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이한아 오늘 고생 많았다. 조심히 들어가!”
“그래, 그래. 너도 고생했다. 종강 축하하고, 개강하면 보자고.”
말로만 들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두 글자가 있었다.모든 대학생의 꿈이라는 종강.
드디어 종강을 맞이한 서이한은 기념으로 동기들과 술을 가볍게 한잔 걸친 뒤, 터벅터벅 신도림역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했다.
서울대학교 4학년생, 학과는 밥 벌어먹기도 힘들다는 철학과.
졸업이 다가오니 슬슬 ‘앞으로 뭐 해 먹고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깊게 드는 요즘이었다.
마침 딱 하나 남아있던 지하철 구석 자리에 털썩 앉은 이한이 주머니에서 블루투스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았다.
오후 6시 30분. 퇴근 시간의 1호선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후우…… 이제 진짜 곧 졸업이구나.’
멍하니 미튜브를 틀었더니 라이브로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이한은 별생각 없이 뉴스 영상을 터치했다.
- 뉴스데스크에서 인사드립니다.
- 이상 현상이 존재한다. 또한, 이런 이상 현상들이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납치하고 있다!
- 척 듣기만 해도 말이 안 되는 이야기지만, 이런 동화같은 음모론을 진지하게 믿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 이전에 정부에서 해당 현상을 ‘원인 불명의 집단적 환각 증후군’으로 명명한 이후……
‘저런 걸 믿는 사람들이 아직 있구나.’
이상현상.
이전에 잠깐 유행하던 가십거리였다.
갑자기 아무런 이유 없이 이상한 공간으로 이동되고, 그 안에는 여러 끔찍한 괴이들이 있어서 사람들을 납치하고 잡아먹는다는 이야기.
어릴 적 문방구에서 팔던 500원짜리 괴담 책에서나 나올만한 소리였지만. 놀랍게도 자신의 가족이나 친구가 이상현상에 휘말려 실종됐다던가, 자신이 이상현상에 빠졌다가 겨우 살아 돌아왔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수가 점점 늘고 있다고 했다.
‘정부에서도 그딴 건 없습니다-! 하고 공언해놨는데. 하긴, 저런 사람들이 정부 말을 믿겠어? 뭐 전파무기가 있다거나, 대통령이 파충류 외계인이라거나. 그런 소리나 하겠지.’
웃기지도 않은 이야기였다. 오히려 이런 걸 뉴스에서 다루고 있다는 게 어이없었다.
적어도 지금의 이한에게는 이상현상이고 나발이고, 졸업해서 취직이나 할 수 있을지 하는 문제가 훨씬 더 중요했으니까.
대학 중 제일이라는 서울대학교에 들어간 것까지는 좋았지만, 하필이면 젊은 날의 패기로 철학과를 선택해버린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하아암……”
덜컹거리는 지하철, 꽉 들어찬 사람들로 인해 후끈해진 무거운 공기.
과제를 하느라 밤을 꼬박 새웠던 탓일까.
갑자기 몸에 힘이 빠지며 졸음이 몰려왔다.
어차피 자취방까지는 적어도 40분은 가야 하니까. 지루한 시간, 조금은 자두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이한은 결국 자신의 책가방을 끌어안고 고개를 떨군 채 꾸벅꾸벅 잠이 들어버렸다.
- 음모론자들의 독특한 주장 또한 화재입니다.
- 그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이상한 곳으로 이동한다’, ‘익숙한 장소와 비슷하지만 커다란 위화감이 느껴진다’ 등의 구체적인 이야기와 함께……
- 정부에서는 이들의 행동이 도를 넘을 시, 시민 안정을 위한 특별법 재정을 검토……
귓가에서 들려오는 뉴스를 자장가 삼아서.
무거운 눈꺼풀이 떨어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으음…… 아?!”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꾸벅꾸벅 졸던 이한이 번뜩 눈을 떴다.
멍하니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둘러본 순간, 이한의 입이 자신도 모르게 점점 벌어지기 시작했다.
‘나 얼마나 잔 거지.’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사람들로 가득 찬 퇴근길의 만원 지하철이었건만.
지금은 어떻게 된 일인지 안에 그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과제를 한다고 밤을 새버린 탓일까. 혹은 생각보다 너무 피곤했던 것일까.
