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신청>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아디. 제 고등학생 시절때부터 10년째 방송 잘듣고 있어요. 이번에 한여름을 맞아, 우리 아디께서 여러분들이 겪었던 특이하고 으스스한 사연들을 신청받는다고 해서 신청해봐요.
때는 바야흐로 아마 7년, 8년전 쯤일꺼에요. 제가 재수했을시기의 일입니다. 사실 모든 수험생들이 그렇듯 수험생활은 엄청 지루하잖아요? 매일매일이 비슷했어요. 집,학원,집,학원. 제가 생각해도 정말 평범한 날들밖에 없었죠. 그런데 그날, 그날만큼은 조금 달랐어요.
그날도 사실 아침에서 밤, 그러니까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오기 전까지는 지극히 평범했어요.
새벽 1시 반까지 학원에서 공부하다 어느때와 다름없이, 학원 불을끄고, 문을 닫고 나왔죠. 작은 학원이었거든요.
그렇게 학원을 나와서 지하철 막차를 타는게 제 하루 일과였어요.
그런데 그날에는 지하철역 앞에서 누가 말을 걸더군요. 사실 그 당시엔 이상하다는 생각은 안했어요. 매일 비슷하게 살다보니 시간감각이 이상했거든요.
아무튼, 그 당시에 저는 즐겁게 말을 받았답니다. 심심하잖아요, 수험생활. 그리고 저는 제입으로 말하기엔 좀 그렇긴 하지만, 말걸기 쉬운 외모는 아니었거든요, 그시절엔 특히 그랬구요. 그래서 더 재미있는 이벤트였다고 생각했죠. 그 사람이 한 말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히 나요.
" 저기, 학생? 혹시 잠시 시간좀 될까?"
" 저 막차타러가야해서..."
"1분이면 돼. 1분."
...
"학생 눈이 참 예뻐서 말을 걸어봤어. 눈이 참 예쁘네, 특이하고. 그 눈 꼭 잘 관리해. 나도 그런 눈 꼭 가지고 싶어서 하는말이야. "
"아 감사합니다..."
여기서 대화는 끝났습니다. 이후에 한마디도 안 하시더라구요.그리고 제 눈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첨언 하자면 제 눈은 되게 평범하게 생겼습니다. 남들과 다르지도 않은 색에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고요.
그 사람은 제가 왔던 방향으로 쭉 걸어가서 시야 밖으로 사라졌습니다.
사실 이때 기분은 뭐라 말로 설명하게 엔 참 오묘했어요. 그래도 칭찬을 받으니까 기분도 나름 좋았으니, 따지자면 긍정적인 쪽이었죠.
그러고 저는 지하철 역 안으로 내려갔습니다.
여기서 고백하기엔 다소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제가 교통카드를 학원에 두고 왔더군요. 하지만 시간도 늦었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느라, 아무리 빨리 학원으로 뛰어갔다 돌아와도 막차시간을 맞추기엔 힘들어보였습니다. 어쩔수없었죠. 나름 제 외투, 바지,가방 모든곳을 다 뒤져서 500원 짜리 동전 하나 찾긴했지만, 그걸로 티켓을 끊기엔 좀 부족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어린 마음에 500원은 지하철 개찰구 위에 놓아두고 그냥 개찰구를 넘어서 지하철을 타러 내려갔습니다.
그때 승강장은 매우, 매우 조용했습니다. 들리는 소리라곤 제 손목에 있는 시계의 작은 똑딱거리는 소리뿐이었죠.
똑.딱. 똑.딱.
그때 저는 다소 무섭기도 해서 평소와는 다르게 주변을 자세히 봤습니다. 뭐라도 집중해서 읽고 보다보면 지하철이 도착할 시간까지 금방가니까요.
지하철 벽에 붙어있는 포스터부터 찬찬히 읽어봤습니다.
금연하세요!
똑.
