문인가?
맞아. 술 때문이다.
술 때문에 그런 것이다.
"너 ...누...ㄱ야?"
무슨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며 주방으로 향한다.
무언가 대응할 물건을 찾아야 한다.
왜 나에게 왜 이런 일이…
...
..
.
..
...
...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다.
왜 내가..?
…눈 앞이 흐려진다.
억울하다.
난 그냥 평범하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아저씨인데.
억울하다.
그저 맘 편하게 살려고 하는 아저씨인데.
특별할 것 없는 아저씨…인데…
죽지 못해 사는 아저씨...인데...
스트레스 하나 건강하게 풀지 못해서 술이나 마시는 아저씨...
술이나 먹고, 정신 못 차리고 있는 아저씨…
자기 관리도 못하고, 자기 인생도 못 돌보는 아저씨..
술 처마시고 정ㅅ힌놓고 사는 아저씨.
이룬 것도 하나 없고, 잘하는 거 ㅎ나도 없는 쓰레기.
가진 것 하나 없는 ㅆ..쓰레기
남의 집 몰래 들어가서 컴퓨터나 훔쳐보는 ㅅ…ㅆ…쓰레기
ㅆ..씨발.. ㅈㅗ 같은 인생.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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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더힐 103동 단체 채팅방
2025년 3월 6일
[103동 4202호 입주민 : 어제 아파트에서 사람이 죽었다던데요…]
[102동 1301호 입주민 : 그러니까요… 소문 들어보니까 강도가 입주민 찌르고 자기는 투신했다고 하더라구요]
[103동 2403호 입주민 : 에휴… 아파트 값 떨어지는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102동 1301호 입주민 : 그러고 보니까 오늘 따라 5302호 아가씨가 조용하네. 이 시간대에 이야기를 안 한 적이 없는데]
[103동 4202호 입주민 : 아.. 101동 그 아가씨요? 그러게요... 어제 너무 매몰차게 말해서 서운했나? 그 이후로 말이 없네.]
[103동 2403호 입주민 : 아파트에 몇 없는 꼭대기층 사는 사람이 이렇게 속이 좁아서...]
...
...
...
[채팅을 입력하세요 : 더럽다니... 경비하다. 힘들면. 좀. 쉴수도. 있는 것.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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