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서 계속 비가 내리고 있었다.
여름 장마는 언제나 갑작스럽고 지루했다. 텔레비전에서는 오늘 밤 집중호우를 조심하라는 앵커의 말이 반복되고 있었다.
무심하게 채널을 돌리다, 결국 나는 텔레비전을 끄고 소파에 누웠다.
늦은 밤, 휴대폰의 진동이 울렸다.
“오빠, 집이야?”
오랜만에 보는 이름이었다. ‘한소연’이었다.
헤어진 지 반년이나 지난 지금 갑자기 연락을 하는 이유가 궁금했지만, 나는 티내지 않으면 짧고 무심하게 답을 보냈다.
“응.”
잠시 후, 그녀의 답장이 도착했다.
“지금 좀 갈게.”
무슨 일인지 물으려 했지만, 소연은 내 답을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다른 메시지를 하나를 보내왔다.
“문 열어놓지 말고, 꼭 내가 세 번 두드릴 때만 열어.”
나는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소연이를 오랜만에 만난다는 약간의 설렘과 호기심이 앞서 그녀의 말을 그대로 따르기로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똑, 똑.
두 번뿐이었다. 무의식적으로 손잡이를 잡으려던 나는 급히 멈췄다. 두 번만 두드리면 절대 열지 말라고 했던 그녀의 말이 떠올랐다.
잠시 기다리자 다시 문이 두드려졌다.
똑, 똑, 똑.
나는 안도하며 문을 열었다.
문 밖에는 소연이 서 있었다. 우산도 없이 비를 맞고 있던 그녀는 창백하고 지친 얼굴로 내게 미소를 지었다.
“야, 너 꼴이…. 일단 들어와. 무슨 일이야 갑자기?”
소연은 아무 말 없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
온몸이 비에 젖어 있었지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천천히 거실로 향했다. 그러고는 익숙하게 소파에 앉아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반년 전과 똑같았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어딘가 어색한 느낌도 들었지만, 소연은 금방 우리들이 연애하던 그 시기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 지냈어, 오빠?”
나는 순간 말을 잃었다.
너무 일상적인 인사에 오히려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아무 일 없는 척 답했다.
“그냥저냥 지냈지. 근데 무슨 일이야 갑자기. 비는 왜 맞고 있던거고.”
소연은 내 질문을 무시하듯 잠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비는 점점 거세졌고, 창문 너머로 어두운 풍경이 흔들렸다.
“오늘 비 많이 온대. 오빠 아직 혼자 지내지? 나 오늘 여기서 좀 자고 가도 돼?”
나는 잠시 망설였다. 이미 헤어진 사이에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안 갔지만, 어딘가 위태로워 보이는 그녀의 표정에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소연은 잠시 나를 보더니 고개를 떨궜다.
빗물이 그녀의 머리칼을 타고 떨어졌다.
“오빠, 있잖아. 우리가 헤어지고 난 뒤로…. 나 이상한 일을 겪고 있어.”
그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상한 일?”
소연은 대답하지 않고 다시 창밖을 응시했다.
창문 너머로 빗줄기가 더욱 거칠어지고 있었다. 나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떨고있는 소연을 진정시키고자, 조심스레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소연은 깜짝 놀라며 손을 피했다.
“만지지 마.”
나는 놀라서 뒷걸음질쳤다.
“왜 그래?”
“나 말고 다른 게 따라왔을지도 몰라.”
그녀는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이번엔 분명히 무서워하고 있었다. 아니,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계속해서 현관문에 고정되어 있음을 나는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오빠, 날 따라온 그것은 꼭 나처럼 행동해. 근데 그건 나처럼 세 번을 두드리지 못해. 항상 두 번만 두드려.”
나는 머릿속에서 무언가 어긋나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너무나도 구체적이면서도 기이한 규칙이었다.
“소연아, 너 지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소연은 고개를 저으며 나를 잡아끌었다.
손이 얼음처럼 차가웠다.
“오빠, 문 열어준 적 없지? 세 번 아니고, 두 번 두드렸는데?”
“어. 없는데….”
“정말 다행이다. 한 번이라도 열어줬으면, 오빠는 지금….”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린다.
똑, 똑.
소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현관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문밖은 조용했다. 다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똑, 똑.
두 번뿐이었다.
소연은 입술을 깨물며 몸을 떨었다.
“절대 열면 안 돼.”
나는 숨을 죽였다.
도대체 문밖에 뭐가 있는 걸까? 그게 뭐길래 왜 소연은 이렇게 두려워하는 걸까?