‘와, 진짜 종점까지 왔나보네.’
예전에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지하철의 종점에서도 내리지 못하면 차고지로 들어가 버린다고.
1호선의 종점이 어디였더라. 뭔가 엄청나게 먼 곳이었던 것 같은데.
집에는 어떻게 들어가냐. 근처 피시방에서 밤이라도 새야 하려나.
‘그럼 지금 차고지로 가는 중인 건가. 근데 보통은 직원 분이 깨워주지 않나?’
지하철은 계속해서 덜컹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창 밖을 바라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뿐이었다.
아마도 터널 안인 거겠지. 그런데 보통 터널이라도 자그마한 등이 켜져있지 않았던가?
멍하니 앉아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였다.
- 빰빰빠빠 빰빰빠빠 빰빰 빠바 빠빰~♪
- 이번 역은 구일역. 구일역입니다.
-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 This stop is Guil Station. Guil Station.
전광판의 불이 반짝이더니, 이내 익숙한 음악과 함께 안내방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종점을 지나버린 게 아니었단 말인가?
‘구일역? 잠깐만. 구일역이라면.’
술을 먹고 놀러 다니며 자주 오갔던 1호선이지만 구일역이라는 역은 노선도에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오래전에 폐쇄됐었던…… 지금은 폐역인 곳이잖아.’
이한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정확히 16년 전. 구일역을 통과하던 지하철에서 커다란 화재가 발생했었고,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며 지하철 차량과 역 내부를 전부 새까맣게 불태워버렸었다.
사망자만 무려 300명 이상이 나왔던. 한국사에 길이 남은 거대한 사고 중 하나.
그 이후로 분명 구일역은 완전히 폐허가 되어버렸을 텐데.
‘내가 탔던 신도림역 바로 근처가 예전 구일역이잖아. 이게 도대체.’
지하철이 한 바퀴를 돌기라도 했단 말인가? 하지만 어떻게 사람이 한 명도 없을 수 있지?
그야말로 상식적으로 믿을 수 없는 상황.
전광판에서 꿈뻑거리던 ‘구일역’이라는 글자를 멍하니 바라보던 이한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무의식적으로 112를 누르고 전화를 걸었지만.
[서비스 불가능 지역입니다.]
[통화 가능 지역을 벗어났습니다.]
“어?”
휴대폰에 떠오른 안테나 표시에는 커다란 빨간색 X자가 그려져 있었다.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인터넷은커녕 전화조차 걸리지 않았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온 몸에 소름이 솟아오르는 감각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무엇인가가 잘못되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이한의 숨소리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거칠어졌다.
자리에 앉아 후우- 후우- 하고 심호흡을 하며 어떻게든 미친 듯이 뛰던 심장을 진정시킨 뒤, 이한이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달라진 것은 없었다.
계속해서 덜컹거리며 내달리고 있는 지하철, 전광판에 떠 있는 구일역, 창밖에는 여전히 새까만 암흑뿐, 앞칸과 뒷칸 어디를 봐도 사람은 찾아볼 수 없는 이 순간.
‘설마 이상현상이 진짜로.’
지금까지 음모론자들이 이야기하던 것과 굉장히 흡사했다.
하지만 분명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을 텐데.
이상현상은 존재하지 않는, 일종의 집단 정신병이라고 분명 정부에서 이야기했을 텐데.
“비상벨!”
흐려져가는 정신 속, 칸의 끝자락에 비치되어있던 비상 호출벨을 발견했다.
손님은 없더라도 분명 열차를 운행하고 있는 사람은 있을 터.
비상 호출벨을 눌러서 역무원과 통화를 한다면, 적어도 지금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었다.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플라스틱 뚜껑을 열어젖힌 뒤. 새빨간 호출벨을 누르려던 순간.
“……어?”
이한은 비상벨 아래쪽에 놓여진 무언가를 발견했다.
빠릿하게 코팅된 한 장의 종이, 그리고 왠지 모를 검은 무전기.
종이의 앞장에는 커다란 글씨로 이렇게 적혀있었다.
[비상 호출벨을 누르지 마십시오! 탈출이 불가능해집니다!]
