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라도 끓여야겠다."
그 말을 했을 땐 모두가 귀를 의심했다.
물? 무슨 물?
나는 엄지로 가리켰다. 내 뒤 통창 너머에는 짙푸른 수평선이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있었다.
완전히 미쳤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터무니 없는 발상을 마치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해서 그런 듯했다.
"하지만 이게 제일 확실하잖아."
나는 아예 몸을 돌려 바다를 쳐다봤다. 고요하지만 끊임없이 넘실거렸다.
확실이고 자시고, 지구를 사우나로 만들 셈이로군. 그렇지?
비꼬는 목소리는 여전했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발상은 좋은데 문제가 있어.
다른 목소리가 말했다. 내 눈은 여전히 바다를 응시했지만, 귀는 열렸다.
바다를 끓이면 바다보다 대지가 먼저 끓을 거야.
예상 못한 지적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다의 비열을 생각하면 바다를 끓일 시점엔 대지가 이미 다 증발해 지구가 문자 그대로 푸른 별이 됐을 것이다.
그러면 정정해야겠군. 물이라도 끓일 게 아니라 땅이라도 끓여야겠다고 말이야.
끝까지 비꼴 생각인 듯했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목적은 이룰 테니 별 상관없지 않아?"
이걸로 논쟁이 끝났으면 좋겠지만, 쉬이 끝낼 생각은 없는 듯했다.
차라리 전지구 지표면을 핵샤워하는 게 더 낫겠어. 그게 더 낫잖아? 인과응보적인 느낌도 들고.
지루한 발상이다. 손쉽긴 하지만, 너무 뻔하지 않은가. 참신함이 결여돼 있는 게 안타깝다.
좋아, 그러면 둘 사이에서 적절히 타협을 보자고. 바다를 전부 방사능으로 뒤덮는 거야.
푸핫, 웃음이 절로 나오는 발상이었다. 타협을 보자면서 제일 터무니없는 발상을 내놓았다.
허, 그 말은 핵폭탄으로 바다를 방사능 오염시키겠다? 바보냐? 그게 가능한 수준이면 이미 바다를 끓이고 얼리고 지지고 볶고도 남아!
많이 흥분했다. 나는 잠시 귀를 막았다. 변명을 들을 만큼 흥분이 가라앉은 뒤에야 귀를 뗐다.
그러니까 내 말은, 굳이 한번에 그럴 필요가 없단 거지. 치명적인 수준의 오염이라면 지금도 얼마든지 가능하고, 시간만 들이면 너희가 원하는 수준까진 금방 도달할 걸?
확실히 그정도면 정말로 적절한 '타협'에 가까웠다. 하지만 별로 마음에 드는 건 아니었다.
"역시 물을 끓여야겠어."
도돌이표를 찍고 돌아왔다. 역시 이게 맞을 듯했다.
그러면 좋아. 네 발상을 실행에 옮기기 전에 실험 한 번만 하자고. 그정돈 괜찮지? 일종의 예고편 느낌으로다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시격 이미지가 있다면 바다가 끓는 모습을 더 적절하게 상상할 수 있을 터였다.
그런 거라면 좋은 곳이 있지.
마침내 내 의견을 따르기로 결정한 모양이다. 그래, 전지구 핵샤워는 너무 간단히 떠올릴 수 있는 발상이었지.
나 알 것 같아. 맞춰볼게. 잠시만......
나는 마침내 바다에서 시선을 뗐다. 충분히 눈에 담아뒀으니, 더는 보지 않아도 된다.
카스피해. 카스피해 맞지?
아, 세계 최대 호수라는 곳인가. 그곳이라면 가까이서 볼 때 충분히 바다 같겠지.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다.
언제 시작할 거야?
모든 게 결정되자, 나는 빙그레 웃었다.
"지금."
저 멀리서 수증기로 만들어진 버섯구름이 피어올랐다.
갤떡 전환용으로 올리려고 했는데 갤떡 진압돼버렸슴...
허접
근데 내가 신고한 거라 완성이 늦어진 거긴 함ㅎㅎ;;
물 끓이는 얘기하니까 라면 먹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