그때, 내 전화가 울렸다.
화면엔 발신자가 ‘한소연’이라고 적혀 있었다.
등골이 차가워졌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소연을 바라봤다. 소연 역시 전화기를 보며 눈이 커졌다.
“오빠…. 그거 받으면 안 돼.”
그러나 나는 이미 통화 버튼을 눌러 버렸다.
“여보세요?”
전화 너머로 소연의 목소리가 울렸다.
- 오빠, 나야. 지금 집 앞인데, 문 좀 열어줄래?
전화기 너머의 소연은 다급한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했다.
- 문 두드렸는데 왜 안 열어? 빨리 열어줘, 제발!
나는 눈앞의 소연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얼굴을 손으로 감싸쥔 채로 흐느끼고 있었다.
“누구야…. 너…. 소연이는 지금 내 앞에….”
그러자 전화 너머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대답했다.
- 아냐, 오빠 앞에 있는 그거 나 아니야. 그거 당장 쫓아내야 해!
눈앞의 소연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오빠, 빨리 전화 끊어. 제발….”
나는 갈팡질팡하다가 천천히 질문했다.
"네가 진짜야?"
나의 질문의 휴대폰과 그녀의 사운드가 겹쳤다.
“응.”
“응.”
현관문 밖에서는 다시 두 번의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 똑.
나는 혼란스러웠다.
어느 쪽이 진짜 소연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나는 눈앞에서 울고 있는 소연에게 다가갔다.
“소연아, 진짜 네가 맞는 거지?”
소연은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나 웃고 있는 건 입술뿐이었다. 눈은, 그녀의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집어삼킬 듯한 불가해한 무언가가 그 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듯 했다.
그 눈빛을 보자 속이 메스꺼워졌다.
“오빠, 아직 모르겠어?”
그 순간 다시 노크소리가 들려온다.
똑, 똑, 똑.
이번엔 세 번이었다.
“저게 가짜야, 오빠. 절대 열면 안 돼.”
그러나 소연은 웃고 있었다.
언제 겁에 질려 울고있었냐는 듯이 아주 환하게. 불길함을 느낀 나는 현관으로 달려갔다.
문밖의 목소리가 애원하듯 들렸다.
“오빠, 제발 문 열어줘!”
나는 문고리를 잡고 있었다.
등 뒤에선 소연의 차가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결국, 선택을 해야 했다.
숨이 가빠졌다.
식은땀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어느 쪽이 진짜지?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여기있는 소연이가 진짜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만약, 아주 만약에 내 뒤에있는 그녀가 진짜가 아니라면….
…그렇다면, 나는 대체 누구와 함께 있는 거지?
현관문을 열어야 할까?
아니, 절대 열어선 안 된다.
하지만, 저 문 너머에서 애타게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진짜 소연이라면?
생각이 깊어질수록 오히려 현실감이 흐려졌다.
손끝이 저려왔다. 문고리를 쥐고 있는 건 분명 내 손인데, 마치 감각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무엇이 진짜일까.
아니, 애초에 진짜가 있긴 한 걸까?
등 뒤에서 느껴지는 기척이 점점 가까워졌다.
뒷목이 서늘해졌다. 어깨 위로 차가운 숨결 같은 기운이 스치는 느낌이었다.
이제 선택해야만 했다.
더 늦으면 안 되리라는 것이 본능적으로 느껴진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결정한다. 설령 그것이 그릇된 판단이라 할지라도.
나는 떨리는 손을 반대손으로 부여잡는다.
그리고 마침내.
손잡이를 돌렸다.
현관문을 열었지만, 문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세 번의 노크 소리는 분명 들렸는데, 복도는 텅 비어 있었다. 순간, 등 뒤로 차가운 한기가 흘렀다.
그 순간, 소연이 있던 소파 쪽에서 낮고 기이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황급히 현관문을 닫고 고개를 돌렸다.
소파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비에 젖어 어둡게 물든 얼룩이 마치 사람 형상처럼 남아 있었다. 나는 식은땀이 흘렀다. 방금 전까지 분명히 소연이가 있었는데, 그녀는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그녀의 존재 자체가 처음부터 허상이었던 것일까?
그때, 다시 현관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 똑.
두 번이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온몸이 굳어 있었다. 문 밖에 있는 존재가 소연이가 아니라는 것이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혼란이 일고 있었다.
“오빠, 왜 안 열어?”
문 밖에서 소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떨리는 듯한 울림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현관문을 노려보며 필사적으로 외쳤다.
