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판교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던 중 깜빡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니 여기임.

시계도 없고 휴대폰은 먹통이고 지하라 해도 안 들어와서 오늘이 며칠째인지도 모르겠음.

본인이 잠들고 일어난 걸 하루로 본다는 기준 하에 이 정류장에 14일째 머무르는 중.

앞서 이 역에 살다 간 사람이 몇 명 더 있고, 그들은 지하철에 붙은 불법 전단지 뒷면을 통해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보임.

그러나 본인이 이 역을 돌아 보았을 때 눈에 보이는 이면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

다행히 방치된 태블릿을 하나 발견함. 원래는 지하철 광고 스크린에 나오는 영상 교체할 때 꽂아 쓰는 용도로 보임.

어찌저찌 루팅에 성공했지만 와이파이며 블루투스며 다 신호를 못 잡길래 메모장 용도로 쓰기로 함. 다행히 충전은 되니까 여기에 꽂아서 보관할 것.

예전에 이 역에 머물렀던 사람들의 정보를 하단에 기재할 테니 다들 성공적인 생존을 기원하며,

추후 내용을 추가해야 할 경우 자신을 구분하기 위해 알파벳을 글 맨 앞에 붙여 몇 명이나 더 왔는지 표기해줬으면 함.

또 정보성 문구에는 숫자를 붙여 구분하기 편하게 해주기를 바람.


1. 지하철 역사에 표기되는 이번역, 전역, 다음역 이름이 아예 없음. 여기가 몇 호선인지, 무슨 역인지에 대한 정보가 0에 수렴. 다만 이 정보를 알 방법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알게 될 경우 생존할 수 없는 것인지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함. 만약 누군가 알게 된다면 최소 2일 이상 경위를 지켜본 후 정보를 추가할 것.

ㄴ(내용 삭제됨)

ㄴG: 죄송합니다. 여기 추가 문구로 F님이 적어둔 역 초성 정보가 있었는데, 보는 순간부터 속이 울렁거리고 편두통이 지속되길래 제가 지워버렸습니다. 곧 괜찮아지거나 다른 원인인 것이 밝혀지면 다시 복구해 놓겠습니다.


2. 가끔 지하철이 옴. 대체로는 '우리 열차는 이번 역을 통과하는 열차입니다'라는 멘트가 나오며 정차하지 않고 지나침. 그런데 가끔 '지금 대현행, 대현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라고 하면서 지하철이 멈출 때가 있음. 이 때 스크린도어도 같이 열림. 승객은 아무도 없고 좌석은 빨간색 벨벳 시트, 양쪽에 임산부배려석이 없는 걸 보아 연식이 오래된 열차임.

ㄴC: 이 정보 절대로 대충 보지 말고 머리에 때려박아라 ㄹㅇ 지하철 왔길래 그냥 쳐다봤는데 의자 철제고 임산부보호석도 있는거. 순간 원래 타던 지하철 온 줄 알고 울뻔했는데 생각해보니 신도림역에 온 지하철이 텅텅 비었을리가 없잖아...벙쪄있는데 문닫고 출발하더라. 수법이 점점 더 교묘해지는 것 같음 참고해라 나도 하마터면 탈뻔함

ㄴD: 이제는 사람 비슷한 게 칸마다 몇 명씩 타고 있어요. 근데 아직 '좌석'이 뭘 의미하는지 모르는 것 같아요. 아무도 안 앉아 있어서 의심할 수 있었어요. 참고로 대현역이라는 말도 없었어요.

ㄴG: 이제 완벽하게 혼잡한 지하철 상태로 들어옵니다. 좌석에도 다 앉아 있습니다. 그러나 임산부보호석에 완벽하게 임신한 여성들만 앉아 있는 점, 지하철 내 자전거를 끌고 탑승한 승객이 없는 점, 문이나 기둥형 손잡이에 기대 서 있는 승객이 한 명도 없는 점 등을 미루어볼 때 가짜라고 판단할 수 있겠습니다.


3. 해당 지하철은 약 1분(체감상) 정차하며, 이 때 저 열차를 타야만 할 것 같은 충동에 휩싸임. 실제로 전에 여기 살았던 사람 중 누군가는 그 열차에 탑승해 보겠다 메모를 남겼으며, 이후 어떠한 메모에도 동일 필체가 발견되지 않았음. 충동은 대게 강하지 않기에 무시하고 다른 곳을 보거나 바닥을 내려다보면 그럭저럭 버틸 만 함. 정말 도저히 타고 싶어 견딜 수 없을 때는 자해 행위가 도움이 됨. 피가 날 정도로 살갗을 긁어내다 보면 갑자기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확인. 대현행 열차는 1주일에 1회 정도 방문하는 것으로 보이며 도착시간은 천차만별임.


4. 지하철 4-4, 5-1 승강장 사이에 역내 화장실이 있음. 다행히 하수도가 정상 작동함. 세면대 및 변기 이상 없음을 확인. 이곳에서 몸을 씻거나 물을 마시면 됨.

