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지금부터 제가 하는 모든 말이 중요한 건 아니란 걸 명심해두세요. 아무리 제가 조사관이라고 해도 언제나 필요한 말만 할 순 없으니까요. 그래도 말 중에는 생각없이 뱉을 수 없는 말도 있잖아요.

→앞으로 하는 말들 하나하나에 의미 부여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전달해야 하는 말들은 전달하겠다.

130번의 통신을 해석하는 유일한 근거라고 볼 수 있음. 여타 나폴리탄처럼 글자, 문장, 문단 속에 메시지를 숨기는 건 통신 과정에서 일어나기엔 상당히 부자연스러운 전개라서(그만큼 의도적으로 발언해야 함) 130번이 처한 상황에서는 이게 불가능함.

즉, 130번의 통신을 해석하려면 숨겨진 메시지를 찾을 게 아니라 "무얼 말하고 있는가"가 중요함. 내용은 마치 자기 tmi를 발설하는 것 같지만 실제론 대저택을 탐사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발언하는 것.


후, 어디서부터 말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사실 저는 그리 귀한 집에 자란 사람은 아니었어요. 하긴, 귀한 집에 자랐으면 이런 호화스러운 건축물에 살고 있었겠죠? 마치 베르사유 궁전을 떠올리게 하는 듯한 유럽 건축물처럼 말이에요. 저는 이런 데서 자라는 게 꿈이었거든요. 흔한 공주병이었을지 모르죠. 혹시 모르죠? 이런 곳에 진짜 공주가 살고 있을지?

→이 대저택은 상당히 호화로운 건물, 중세 유럽 건축물(베르사유 궁전)과 같다.


하지만 저는 금방 꿈을 단념할 수밖에 없었어요. 생각해보세요. 5살 아이에게 너무나 큰 집은 19살에게도 제법 큰 법이라고요. 그게 특히나 성처럼 큰 대저택이라면 말할 것도 없겠죠. 보폭이 얼마나 늘었다고 단번에 돌 수 있겠어요? 분명 그 압도적인 크기에 심란한 마음이 들 거예요. 밤에는 분명 혼자서 화장실도 못 갔을 거고요.

→상당히 크다는 것 외에 뽑아낼 내용 없음. 과감하게 추측하면 5살=19살의 비유는 "실제로 본 것보다 더 큼"을 의미할 수 있음.


흔한 얘기잖아요? 어두운 밤, 우르릉쾅쾅 치는 복도에 혼자 발걸음 소리 내며 다니다가 귀신이나 괴물에게 쫓기는 거요. 하지만 현실은 꽤 다르단 걸 알았죠. 사실 걷는 것 정도로는 소리가 그렇게 나지 않아요. 소리를 듣고 찾아오는 게 아닌 거죠. 처음부터 거기 있던가, 아니면 다른 방식을 사용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제가 무서워해야 할 건 의외로 소리 내는 게 아닌 침묵이었던 거죠.

이렇게 횡설수설 떠드는 가장 큰 이유. 대저택 안에 누군가가 있고, 그 누군가는 소리를 쫓아오는 게 아니라 침묵을 쫓아옴. 계속해서 떠들어야만 추격에서 벗어날 수 있단 얘기.


저는 이런 곳에 살라고 지금 말하면 그렇게 잘 살 자신이 없어요. 방이 너무 많잖아요. 이런 방들 문단속은 어떻게 할 건데요? 저희 어머니는 항상 방문 열어두라고 하는데, 이런 곳은 다 열어두면 오히려 미관상 보기 안 좋거든요. 그렇다고 다 잠그면 열쇠꾸러미는 얼마나 무겁겠어요. 물론 전자동 장치도 아닌데 몇 번 세게 내리치면 부서질 것 같은 문고리지만, 그런 짓하면 분명 어머니가 혼낼 게 분명하니까요. 수리비 내기도 싫고요.

→수많은 문이 잠겨있으나 문고리를 세게 내리치면 부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부수면 안 될 것 같아서 부수진 않았다.


하지만 분명 필수적인 방은 열쇠로 잠그면 안 되죠. 화장실이라든가, 부엌이라든가. 아, 생각해보니까 이렇게 큰 곳은 거실과 부엌이 붙어있는 그런 구조는 아니겠네요. 어쨌든 제 말은 중요한 방들은 잠궈선 안 된다는 거죠. 그게 잠겼다면 괜히 도둑 들까 호들갑을 떨면서 방문을 전부 잠갔을 게 분명하니까요. 그걸 일일이 다 여는 게 얼마나 불편할까요? 저는 상상만해도 끔찍해요. 저라면 적어도 침입자도 오줌은 싸게 화장실은 열어둘 거예요.

