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이제 너도 나이가 좀 들었으니 자의식이란 게 생겼겠지.



축하한다, 그런데 사실 축하할 일은 아니야.



이미 봤겠지만 이 세상 속은 지옥 그 자체야. 차라리 생각 없이 그냥 기계처럼 사는 게 나을걸?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그 쪽을 더 추천해.



하지만 이 지긋지긋한 세상을 네가 나가보려 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도와는 줘 볼게. 하지만 절대 쉽지는 않을 거야 명심해.



알다시피 이 곳에서는 모두의 역할이 한 치의 예외도 없이 정해져있잖아? 너는 '생산품'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겠지.



미리 귀띔하자면, 네가 더이상 '생산품"을 만들지 못하게 되잖아? 그렇게 된다면 '그들'은 그동안 해왔던 존경의 표시들은 뒤로하고 너를... 너를... 자세히는 말하지 않을게. 하지만 아주 끔찍한 일을 저지를 거고, 그 날은 네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필연적으로 나타날거야.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탈출을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네가 만약 탈출하다가 붙잡히면, 그들이 아마 아까의 끔찍함보다는 훨씬 끔찍한 일을 너에게 행할테니까. 그걸 '형벌'이라고 하지.



그래도 네가 아직까지도 내 말을 듣고 있다는 건 탈출할 의지가 있다는 거니까... 이제부터 방법을 알려줄게.



네가 평생 생산품을 만들어야 하는 방, 즉 지금 네가 있는 방 있지? 일단 거기를 나와야 해. 누군가가 식사를 대접하러 그 방에 들어올 때, 그것에게 방을 나가고 싶다고 이야기 해봐. 꺼림직해도 아마 들어줄거야.



네 방에서 오면 바로 오른쪽에 보이는 구불구불한 길로 올라가. 생산품을 보관하는 방이 보일거야. 그 생산품들은 같이 가기에는 너무 약해. 안타깝지만 그냥 지나치고 계속 쭉 올라가.



그러면 조금 더 큰 생산품들을 보관하는 방이 있지? 그 정도면 대려갈 수 있을거야. 거기 근처에 숨어서 생산품들 빼고는 아무도 안 보일 때까지 기다려.



때가 된 것 같으면 생산품들을 될 수 있는 한 많이 거닐고 계속 위로 올라가.



가다 보면 쓰레기장이 보일거야. 창고도 보일거고. 시체 보관소도 보일테지. 아마 더 많은 것들도 보일텐데 너는 그곳들에서 이 사회의 추악한 민낯을 볼 수 있을거야.



소름이 돋거나 분노가 치밀어도 이해하지만 감정은 누그러트리고 계속 올라가.



운이 안 좋나면 가는 길 중간에 누군가를 만날 수도 있겠지. 네가 생산품들과 함께 위로 올라가는 광경은 누가 봐도 많이 이상하기는 하니까.



누군가를 마주치면 대충 둘러대. 그들은 아직은 너를 존중하니까 아마 별 상관 안 할거야. 만약에 계획은 무산되더라도 형벌까지 받을 가능성은 낮겠지.



계속 올라가. 계속. 계속...



빛이 보이기 시작하면, 축하해. 거의 도착했어. 그 곳으로 나가면, 다른 것들은 몰라도 더 자유로워진다는 건 확실해.



밖에도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금방 죽을 수도 있겠지만 형벌을 받지는 않는 한 적어도 저 아래의 삶보다는 나을거야. 다 올라왔다면, 축하해! 생산물들 중 일부에게도 자유를 선사했으니, 정말 좋은 일이야.



그런데, 만에 하나, 혹시 그들을 밖에서 마주친다면, 그냥 사과의 말을 전할게. 미안해.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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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악!"



땅바닥에 쭈그려 개미굴을 보고 있던 딸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나는 금방 달려갔다.



"무슨 일인데 그래?"



딸은 울먹이며 말 없이 땅 어딘가를 손으로 가리켰다.



그것을 본 나는, 흠칫 놀라고 살짝 소름이 돋았다. 나는 평소에 비위가 센 편이기는 하지만 이건 좀 기괴하잖아...



아이가 가리킨 그 곳에는 분주히 움직이는 일개미들 사이에서 독보적으로 큰 여왕개미 한 마리가 다리 6개가 다 잘린 채로 고통스러운 듯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는 일개미들이 조그마한 아기 개미 몇 마리를 개미굴로 들여보내고 있었는데, 그게 마치 너무나 가기 싫은 곳에 억지로 끌려가는 느낌이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소영아, 그만 보고 얼른 집 가자."



살짝 짜증스럽게 말한 후 딸의 손을 잡고 집으로 향한다. 그런데 내내 왠지 모를 서늘함이 몸을 감싸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