ㄴE: 물을 틀었는데 색이 이상하거나 끈적하면 마시지 마세요! 화장실 문 닫혀 있으면 도망치세요! 평소에 문 활짝 열어두고 다니세요!


5. 화장실 벽은 살짝 파랑빛 도는 흰색 타일이고 바닥은 점박이 돌이 많은? 그런 무늬 타일임. 화장실 칸마다 휴지걸이가 비치되어 있으나 휴지는 없음. 세면대는 성인용 2칸과 아동용 1칸으로 총 3칸, 화장실 칸은 이용 가능한 일반변기 3개 칸과 장애인용 1칸, 청소도구함으로 쓰이는 변기 없는 1칸으로 총 5칸임. 아무리 급하더라도 화장실 실내 인테리어와 칸 수를 확인하고 이용해야 함. 이전에 머물렀던 사람 중 '화장실에서 향기가 난다', '어디선가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와서 좀 웃겼다' 같은 글을 남긴 사람이 있음. 그러한 화장실은 이후 발견된 적 없으며 해당 글을 남긴 사람도 어느 순간 실종됨.


6. 열량 확보가 가장 시급한 문제임. 역내 비치된 자판기가 있으나 돈을 넣어도, 버튼을 눌러도 먹통임. 내부에 보관된 캔음료를 마실 수 있는 방법이 생기면 남겨주길 바람.

ㄴF: 자판기 뒷판 뜯어냈수다. 안에 바퀴벌레 좀 많으니까 꺼낼 때 놀래지 말고 원하는 거 마시쇼.

ㄴG: F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자판기 잘 쓰고 있습니다. 음료 종류는 마시면 리필되는데 생수는 다시 안 채워지는 것 같습니다. 아직 이유는 모릅니다. 처음 보는 음료인데다 유통기한 표기가 아예 없지만 맛이나 향에 문제는 없습니다. 마시고 난 후 3일이 지났는데도 몸에 이상 없습니다.


7. 현재 가장 쉽고 안전한 방법은 1-4 승강장 앞에 위치한 간이매점임. 불량식품 및 스낵류가 대다수라는 점이 아쉬우나 아무런 방해 없이 음식을 꺼내먹을 수 있음. 그러나 의심해봐야 할 점은 분명 본인보다 먼저 온 생존자들이 이를 발견하지 못했을 리가 없는데도 음식을 가져간 흔적이 없다는 것임. 본인은 더 나은 해결책을 찾지 못해 이를 먹으며 버티기로 했으므로, 이후 특이사항 있으면 추가 바람.

ㄴB: 저는 가니까 아줌마 있던데여ㅋ 먹을 거 달랬더니 뭘 달래여ㅡㅡ 돈없는데;; 님 먹은거 맞음? 가득 차있던데...아줌마가 채워놨나ㅋ 그리고 이 아줌마 돈 모름. 쓰레기통에서 전단지 잔뜩 주워다가 한장씩 줬더니 먹을 거랑 바꿔줌ㅋ 개꿀ㅋ

ㄴC: 하...얘 때문에 역이 진화하기 시작한거였음...전단지에 뭔 내용 있었길래 얘네가 학습했을까; 미치겠네 너때문에 다른사람들 다 죽는다

ㄴD: 제 경우에는 과자에 유통기한이 안 적혀 있었고 현실에서 들어본 과자 종류가 몇 종류 있어요. 근데 포장지는 완전 처음 보는 거. 바닐라 맛이라는데 불닭 그림 그려져 있고 이래요. 아마 글자로만 정보를 취합해서 외형, 디자인 이런 건 잘 모르는 것 같아요. 혹시나 해서 그렇게 생긴 애들만 빼고 먹고 있어요. 아줌마는 돈(아마도 B님이 준 전단지)을 계속 요구하는데 없다고 하니까 손가락이나 허벅지 살점을 달라고 했어요. 식사는 최소화하고 자판기 음료로 최대한 배 채우세요.

ㄴE: 여성분들 중 생리 중이신 분이 계시다면 생리 피로 거래 가능해요! 좀 역겹지만 쓰레기통에 버려진 휴지나 유리 조각같은 거에 생리피 묻혀서 주세요! 아줌마가 양 손 가득하게 먹을 거 줍니다!

ㄴF: 피 달라 그래서 아줌씨 좀 팼더니 더 이상 달라 안합디다. 확실히 인간이 아닌 것이 얼굴을 곤죽이 되도록 줘 팼는데도 피 한 방울 안 나오. 아예 죽여 버릴라고 주먹 들고 협박했더니 도망갔수다. 그 뒤로 안 나타나고 있는데, 또 나타나면 죽여 버리겠소.

ㄴG: 이제 건장한 성인 남자가 매점을 지키고 있습니다. 먼저 주먹으로 위협도 합니다. 최대한 매점을 이용하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8. 아직 탈출구는 찾지 못했으며, 발견 시 뒷사람을 위해 꼭 메모해주기를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