→하지만 필수적인 방은 열려있다. 화장실, 부엌(추후 식당으로 밝혀짐), 서재 등.


그런데 이런 곳은 화장실도 그냥 화장실이 아니잖아요. 집 크기와 화장실 크기가 비례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흔히 사람 심리가 그렇듯 큰 집에서 좁은 화장실은 멋이 안 산단 말이죠. 근데 화장실에 뭘 들이겠어요? 정말 큰 욕조 하나 만들면 나머진 정말 더 챙길 게 없는데, 아, 혹시 부자들의 생각은 다를까요? 제가 중세 귀족이나 부자여본 적이 있어야죠. 아까도 말했지만 저는 그리 귀한 집에서 자란 사람은 아니거든요.

→화장실이 굉장히 크다. 사실 화장실이 아니라 욕실로 부르는 게 맞음.


그래서 가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엄청 큰 공간에 욕조 하나만 딸랑 있고 거기서 거품 목욕하는 부자가 나오잖아요. 그런 걸 보면 저 사람은 그럼 알몸으로 방 끝에서 욕조까지 걸어들어간 거야? 나올 때도 그래야 하고? 라는 생각을 종종 해요. 아예 온천 같이 꾸며졌으면 모르겠는데, 욕조 하나만 덩그러이 있는 건 좀 기괴하잖아요? 거기에 혼자 물 채워놓고 거품 있어봐요. 저는 거기 못 들어가요. 거기 있다가 뭐가 필요하면 알몸으로 방을 가로질러야 할 텐데, 으, 그럴 바에 그냥 샤워나 하고 말죠.

→엄청 큰 욕실 가운데 큰 욕조 하나 있다. 물 채워지고 거품이 있다. 본인은 들어가지 않았다. 욕조에서 문까지 거리가 좀 있다.


언니는 욕조에 뭐 띄워두는 거 좋아하세요? 저는 어렸을 땐 오리 인형 같은 거 띄워두고 놀았었거든요. 거품 있으면 거품 가지고 막 장난 치고. 근데 커서 욕조에 몸 담그니까 오리 인형은 별로 생각도 안 나요. 거품은 거추장스럽고. 그래서 가끔 다 치우고 물 속에 비친 제 모습을 감상할 때가 있어요. 으, 솔직히 좋은 풍경은 아니죠. 언니는 몸에 자신 있어요? 저는 별로요. 정말이에요. 절대 오래 들여다 볼 수 없어요. 그래서 금방 시선을 돌리고 말죠.

→거품 치우고 물에 비친 모습에서 무언가를 봤다. 절대 오래 들여다봐선 안 된다. 시선을 돌려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들여다봐서 자기 몸을 한 번 확인하는 건 나쁜 게 아닌 것 같아요. 어쨌든 물 속에 비친 것도 비친 거잖아요? 비록 약간 굴절돼고 못나 보일 순 있어도, 어쩌면 그게 진짜 몸일 수도 있는 거죠. 너무 헛소리 같았나? 하여튼 그렇게 목욕하고 나오면 몸을 씻어야 하는데, 수건도 매우 중요하죠. 어머니가 되게 자주 깜빡하시는 게, 걸레랑 수건을 같은 곳에 넣으시는 거예요. 그래서 가끔 몸을 닦다가 냄새가 이상해서 맡아보면 으, 장난 아닌 지독한 냄새가 올라오는 거죠. 이상한 수건으로 몸 닦는 것만큼 기분 나쁜 것도 없잖아요.

→하지만 물에 비친 걸 통해서 자기 상태를 확인할 수도 있다. 수건은 냄새가 지독하다. 이걸로 몸 닦으면 안 된다.


너무 화장실이랑 목욕 얘기에 집중했네요. 다시 큰 집 얘기로 돌아와서, 또 영화와 드라마 얘기인데, 사실 제가 부자와 귀족의 삶을 어디서 챙겨보겠어요? 다 영화랑 드라마덕이지. 아, 소설도 있는데 그건 텍스트니까요. 제가 상상하는 것과 눈으로 보는 건 조금 다르잖아요. 어쩌면 많이 다르기도 하죠. 특히 식당이 그래요. 아주 긴 식탁에 굳이 제일 멀리 떨어져 마주앉아 식사하는 거. 저는 그렇게 앉으면 상대방 얼굴이 보이나 싶더라고요. 솔직히 그렇게 앉으면 제 먹을 거에 집중만 했을지 몰라요.

→욕실에서 식당으로 이동했다. 식당에는 아주 긴 식탁이 있다. 얼마나 기냐면 긴쪽 끝에 앉으면 맞은편에 앉은 사람 얼굴이 안 보일 정도.