어떤 아이돌의 생일광고
딱.
스마일 성형외과 지하철역 3번출구 바로앞 (이건 정확히 기억나요.)
똑. 딱.
그후엔 벽에 붙은 시도 읽어보고 지하철 승강장 의자도 한번 만져보고 했지만. 그래도 막차까진 시간이 조금 남아있더군요.
그래서 당연하겠지만 할게 없어진 전 지하철 역 거울을 들여다봤습니다.
가방은 옆에 내려놓고 눈. 코. 입. 후드. 청바지. 그렇게 제 자신을 감상하고 나니 그 뒷 배경에 눈이 가더군요.
그런데 그 뒷 배경엔 무언가가. 무언가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것은 사람이라기엔 괴이했습니다.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것을 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거울에 직접 비친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거울에 비친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 그 투명한 문에 검은색? 아니 이젠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 어떤 것의 형체가 그 지하철 안전문에 있었습니다.
그러자 그것도 고개를 돌려 저를 바라보는 듯 했습니다. 그 순간 전 얼어붙었습니다 온 몸에 소름이 끼치더군요.
똑.
딱.
똑.
딱.
똑.
똑
딱.
딱
4초에 불과한 시간이었지만 저는 정말로 미쳐버리는줄 알았습니다.
그것은 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지만 몸은 굳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거든요.
체감 상 거의 30분 동안 저는 그 자리에 멈춰서 거울 만을 곁눈질로 바라봤습니다. 차마 뒤를 돌아볼 용기는 없었거든요.
그러던 그때, 막차 안내 방송이 들려왔습니다.
' 마지막 열차가 01시 37분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고객 여러분께서는 열차 이용에 착오가 없으시길 바랍니다.'
그 소리에 저는 미친듯이 뛰었습니다. 정말 미친듯이 달렸습니다.
계단위로.
똑.
똑
그 위로.
딱.
딱
길이 보일때까지.
똑.
똑
한층.
딱.
딱
또 한층.
똑.
다시 한번 안내말씀드립니다. 잠시후 &$행 마지막 열차가 도착할 예정입니다. 고객 여러분들은 부디 열차 이용에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똑
그리고 한층.
딱.
지하철 승강장이 그렇게 깊은곳에 있었나 싶었습니다.
무언가가 쫓아오는 듯한 기분, 그 기분이 사라질 때까지 달리다 보니 어느새 안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저도 모르게 역 밖에 나와있더군요.
하늘이 보였습니다.
그 순간 긴장이 풀린탓인지, 저는 정말 긴 시간동안 그 자리에 가만히 멈춰서 보도블럭 위에 앉아있었습니다. 아마 좀 이상한 사람으로 보였을 것 같지만, 다행히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놓고 온 가방이 생각났지만, 그 가방을 다시 가지러 저 안으로 다시 들어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습니다.
다행히도 핸드폰은 바지 주머니에 있어서, 부모님을 불러 차를 타고 집으로 안전히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가방을 찾으러 지하철 역에 다시 가봤지만 그런 분실물은 신고된 적 없다고 하더군요. 뭐 사실 안에 든 거라고 해봤자 공책 몇 권에 필기구, 문제집 정도로 중요한 건 없었지만요.
그런 일은 그날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지금까지도요.
그 날은 대체 뭐였을까요?
그냥 제가 수험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때문에 반쯤 돌아버린걸까요?
제 가방은 어디로 간걸까요?
지하철을 타면 어떻게 됐을까요?
방호벽으로 비치던 그것. 그것은 뭐였을까요?
이만 사연을 마치며 같이 듣고 계신 아디도, 청자 여러분들도 행복한 꿈 꾸시길 바라면서 신청곡은 사연이랑 걸맞으면서도 조금은 신나게 KANYE WEST - RUNAWAY 신청할게요.
유동으로 작성하셨기에 다음 영역 진출 , 상품 수령서 배제됩니다.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