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상처였을 뿐이다. 그것도 아주 사소한.
어느 날 내 눈에 띈 건 손가락과 팔에 난 작은 상처였다
“음... 뭐에 물렸지? 그때 넘어지면서 다쳤나? 약이라도 발라놓지 뭐.”
“어휴 그때 이후로 몸이 좀 뻐근하단 말이지...”
상처 주변이 검붉은색으로 퍼져나가는 것 같았지만 신체엔 아무런 이상이 없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가려운 듯 따끔거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곧 사라졌다.
며칠 밴드를 감아놔야겠다. 뭐 금방 낫겠지.
다만 그때부터였을까? 체했는지 속이 더부룩하다. 뭔가 가스가 가득 차 있고 내장이 내 마음대로 안 움직이는 느낌...? 이랄까.
“상한 음식을 먹었나? 이상하네...”
또한 요새 손이 좀 차가워진 느낌이 든다. 손이 약간 파란색으로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뭐 기분 탓이겠지.
“내일은 병원에 한번 가보긴 해야겠다. 어우 속이...”
다음날에는 씻었는데도 냄새가 나길래 한 번 더 씻고 향수도 뿌렸다.
“음... 이러니까 이제야 냄새가 안 나네!”
그러던 중 거울을 보니 요새 살이 많이 쪘는지 배가 좀 나와있다 싶었다. 배의 자기주장이 강한지 배고프다고 하는 건지 배가 요동치는 지경이었다.
“시간 날 때마다 운동을 좀 해야지 안 되겠다 야. 이러니까 칠칠맞게 다치지.”
“봐봐. 피부도 축축 쳐지고 어? 피부 갈라지는 것 좀 봐...”
하여튼 스스로에 대한 비하와 운동은 나중에 하는 걸로 하고 길을 나섰다.
이상한 일은 그때부터였다. 축 처진 피부가 안쓰러워 당겨보니 살이 찢어져 버렸다. 순간 움찔했지만, 아프진 않았다.
“그렇게 세게 당기진 않았는데...? 수분이 부족한가...? 영양제라도 사놓을까?”
일단 인터넷으로 영양제 몇 개를 주문해 놓아야겠다.
하여튼 일단 몸이 여러모로 안 좋은 터라 일단은 일을 일찍 마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최대한 빨리 직장으로 향했다.
“일단 퇴근한 후에 병원에 가봐야겠네”
회사에 도착 후 자리에 앉으니 여직원들의 대화가 들려온다.
“어제보다 피부색 좋아 보이는데? 이제 적응됐나봐?”
“완전 된 듯... 너도 이제 조금 덜 난다. 하여튼 이 시기엔 너무 거울 자주 보지마 기분만 나빠질 걸?”
“그래도 난 내 모습을 사랑할래...”
화장품을 바꿨나 보네. 누구 만나러 가나?
그렇게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직원들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요즘 좀 몸이 무겁지? 다들 그렇지 뭐. 너 정도면 꽤나 자연스러운 거야.”
...나 진짜 살 쪘나? 진짜 운동 좀 해야겠네.
“…다섯 개 남은 거지? 그럼 아직 괜찮은 편이야.”
“예 알겠습니다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흘리듯 듣고 대충 대답한 후 회의감에 빠져있었지만 그래도 할 건 해야지 싶어서 최대한 일을 끝내고 조금 일찍 직장을 나와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 후 의사에게 증상을 말했다.
“요즘 속이 좀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안되는 느낌이 들고 손이 좀 차갑더라고요.”
“아 그리고 아까 손을 살짝 당겨봤는데 피부가 좀 찢어졌어요.”
그래도 의사가 심각한 건 아니라고 말해서 안심이었다.
“이 정도면 그래도 괜찮은 편이에요. 심각하진 않고 이 시기에 올 수 있는 증상입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니까 너무 걱정마시고.”
“아 그리고 최대한 음식 섭취는 자제하시고 누워계시면 좋습니다.”
“약을 드릴 테니 물 없이 드시면 됩니다.”
음... 돌팔인가...? 하여튼 의사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니 다행이네.
암튼 집에 돌아와 쉬며 오랜만에 부모님께 전화해서 증상을 말씀드렸다.
“남들 다 한 번씩은 겪는 일인데. 너도 잘 이겨낼 수 있어! 최대한 아프지 말고”
“그리고 운동 좀 열심히 해야겠다! 암튼 이제 곧 끝나겠네.”
“알겠어 엄마. 잘 지내고 나중에 시간되면 한번 올라갈게.”
.
.
.
며칠이 지난 지금, 이젠 정말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서 나는 냄새는 더 심해져간다. ...이제는 뼈가 만져진다. 이제는 배에서 "뚝… 뚝…" 하는 소리마저 들린다.
심지어 무언가 흘러내리기까지 한다. 오히려 이제는 점점 배가 비어있는 느낌이 든다.
심지어 내 뼈가 내 눈에 보인다. 만져지는데다가 군데군데 하얀 부분이 드러나있다.
나의 이상함에 쐐기를 박은 것은 거울을 우연히 봤을때 보게된 나의 턱이었다.
내 턱은 완전히 무너져내려가기 시작했지만... 놀랍게도 나는 “말할 수 있어...?” 말을 할 수 있는 상태였다. 나조차도 이해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나는 죽어가고 있다.
당장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헐레벌떡 병원으로 뛰어갔다. 내가 어떻게 뛰는지 모를정도로.
“선생님 제가 죽어가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
선생님에게 따지듯이 내 증상을 얘기하고 있던 중이었다.
밴드가 떨어졌다. 처음 손가락에 붙혀놨던 밴드가. ...손가락과 함께
나는 가빠진 숨을 들이마셨다. 내 손끝은 아무런 미동도 없이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저번에 아무일도 아니라며 이 미친 새끼야!”
거의 미친 사람처럼 날뛰었다
“왜 그러시는 겁니까?”
“아니 이게 맞냐고! 지금 내가 이렇게 되고 있는데! 아무튼 빨리 치료해줘!”
의사가 당황하고 있는 것이 얼굴에 선했지만 이제 나도 이판사판이다. 그렇게 의사에게 다시 한번 따지기 위해 고개를 드는 순간 의사의 팔이 보였다.
말랐으며, ...흰색이었다.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들은 모두 나를 아무렇지 않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제서야 의구심이 들었다.
‘…왜 아무도 놀라지 않았던 거지?’
주변인물들의 모습이 그제서야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 역시 대부분 흰색이었다. 군데군데 썩은 살점들이 남아있는 사람도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걱정어린 눈빛으로 쳐다본다.
의사는 당황하며 걱정된다는 목소리로 말한다.
“왜 그러시는 겁니까? 이제 곧 정상으로 돌아오실텐데.”
그 순간 누군가가 말했다.
"아, 왜 아직도 그거 붙이고 있었어? 이제 필요 없잖아."
떨어져나간 손가락을 다시 허망하게 쳐다본다. 그 후 다시 나의 하얀 손을 쳐다본다.
5개다. 전부 5개다.
주변의 모두가 조금씩 부패했던 흔적이 존재한다. 또한 나는 깨닫는다.
나는 이제 죽었다. 그러니, 살아있다
“무엇이 정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썩어가는 게 정상이라면… 죽음으로써 나는 정상이 되었다. 드디어”
나는 잘못되지 않았어. 나는 죽어가는 것이 아니니까.
“이제 나는 살아있음을 증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전의 나'는 틀렸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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