[당신은 지금 이상현상 속에 들어와 있습니다.]
[이건 장난이나 음모론이 아닙니다.]
[당장은 안전합니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해당 문서를 끝까지 정독해주십시오.]
[구일역 이상 현상 탈출 수칙서]
[Team LORE]
호출벨을 누르면 안 된다며 경고하는 문구에 이한의 손가락이 멈칫거렸다.
찰나의 순간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던 ‘이상현상’이라는 가능성.
그런데 이런 문서까지 발견되었다는 건, 정말로.
‘내가…… 이상현상 안에 들어왔다고?’
문서의 뒷장을 돌려보니 빼곡이 글자들이 적혀 있었다.
이 구일역을 탈출하는 방법이라는 것일까.
‘괜찮아. 별일 아닐 거야. 안전하다고 하잖아. 괜찮을 거야.’
조심스럽게 그것들을 읽어내려가려던 순간.
- 치직!
옆에 같이 놓여있던 무전기가 작동하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꽤 장난기가 가득해 보이는, 하이톤의 남자 목소리.
- 하아아, 더럽게 재미없어. 아니 왜 구일역에 또 기어들어와야 되는데.
- 수아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냐? 지루해빠진 구일역보다는 다른 이상현상 들어가는게 훨씬 재밌잖아.
- 끝없이 펼쳐진 새빨간 손가락의 바다! 우리 아름다우신 삼순이 아줌마가 떡볶이를 말아주는 분식집! 하다못해 괴이들로 가득 찬 재밌는 곳이 얼마나 많은데!!
- 왜 하필이면 구일역 탐색이냐고. 하…… 지루해. 지루해서 죽어버릴 것 같아. 아니지! 그냥 죽어버릴까? 수아야, 나 그냥 한 3분만 숨을 참아볼까? 아니면 나랑 가위바위보라도 할래? 나 진짜 절대로 안 질 자신 있는데?!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꽤 과묵해 보이는 중성적인 목소리가 대답했다.
- 박 희. 입 다물어라.
- 싫은데? 난 심심한 거 못 견디는 걸 너도 알잖아! 이 끝도 안 보이는 개 같은 지하철을 계속 걷다가는 내가 미쳐서 괴이가 되어버릴……
그 순간, 퍼억- 하고.
굉장히 묵직하고 둔탁한 소리가 일순 들려왔고.
- 응. 닥칠게. 미안.
아무래도 한 대 얻어맞은 것으로 보이는 남자가 이내 조용해졌다.
서이한은 그 무전기를 양 손으로 집어들었다.
‘다른 사람이 있어.’
이 곳에 자신 혼자가 아니었다.
심지어 구일역 이상현상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왠지 모르게 가슴이 벅차올랐다.
온 몸에 힘이 쭉 빠지면서 겨우 진정했던 심장이 다시금 뛰기 시작했다.
지금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은 분명 ‘희망’일 것이리라.
삑-!
이한이 무전기의 버튼을 누르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저기요?”
그러자.
- 오오? 와! 수아야, 방금 너도 들었지? 무전기에서 소리 나지 않았어? 꺄아아! 조난자가 있나봐!! 나 갑자기 흥분되려고 해. 내가 지루하다는 걸 아셨는지 신이 도와주신……
- 조용히 하라고 했다, 박 희. 아아, 들리십니까? 무전기 너머에 누군가 계신다면 응답하세요.
정말로, 대답이 돌아왔다.
“여기 있습니다. 비상 호출벨 앞에서 수칙서라는 종이랑 이 무전기를 찾았어요.”
- 혹시 비상 호출벨을 누르셨습니까?
“아, 아니요. 수칙서에 누르지 말라고 적혀 있어서. 안 눌렀어요.”
- 잘하셨습니다. 저희는 이상현상을 탐색하는 LORE 재단의 사원들입니다. 이제부터 조난자인 당신을 구하기 위해 무전기로 도와드릴 겁니다. 이해하셨습니까?
“예, 예! 이해했습니다!”
-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는 한은 안전합니다. 잠시 진정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우선 성함을 여쭤봐도 될지요.
이한은 자신을 LORE 재단의 사원이라 소개하는 두 명과 함께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그로 인해 알게 된 것들이 몇 가지 있었다.
