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 단지에는 몇 년 전부터 유명한 캣맘이 있다. 


아파트 구석구석 어딘가에 고양이 밥이랍시고 접시가 놓아져 있기 시작했는데, 날이 갈수록 접시가 점점 늘아나나 싶더니 지금에 와서는 고양이가 지나갈 법한 곳엔 무조건 그 접시가 있었다. 


그런 캣맘의 노력(?) 덕분일까, 우리 아파트 단지엔 어디서 온 건지 모를 길고양이들이 엄청나게 많아졌다. 


이것이 특히나 고역인 것은, 밤만 되면 이 고양이들이 울어대는 통에 입주민들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마다 욕설이 섞인 고성이 오가곤 했다.


아파트 앱 입주민 게시판에는 이런 캣맘의 행태에 대해 성토하는 사진과 글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올라왔다. 


고양이들은 단순히 밤마다 울어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내 쓰레기장을 덮쳐 쓰레기들을 다 헤집고 다니거나, 그 특유의 번식력으로 매일같이 못 보던 새끼 고양이들이 줄지어 다니곤 하는 것이다. 


다만, 이런 주민들의 성화가 그저 이런 게시글에서만 머무는 이유가 있었다. 


아무도 그 캣맘을 실제로 마주친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주민들이 자진해서 단지 내 순찰도 돌아보고 입주자 회의에 건의하여 단지 내 설치되는 CCTV 갯수도 늘려봤지만, 아무도 그 캣맘을 발견하지 못 했고, 심지어 CCTV에서도 증설한 날 딱 하루만 어렴풋이 접시를 놓고 가는 장면이 찍힌 이후로는 한번도 발견되지 않았다.


내가 사는 곳은 이 아파트의 4층이었다. 


나 역시도 비교적 저층에 속한 세대기 때문에 밤마다 울리는 고양이 울음소리의 직접적인 피해자이기도 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고양이 울음소리가 점점 커지고 다양해지는 것 같았다. 


한번은 유난히 시끄러워서 새벽 3시쯤인가 창문 밖을 내다본 적이 있었다. 


그 때, 처음으로 본 것 같다. 


우리 아파트를 불면의 구렁텅이로 몰아간 그 캣맘이 고양이들과 함께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건너편 세대에서도 군데군데 창문으로 내다보는 모습이 보였다.


지금 아니면 따질 기회가 없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 나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나와는 비교도 안 되는 결단력을 가진 다른 주민이 이미 아파트에서 빠져나와 그 캣맘에게 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캡모자를 푹 눌러쓰고 성큼성큼 걸어가던 그 남자의 발걸음에는 딱 보기에도 분노가 서린 듯 했다.


그 남자는 캣맘에게 다가가 뭐라고 대화를 하는 것처럼 말을 주고받는가 싶더니 갑자기 캣맘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는 캣맘이 건네준 고양이 한 마리를 안은 채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일련의 상황이 황당해 고개를 갸웃하다가 건너편 세대에서 창문으로 내다보고 있던 다른 이웃과 눈이 마주쳤고, 그 이웃 역시 황당하긴 매한가지인 듯 나를 보며 어깨를 들썩였다.


"아까 캣맘하고 대화하셨던 분이요, 캣맘이랑 무슨 대화 하셨길래 그냥 들어가신거에요?"


입주민 게시판에 곧바로 아까 상황에 대한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번이야말로 그 캣맘을 저지할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였기에 다들 그 모자 쓴 남성이 총대를 메고 입주민을 대표해 한마디 해줄거라 기대했었을 것이다. 


그랬기에 겨우 몇 마디만 나누고, 심지어 캣맘이 건네주는 고양이 한 마리까지 받아 들고는 그냥 들어가버리는 모습은 입주민들에게 수많은 질문거리를 던져준 셈이 되었다.




캣맘과의 조우가 있은 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 때까지도 그날 일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글은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정작 당사자인 그 남자는 어떠한 글에도 답변을 하거나 스스로 해명글을 올리지 않았다. 


일부 성격 급한 입주민이 직접 그 남성의 집을 알아내 찾아갔지만, 집에서조차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나 역시도 나름대로 이유가 궁금했던지라 알아본 덕에 이 남성은 건너편 아파트 12층에 살고 있으며, 몇 년 전까지 홀어머니를 모시고 지내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론 쭉 혼자 지내고 있던 30대 후반 정도의 남성이라는 것까지는 알 수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저 혼자만의 궁금증 때문에 알아본 것들을 일부 공유했을 뿐인데 정신 차리고보니 내가 우리 아파트 입주자 회의 회장이 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나에게 이 캣맘의 정체와 그 남자가 그냥 돌아간 이유를 밝혀주길 기대하고 있었다. 


그 부담스러운 자리를 몇번이나 한사코 거절했었지만, 입주민들은 일심단결하여 나를 추대하고 설득하였다. 


결국 나도 이 아파트에 사는 입주민의 한 명인 이상 어찌됐든 몇 년을 이어온 이 고통을 끝내야 했기에 받아들이게 되었다.


회장으로서 내가 가장 처음 한 것은 입주민들을 단속하는 것이었다. 


일전에 한 입주민이 그 남자를 찾아갔던 이후로 종종 다른 입주민들이 그 남자 집 앞에서 고성을 지르며 따지거나 문을 파손시키려 했던 사례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입주자 게시판을 통해 이 시간부로 절대 그 남자의 집에 함부로 찾아가지 말것을 당부했다.


