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위를 살핀다.
분명 오늘도 다른 날과 똑같이 힘든 회사 생활을 마치고 고된 몸으로 평범하게 방에서 잠에 들었었다.
하지만 푹 자고 눈을 떠 보니 평소 보여야 할 내 방의 하얀색 벽지가 아닌 내 주위를 둘러싼 파란색의 2,3평짜리 공간이다.
그리고 여타 기존에 내 방에 있었던 침대 등의 물건들도 보이지 않는다.
오직 보이는건 벽지와 거의 같은 색깔인 파란색의 문과, 그 옆에 붙어진 하얀색 종이와 모나미 볼펜 몇자루 뿐.
나는 그 글씨를 자세하게 읽기 위하여 가까이 갔다.
'24년 11월 8일
괴이대책국제연합 한국지부 강서환팀장. 눈을 떠보니 이곳에 도착. 아마 여러 정황을 봤을 때 이 공간은 흔적과 가정으로만 무수했던 명칭 D-80번으로 진입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생각 됨. 우선 이 방에는 별다른 징후가 없는 것으로 보아 옆에 문을 열고 다음 방으로 진입 후 다시 메모하겠음.
만약 나 이후에 새로운 대원들이 들어온다면,
이 공간에 대해 새로운 것과 참조할 규칙들을 발견하게 되면 추후 들어올 민간인들을 위하여 밑에 써두기를 바람.'
ㄴ아 강아재, 저도 여기 왔네요ㅋㅋㅋㅋㅋㅋ. 혹시 여기 오신 민간인분들 지금 굉장히 당황하실텐데, 전혀 걱정마세요. 여기 진짜 별거 없어요 좃밥임.
걍 앞에 파란문 열면 빛이 엄청 쏟아질텐데 그때 자동으로 눈 감길거거든요? 그리고 깨면 원래 있던 공간이라 함ㅋㅋㅋㅋ. 저 아저씨가 돌아와서 말해줌
난이도 1. 튜토리얼 수준 ㅋㅋㅋㅋㅋㅋㅋㅋ
-천태원 대원~11/14
ㄴ태원이 여기서도 경박하네. 민간인들도 볼 텐데 기관 위신 상하게 하지말아라 제발. - 24년 11월 15일 한국지부 천서원.
ㄴ 니들 여기서까지 싸우냐ㅋㅋ 아 그런데 요즘은 사이 좋더만ㅋㅋ 보기 좋더라. 아, 그리고 팀장님 여기는 그곳과 아무 상관 없는 곳으로 밝혀졌으니 써두신 명칭 지울게요. - 유선아 11월 28일
ㄴ 선아야 니가 준 쿠키 맛있더라. 근데 니 원래 요리 엄청 못했잖아. 저번에 전남친 생일날 인스턴트 미역국 끓여주다 망한거 이미 유명하더라,
물론 소문 내가 퍼트림. 저번 빼빼로 데이 때 빼빼로 직접 만들었다고 준 것도 솔직히 맛 애매하더라. 근데 이번 쿠키는 진짜 맛있었음. - 12/2
ㄴ이름 안써놔서 누군지 모르겠습니다. 근데 아마 선아누님에게 빼빼로 받았다는 거 보면 백프로 눈치 없는 현우형님인거 같은데, 제발 눈치 좀 챙기십시오. 그거 형님만 받았어요. 이번 쿠키는 물론 저도 받았습니다만.. 아마 전 대원들에게 전부 돌리시는 것 같더라구요. - 24년 12월 2일 한국지부 김수원
ㄴ..
ㄴ..
ㄴ...
종이는 한 장이 아니었다.
총 4장이 붙어있었는데 3번째 장의 절반 정도까지 저런 식으로 메모가 되어 있었다.
뒤에 내용들을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바로 옆의 파란문을 열면 빛 때문에 눈이 감기고, 떠보면 원래 있던 곳임.'
그리고 나머지 내용들은 괴이대책국제연합 한국지부라는 곳의 대원들의 잡담이었다.
'괴이? 이런 기이한 현상을 말하는건가? 괴이대책국제연합이라니 처음듣는데.. 이름 특이하다'
여러 의문이 떠올랐지만 그건 우선 이 기묘한 공간을 나간 후에 생각하기로 하고, 우선 나는 옆에 있는 파란색의 문을 열기로 한다.
'아차차'
메모를 읽어보니 민간인은 아마 내가 처음인 것 같은데 나도 한번 메모를 써두기로 한다.
ㄴ괴이대책국제연합 대원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나가게 되면 후원할게요. - 아마도 여기 진입한 첫 민간인이
그리고 파란색 문의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었다.달칵.
직후, 메모에 쓰여진 것처럼 빛이 급격하게 쏟아져서 자동으로 눈이 감기시 시작한다.
'이제 눈을 뜨면 방이 보이려나?'
약 2,30초 후 빛이 조금씩 줄어들자 나는 서서히 눈을 떴다.
그리고 내 눈 앞에 있는 광경은 아늑하고 평화로운 나의 집이 아닌, 검은색 전투복 같은 옷을 입은 자들이 만든 시체 같은 산.
내 귀에 들리는 소리는 그 산에서 나오는 핏물에 내 발이 들어가서 생기는 찰박찰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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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현생살다가 천천히 적어보려고 했는데, 갑자기 아이디어 하나가 이건 짧으니까 꼭 써보라고 유혹해서 써봄.
해석좀
음 시리즈 전부 연속된 세계관이라 나중에 새로운 글들 올리면서 조금씩 밝힐 예정이긴 해
기관에게 낚였네..
나폴리탄이라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지
권리는 세금 낸 만큼 생김... 국제기구는 각 나라별로 분담금이 책정되어 있음. 한국이 그 분담금을 내지 않아서 국제대괴이연합에서 12월 25일 쫓겨났고 따라서 원래라면 연합에 속한 국가의 국적자는 특혜로 파란문으로 이승(?)에 돌아올 수 있어야 했는데 한국이 그 특혜를 잃어서 이승(?)에 귀환할 수 없게 된 것이 화자임
저 화자놈이 처음이고 이제 한국의 민간인들도 계속 말려들 거임. 이제 한국은 연합에 속한 국가의 지위를 잃었으니. 왜 분담금 안 낸 거니... 초자연대책국인가뭔가하는 흙수저 행정기관처럼 한국도 흙수저 국가가된거야? 그건좀슬프다
오 내가 글 쓸 때 생각하던 해석과는 좀 다르지만 그런 해석도 가능하겠다! 재밌게 봐줘서 고마워
기관은 몰상당하고 기억빼먹는 놈이 글써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