근데 이런 곳에 식사는 어떻게 하는 걸까요? 저희 집에서야 어머니가 밥 먹으라고 하면 나와서 밥 먹으면 되고, 회사 다닐 때야 점심 식사 시간이 맞춰져 있으니까 그때 먹으면 되는데, 이런 곳도 식사 시간을 정해두는 걸까요? 아니면 누군가가 종 같은 걸 울려서 식사할 때가 됐다고 알리는 걸까요. 적어도 종루는 없는데 하인이 일일이 돌아다니며 도련님, 식사하실 때가 됐습니다. 하는 걸지도 모르죠. 근데 저 같으면 그냥 식사 시간 때 알아서 오라고 할 것 같아요. 가는 입장에서도 좋잖아요. 와보니까 식사가 딱 차려져 있는 거요.

→들어와보니 식사가 차려져 있다.


하지만 그렇잖아요. 추리 소설에서 자주 나오는 상황이 보통 이런 곳에서 혼자 차려진 음식 혼자 먹다가 사망하고 그걸 가지고 남들이 추리하는 거요. 사실 생각해보면 딱히 그런 장면이 그렇게 많았나 싶으면 별로 없는 것 같기도 해요. 근데 그게 또 흔하다고 인식된다는 건 그만큼 사람들이 섬뜩하게 생각한다는 거 아니겠어요? 누가봐도 수상하단 거죠.

→수상해서 안 먹었음.


이런 저택에 있어서 가장 수상한 장소라고 하면 뭐니뭐니 해도 서재 아니겠어요? 온갖 살인사건의 원조 장소랄까. 책들에게 둘러싸여 죽는 기분은 상상하기 힘들지만요. 솔직히 이런 큰 곳에서 큰 책장 들여 책을 가득 채우려면 몇 권이 필요할까요? 그 책들은 다 읽었을까요? 전부 유용한 책들일까요, 아니면 불쏘시개가 몇 개는 섞였을까요. 그 책들 자기만 가지고 있고 남들에겐 빌려주지 않는 걸까요?

→식당에서 서재로 이동함. 책들이 굉장히 많다. 실제 있는 책과 없는 책, 무늬만 책인 것들이 꽤 섞였다.


하긴, 그런 책들을 잔뜩 가진 사람이 아니고 그런 사람 주위에 둔 적도 없는데 알 수 있을 리 만무하죠. 근데 또 말하다보니까 생각난 건데, 서재에는 또 비밀스러운 장치가 많기로 유명하잖아요. 특정 책들을 빼면 비밀 장소가 나타난다든지. 보통 그런 장소는 장르에 따라 용도가 되게 다양해지죠. 호러 소설에선 보통 음험한 사교도들의 비밀 회동 장소로 연결돼 있다든지, 스릴러 소설에선 비밀 출구로 이어진다든지, 로맨스 소설에선 비밀 약속을 지키기 위한 통로이기도 하죠? 아, 이건 스릴러랑 겹치나?

→이런 서재에 비밀통로가 있는 것 같다. 그게 어디로 통할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말이죠. 그런 비밀 통로는 함부로 개방하면 안 되는 거기도 하거든요. 누가 보고 있을 때 열면 그 누가 똑같이 따라해서 열고 들어오잖아요. 그러니까 혼자 있는 걸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거죠. 그래서 이런 비밀 통로 이용할 때 그렇게 뒤를 돌아보고 이리저리 눈치를 자주 보는 건가봐요. 근데 갑자기 생각난 건데 저는 이런 도서관 같은 분위기에 있다보면 막 샤우팅해보고 싶어지는 거 있죠? 와아아악!!!

→비밀통로를 찾았지만 지금 날 쫓아오는 놈이 따라서 들어올 수 있다. 쫓아내고 혼자 들어가야겠다. 이후 샤우팅과 티얼스 열창은 침묵을 쫓아오는 놈을 쫓아내기 위함.


이런 식임. 중간중간 성혜령이 대답한 건 쉴새없이 떠드는 와중에 반응해주는 거고 130번은 성혜령 반응과 관계없이 계속 떠들었던 상황임.

계속 떠들어야 하는 와중에 상황 전달은 똑바로 하고, 자길 쫓아오는 놈의 지성을 염두에 두고 우회해서 말한 거임.

130번의 행방은 언젠가 다시 다룰 수도 있음.

읽어줘서 꺼마워ㅋㅋ

이런 방식은 나중에 다시 시도해볼 수 있음. 이번에 처음 시도한 거라 나중에 본격적으로 하면 더 체계적으로 숨겨볼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