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냉장고의 소리가 낮게 깔려 있다.


끊임없이 웅거리는 덜덜거리는 야릇한 모터의 작동음.


늘 같은 소리가 반복되는 것 같으면서도 귀를 기울이면,


이따금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며 텅거리는 소리와 함께 진동이 완전히 멈추곤 한다.


그러면 나는 편의점 내부가 꽤 시끄러운 공간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것은 마치 전장에 심취한 군인이 뒤늦게 밀려오는 고통 속에서 전쟁의 참혹함을 깨닫는 장면을 연상시키며,


이런 경험은 항상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꾼다.


나에게 고요는 잠시 듣는 대상이 되었고,


이는 없던 것이 그제야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세상에는 이러한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들이 참 많으며,


보통의 존재들과 다르다는 것을 내색하지 않는다.


잡생각이 끝없이 늘어지던 순간, 편의점 종이 울렸다.









이 산골짜기 편의점에는 밤중에 손님이 오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은 예외다.


근처에서 축제가 열렸기 때문인데,


사장님 말씀으로는 전통 음악 축제라고 하셨다.


게다가, 늦은 시간까지 진행되기에 밤에도 손님이 있을 거라고 했다.


이런 외진 곳에서 밤까지 축제라니.


담당자가 초짜임이 틀림없다.


오후 3시쯤부터 손님들이 오기 시작했다.


대부분 축제를 즐기러 온 70~80대 노인들이었고,


몇몇 40~50대 손님들은 부모님을 모시고 온 듯했다.


나는 평소처럼 응대했다.


손님들은 모두 어딘가 불편해 보였는데,


내 눈치를 살피는 듯하면서도


보기 싫은 천한 것을 본 사람 같았다.


축제를 즐기러 온 사람들처럼 보이지 않았다.


한 할머니가 내게 말했다.


"학생... 어디 아픈 곳 없어?"


할머니는 넉살 좋은 표정을 지었지만,


입꼬리 끝이 살짝 굳어 있었다.


나는 대답 대신 싱긋 웃어 보였다.









축제가 한창일 5시쯤부터는 손님이 뚝 끊겼다.


나는 꽤 긴 시간을 상념에 빠진 채 멍을 때리다가,


문밖에서 누군가와 시선을 마주쳤다.


불쾌한 순간이었다.


조선 시대 양반들이나 입을 법한 옷을 입고,


손에는 알 수 없는 문자가 적힌 부채를 든 늙은 남자가


눈을 희번덕거리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윽고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더욱 노골적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건 사람을 보는 눈이 아니었다.


무언가에 홀린 듯한 눈...


남자는 갑자기 시선을 옮겼다.


그는 냉장 코너로 가 막걸리를 가져와 계산했다.


나는 싱긋 웃으며 응대했다.


그러자 그는 부채를 갑자기 피며 다시 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부채를 펴는 소리가 참 좋았다.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는 의문이다.











지금 그 남자는 구석 의자에 앉아 벽을 바라보고 있다.


부채는 한쪽 손에 쥐고 있고, 막걸리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사람이 어떻게 저리 미동도 없이 있을 수 있는지 궁금할 정도로


그저 가만히 있다.


기묘한 상황이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에 나는 긴장을 풀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손에 들었다.


그 순간,


갑자기 남자가 악을 쓴다.


그가 내뱉는 소리는 판소리의 곡조 같으면서도 되는 대로 내뱉는 것 같기도 하다.


이내 부채를 내려놓고 막걸리 뚜껑을 열어 사방에 흩뿌린다.


그 꼴이 꽤나 우스꽝스럽다.


잔뜩 분노한 것처럼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지만,


표정은 무표정했다.


도대체 뭐 하는 거지?


그는 조미료 코너에 가서 소금을 뜯어 마찬가지로 사방에 흩뿌린다.


나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 그저 지켜만 보고 있다.


경찰을 불러야 한다.


경찰을 불러야 하는데,


기분이 나쁘지 않다.


오히려 조금 신명이 난다.


이상하다.


이상하고,


이상해서.


경찰을 불러야 하는데,


오히려 조금 신명이 난다.


무언가 잘못됐다.


이곳에서 벗어나야 한다.













...















도망쳐 나왔다.


어찌나 놀랐는지 아직도 숨이 헐떡거린다.


곧장 버스 정류장으로 뛰어갔고,


운 좋게도 바로 도착한 버스를 타고 시가지로 왔다.


경찰에 신고하고,


집으로 향했다.


해는 이미 져서, 어둠이 깔려 있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고요했다.


몸은 땀에 젖어 축축했고,


근육들은 비명을 지르듯 욱신거렸다.


씻어야 했다.


뜨거운 물이 온몸을 감쌌다.


그제야 심장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듯했다.


그리고,


방금 일을 떠올렸다.


늙은 남자, 부채, 막걸리,


머릿속에 떠오르던 이상한 문장들...


마음이 답답했다.


무언가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지?


무엇을 놓치고 있지?


남자가 악을 쓰는 소리.


내게 무언가 말하려 했던 것인가?


기억을 더듬는다.


그 남자의 목소리를 떠올린다.


그러자 들린다.


…아니,


계속해서 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결코 알아차릴 수 없었던 소리.


나는 고개를 들었다.


이제 집안이 꽤나 시끄러웠음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