"꺼져! 너 소연이 아니잖아!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건데!"
그러자 문 너머의 존재가 다시 말했다.
이번엔 목소리가 더욱 가까워졌다. 마치 현관문에 바싹 붙어서 속삭이는 것 같았다.
“오빠가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겠지.”
나는 정신을 차리고 현관문을 등졌다.
그때 현관문과는 전혀 다른 방향, 거실 베란다 창문 쪽에서 다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 똑, 똑.
세 번이었다. 소연이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소연은 현관으로만 온다고 한 적이 없었다. 왜 처음부터 나는 그녀가 현관문을 통해서만 올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나는 서둘러 창가로 달려갔다.
비는 어느새 그치고, 창문 너머엔 희미한 가로등 빛만 비추고 있었다. 창밖엔 아무도 없었다. 허탈감과 두려움이 나를 덮쳤다.
그러나 곧바로 다시 현관문에서 소리가 울린다.
똑, 똑.
그리고 같은 타이밍에 주방에서.
똑, 똑.
안방에서.
똑, 똑.
화장실에서.
똑, 똑.
똑, 똑.
똑, 똑.
온 사방에서.
벽에서. 바닥에서. 천장에서.
옷장에서. …모든 집안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온다.
감당할 수 없는 심리적 압박감. 심장을 누군가 움켜쥔 듯한 고통이 느껴지며 숨이 거칠어진다.
나의 눈앞이 흐려지며, 결국 기절하고 말았다.
* * *
눈을 떴을 때, 나는 어느샌가. 내 방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주변을 둘러봤다.
모든 것이 정상이었다. 비도 내리지 않았고, 창밖엔 평범한 여름 아침이 펼쳐져 있었다.
꿈이었나?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휴대폰을 보자 어젯밤 소연의 메시지가 와 있었다.
[오빠, 오늘 밤 갈게. 꼭 내가 세 번 두드릴 때만 열어.]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이 메시지를 어젯밤에도 본 것 같은 기억이 희미하게 되살아났다. 하지만 기억은 흐릿했다. 어딘가 어긋난 기분이었다.
그때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렸다.
똑, 똑.
나는 소름이 돋아 숨을 멈췄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가만히 기다렸다.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 등 뒤에서 다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똑, 똑, 똑.
세 번이었다.
그러나 나는 문을 열지 않았다.
차마 열 수 없었다. 무서워서가 아니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무엇이 진짜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현관문 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왜 안 열어? 나 소연이야.”
나는 현관 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하지만 문을 열지 않았다.
대신 문 밖을 향해 작게 물었다.
“소연아, 너 진짜 맞아?”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곧이어 문 너머의 소연이 작게 대답했다.
“오빠, 아직 모르겠어?”
순간 어젯밤 그 기이한 미소가 다시 떠올랐다.
현관문 너머, 작은 도어 스코프로 들여다 본 그녀는 무척이나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녀는 이내 축축한 손으로 렌즈를 쓸어내렸다.
그 순간, 등 뒤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야, 오빠.”
어제와 똑같은 목소리.
바람이 멈췄다.
아니, 그 순간 내 숨이 멈춘 것 같았다.
등 뒤에서 무언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보이진 않았지만, 그 시선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눈을 감고 싶었다.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순간 내 어깨 위로 손이 올라왔다.
온기가 느껴지던 손이 점점 차가워진다.
그녀의 손에 맺힌 물방울들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며, 끔찍한 감각을 선사한다.
이내 등 뒤에 있던 소연이 입을 연다.
“오빠, 문 열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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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친 연락을 씹어야하는 이유
글이 축축하네 칭찬임
벌처럼 뒤로 돌아 나비같이 어퍼컷을 촥. 소연이의 죽탱이를 개쌔게 후려갈기며 xxl 콘돔을 꺼내온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낲평ㅋㅋ
휘둘러라
아 글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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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dc App
약간 살짝 껄릿 하면서 느낌오는게 님 혹시 괴담이 아니라 야설 쓰다 온거임??
ㅋㅋㅋㅋ
우마이
와 씨발 숨통을조이네 너는 나폴리탄이 아니라 그냥 괴담이나 스릴러로 가도 될거같다
와보두
빗소리와 함께 감정이 고조되는 게 좋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느낌이야
아니 규칙 지켰잖아!!! 소연아 날 속인거니????
무섭게 잘 쓴다. 소재는 흔해도 분위기가 미쳤네 머릿속에 술술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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