일단 이상현상은 음모론이 아닌 진짜 실존하는 것이며, 그중 하나인 ‘구일역’에 이한이 들어와 버렸다는 사실.
또한, 그들은 이상현상을 관리, 탐색, 탐구하는 LORE라는 재단의 일원이며, 정기 수색 도중에 마침 운 좋게 이한과 접촉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까지.
- 이한씨는 운이 굉장히 좋은 편입니다. 구일역 이상현상은 생환률이 98%로 굉장히 높은 곳이며, 또한 저희와도 접촉하셨으니 분명 손쉽게 탈출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 수아야, 그게 무슨 소리야? 이상현상에 들어왔는데 어떻게 운이 좋아. 너 그거 기만이다? 유화인가 오혁인가 하는 저 사람이 얼마나 기분 나빠하겠…… 끄아아악!
- ……어찌되었건, 수칙서에 적힌 탈출 방법은 전부 숙지하셨습니까?
“예. 전부 외웠어요. 확실하게요.”
계속해서 이상한 소리를 하다가 과격하게 얻어맞는 남자의 말을 무시한 채, 이한은 이전보다 훨씬 진정된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구일역 이상현상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총 두 가지.
하지만 첫 번째 방법만을 사용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 구일역 이상현상은 열차의 칸이 무한대로 이어지는 특성 탓에, 저희가 직접 만나 도움을 드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 하지만 제 안내에 따라 수칙서대로 행동하시기만 하면 분명 탈출하실 수 있을 겁니다.
- 용기를 가지세요. 이한 씨, 당신은 분명 강인한 사람입니다.
- 탈출에 성공하시면 저희가 찾아갈 겁니다. 이후 간단한 청취에 참여해주시면 보상금 또한 지급해 드립니다.
무전기 너머, 사람의 목소리는 정말로 큰 도움이 되었다.
이한은 수칙서를 챙긴 뒤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일단은 앞으로 칸을 이동하면서 수색하고.”
구일역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그러면서 분실물을 찾으면 된다고 했죠.”
앞으로 나아가면 열차 내부에 분실물이 하나 떨어져 있다고 했다.
보통은 3칸, 늦어도 5칸 안에는 세 종류의 분실물 중 하나가 등장하며. 습득한 분실물이 무엇인지에 따라 해야 할 행동이 갈린다고, 수칙서에는 적혀져 있었다.
[분실물이 ‘검은 서류가방’ 이었을 경우.]
- 가방을 열고, 안에 들어있는 서류철을 꺼내십시오.
- 아무 좌석에 앉아 서류철의 서류들을 전부 꼼꼼히 정독하십시오.
- 서류의 양은 최소 1장, 최대 19장까지 관측되었습니다.
- 서류를 전부 읽었다면 지하철이 구일역에 도착할 것입니다.
[분실물이 ‘분홍색 MP3’ 였을 경우.]
- MP3에 연결된 이어폰을 귀에 꽂으십시오.
- 아무 좌석에 앉아 MP3의 재생 버튼을 누르고 노래를 들으십시오.
- 절대로 중간에 노래를 멈추거나, 이어폰을 귀에서 빼면 안 됩니다.
- 음악이 흘러나오는 3시간 안에 잠에 드십시오.
- 잠에서 깨었을 때 지하철이 구일역에 도착할 것입니다.
[분실물이 ‘리본이 달린 곰 인형’ 이었을 경우.]
- 당신이 처음 정신을 차렸던 칸으로 역행해 돌아가십시오.
- 노란 옷을 입은 여자아이 한 명이 훌쩍이고 있을 것입니다.
- 여자아이에게 곰 인형을 돌려준 뒤, 아이와 함께 좌석에 앉으십시오.
- 아이가 곰 인형을 안고 웃는다면 지하철이 구일역에 도착할 것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참 쉽고 간단한 방법이었다.
아, 물론.
이상현상이라는 살벌한 이름답게 그저 만만하지만은 않았다.
- 서류에 적힌 글을 읽는 도중, 머리가 아프고 숨이 가빠져 오는 증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서류에 뭐가 적힌지는 몰라도 몸이 아파온다던가.
- MP3의 음악은 점점 괴기하고 끔찍하게 변해갑니다.
