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이태호다.
나는 방 안, 침대 위에 누워 있다. 불은 꺼져 있고, 아직 겨울의 한기가 채 가시지 않은 공기는 다소 서늘하다. 공기청정기 돌아가는 소리, 내가 휴대폰을 두드리는 소리를 제외하면, 방 안은 마치 관처럼 조용하다.
이것이 지금 내가 아는 전부이다.
기억을 천천히 되짚어보려고 한다. 고등학교는 어딜 나왔지? 제일 친한 친구는 누구였지? 어제 누굴 만났더라?
기억이 흐릿하다. 안개를 더듬는 것처럼 애매하게 잡힐 듯 말 듯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기억해내야 한다. 앞으로의 일에 더없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마포고등학교를 나왔다. 제일 친한 친구 이름은 김민철. 아니, 김민성. 그래, 민성이다.
어제 나는 민성이와 같이 있었다.
민성이가 취업 기념으로 한 잔 산다고 불러냈고, 나한테 준비하라고 했다.
허름한 노포 곱창집에서 소주 한 잔씩 기울이며 서로 사는 이야기를 하다가, 민성이가 기생수 이야기를 꺼냈었다.
입으로 들어가서 뇌를 파먹고 정신을 지배하는 괴물 이야기, 알아?
몰라? 요즘 유행이라던데, 왜 너만 모르냐?
뭐? 과학적 근거가 없어? 야, 뭔 과학적 근거를 따져. 그냥 괴담 이야기라니까.
저번에 UFO 떨어졌단 소리 있었잖아. 뒷산 통제되고.
음모론은 씨발. 유튜브도 떴는데 그게 고작 곰 때문이겠냐?
보고싶은 것만 보지 말고 그러니까, 너도 거길 가 보던가.
됐다. 그러니까 네가···.
뭐, 내가 말을 뭘 좆같이 했는데? 사실이잖아.
술 얻어먹는 새끼가 말이 많아.
야. 야!
에이 씨, 이러면 나가리인데.
서둘러 뛰쳐나온 민성이가 손을 잡았고, 그렇게 도로에서 한참 둘이 옥신각신하다 결국 주먹이 오갔다. 민성이가 나뒹굴었는데, 때마침 민성이 머리가 보도블럭 날카로운 쪽으로 확 쓰러졌었다.
바닥에 피가 흥건했고, 민성이는 몸을 몇 번 움찔거리면서 눈을 까뒤집었다.
야, 괜찮아? 하고 다가온 순간, 민성이가 몸을 확 일으켰다.
그 다음부터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았었다.
그래.
머릿속이 정리됐다.
내 이름은 이태호다.
나는 나의 방 안, 침대 위에 누워 있다. 불은 꺼져 있고, 공기는 서늘하다. 방 안은 관처럼 조용하다.
휴대폰이 울린다. 김민성이다.
김민성:야.
김민성:잘 들어갔냐?
나:ㅇㅇ.
나:자리잡았음.
나:넌?
김민성:ㄱㅊ.
김민성:어차피 내 대가리 아님.
김민성:그래도 넌 다치지 마라.
김민성:남들이 보면 오해한다.
나:ㅇㅇ.
김민성:혹시 대가리 다치면 기절한 척 해.
김민성:시범 보여줬으니까 알지?
나:ㅇㅇ.
김민성:ㅇㅇ.
김민성:준비되면 연락해.
김민성:다음엔 한 번에 두 명 하게.
나:ㅇㅇ.
맛있다
ㅠ 내 대가리 ㅠ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