- 따라서 최대한 빠르게 잠에 드셔야 합니다.
들려오는 음악은 사람의 것이 아니었으며.
- 어떤 이유에서건 여자아이를 울리면 ‘절대로’ 안 됩니다.
- 아이에게는 항상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하십시오.
- 사탕, 초콜릿 등. 아이가 좋아할 만한 소지품이 있을 시 건네주는 것이 좋습니다.
왜인지는 몰라도, 아이가 울게 되면 큰일이 난다는 등의.
굉장히 사소한 문제가 있긴 했다만.
‘그래도 고작 이 정도로 살아나갈 수 있다면……’
어디까지나 목숨에 견줄만한 것들은 절대로 아니었다.
이한은 꼼꼼히 주위를 살피며 앞칸으로 계속해서 나아갔다.
- 근데 난 솔직히 이해가 안 된단 말이야. MP3에서 나오는 그 음악이 진짜 괴기해? 아니, 난 그냥 듣기 좋던데? 그냥 녹음해다가 내 전화 벨소리로 쓰고 싶을 정도로!
- 그 음악이라고도 할 수 없는 비명과 노이즈 덩어리를 듣기 좋다고 하는 건 세상에 너밖에 없을 거다. 이 정신병자야.
- 쓰읍…… 아닌데. 그게 왜 비명이야? 아름다운 교향곡이지. 아아, 거기 조난자님? 만약에 MP3에 당첨되면 진짜 한 번 들어봐요. 한 번 들으면 못 잊을 정도로 좋다니까?
- 다물어라, 희야. 하아…… 죄송합니다, 이한씨. 수색은 어디까지 진행되셨습니까?
무전기가 삐빅거리며 이제는 익숙해진 목소리를 토해냈다.
생환률이 무려 98%나 되기 때문일까.
LORE의 사원이라는 그들은 정말 산책이라도 나온 듯 차분해 보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한의 목소리는 그들과는 달리, 왠지 격하게 떨리고 있었으니.
“분실물을…… 찾은 것 같은데요. 그게.”
-잘 하셨습니다. 어떤 분실물인가요?
“9번째 칸에서 나왔는데요.”
이한이 찾아낸 것은 서류가방도, MP3도, 곰인형도 아니었다.
“액정이 조금 깨진 휴대폰을…… 찾았거든요.”
휴대폰.
그것도 스마트폰이 아닌, 접었다 펴는 형식의 아주 오래된 구형 폴더폰이었다.
이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단 하나 뿐이었다.
이미 수칙서에 적힌 내용을 달달 외웠던 이한이었기에 알고 있었다.
그 사실을 전하자, 무전기 너머에서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 어? 어어? 수아야, 이거.
- 이한 씨. 침착하셔야 합니다. 아직 희망이 있습니다. 휴대폰이 나왔다 한들, 탈출이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그러니까…….
구일역 이상현상의 생환률은 98%.
그리고 살아 돌아오지 못한 2%의 사람들 대부분은 분실물로 이 휴대폰을 발견했다고 했다.
이때의 지침서는 다른 것들과는 적힌 내용부터가 달랐다.
[분실물이 ‘구형 휴대폰’ 이었을 경우]
- 당신이 처음 정신을 차린 칸으로 역행해 돌아가십시오.
- 비상 호출벨 아래쪽, 소화기 뒤편에 종이와 볼펜이 숨겨져 있습니다.
- 종이에 당신과 가족의 인적사항을 기입하십시오.
- 만약 탈출에 실패한다면, LORE 재단에서 유가족에게 위로금과 장례금을 지급할 것입니다.
탈출 이전에 죽음을 준비하게 만드는 내용.
그렇다는 건, 다시 말해 이런 거였다.
무전기 너머의 두 사람이 말했다.
- 만약 최악의 결과를 마주하더라도, 저는 조난자님을 영원히 기억할 겁니다. 예.
- 이한 씨. 혹시라도 남기고 싶으신 유언이 있다면 지금 말씀해주십시오.
재미있음 그런데 설입에서 탔는데 왜 1호선이죠
'이상현상'이 일어나는 세계관이니 상관없지 않음??
미안하다 이제 확인했다... 바로 수정할게 고마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