이후 자원을 받아 조를 짜서 아파트 내부를 순찰하도록 하였다. 물론 이 순찰조에는 나 자신도 포함이었다. 


회장으로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거니와 무엇보다 나야말로 이 모든 것들이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혹시라도 그 때처럼 캣맘을 마주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밖에도 입주민들에게 협조를 받아 고양이 먹이 접시가 보이는 족족 수거하여 처분하도록 하였다. 


이는 이미 일전에도 시도된 적 있었던 조치였지만 단편적인 조치였던데다 오히려 이 조치 이후 놓여지는 접시가 더 늘어나면서 캣맘을 자극시키지말자는 취지로 중단되었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 아파트는 '캣맘 퇴치'라는 기치 아래 일치단결하여 움직이도록 의견이 모아진 상태였다. 


이 조치야말로 캣맘에게 직접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조치였기에 우리는 이전보다 더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고작 하루 만에 단지 내 흉물처럼 놓인 고양이 접시를 거의 다 수거할 수 있었다. 우리는 합심하면 하루만에 처리할 수 있었던 일을 그동안 말로만 떠들고 있었던 것에 대해 자조 섞인 농담을 하며 후련한 기분을 공유하였다.




결과론적인 것이지만, 내가 회장이 된 후로 아파트의 골칫거리가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는 상황에 대해 게시판에서 나에게 찬사를 보내는 걸 보며 자못 뿌듯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정신없던 하루를 마무리하고 귀가하던 길이었다.


내가 사는 동 앞 현관에 누군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 날 이후 다시는 보지 못했던 12층 남성이었다. 


나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서둘러 그의 앞에 다다랐다. 일주일 만에 나타난 그는 척 보기에도 굉장히 수척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치 모든 생기가 빠져나간 사람 같았다. 그는 내가 기척을 내자 죽은 눈으로 날 돌아보았다.


"선생님...12층 선생님 맞으시죠? 그 때...그 캣맘이랑 대화하셨던."


"......"


"...선생님?"


"......웠어요?"


"예?"


"접시요.......왜, 치웠냐고요."


일주일 만에 나타난 이 남자는, 그 때 고양이 때문에 분노하며 나왔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초췌한 얼굴로 생각지도 못한 반문을 해오고 있었다.


"입주민들 모두가 불편해하시니까요. 선생님도 그 때 이런 것들이 불편해서 나오셨던 거 아닌가요?"


남자는 문득 내 눈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이내 품 속에서 무언가를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의 품 속에서 나온 것은 다름아닌 갓 태어난 듯한 새끼 고양이였다. 그는 그 새끼 고양이를 꺼내더니 나에게 건넸다.


"선생님, 이 고양이는 뭔가요? 감사하지만, 저는 고양이는 안 키웁니다. 이미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고 있어요."


내가 정중히 거절하자 남자는 그 새끼 고양이를 든 채로 정지된 듯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다시 고양이를 품 속에 넣었다. 그러고는 그때처럼 꾸벅 인사를 하더니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비틀거리며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나는 왜인지 그런 그의 뒷모습을 넋이 나간 듯 쳐다보고 있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는 집으로 들어갔다.


현관에 들어선 후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했는데 엘리베이터가 고장나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내일 날이 밝으면 업체에 연락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계단을 올랐다. 다행히 4층 정도라 계단을 오르는 것도 그리 부담되지 않는 층수였다.


그렇게 계단을 오르는데 문득 어디선가 어렴풋이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순간 얼어붙는 듯 계단을 오르는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이미 올라온 계단도 내려다보고, 앞으로 올라갈 계단도 올려다 봤지만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이 일자체에 너무 몰두한 탓에 헛것을 듣는 것일 지도 몰랐다. 


나는 간단히 고개를 흔들고는 다시 계단을 올랐다. 하지만 층을 오를 때마다 계속해서 고양이 소리가 들렸고, 나는 점점 공포를 느끼며 계단을 오르는 걸음을 서둘렀다.


그리고 아파트 비상계단을 빠져나와 복도로 들어섰을 때, 나에게 아까부터 점점 고조되던 공포감이 기어코 폭발하듯 터지는 것을 느꼈다. 비상계단에서부터 집까지 이어지는 복도 위에는 길고양이들로 가득 했다. 


그것들은 내가 들어선 것은 신경쓰지 않은 채 드러누워 있거나 딴짓을 하며 널부러져 있었다. 나는 섣불리 발을 뗄 수 없었다. 


문득 다시 되돌아 내려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등 뒤의 비상계단 아래서부터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깨닫고 그러기를 그만두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크게 심호흡을 하고 달리듯 빠른 걸음으로 고양이들을 피해 집까지 걸었다. 


중간에 몇번이고 그것들을 밟을 뻔 했지만 가까스로 피해가며 겨우 집까지 도달했다. 집까지 도달했을 때는 이미 내 온 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은 여느 때처럼 조용했지만 이미 수많은 일들을 겪고 와서인지 괜히 을씨년스럽게 느껴졌다. 중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그 을씨년스러운 느낌은 확신이 되었다. 

원래 내가 중문에 들어서면 항상 내가 키우던 강아지가 달려와 반기는 모습이 익숙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두운 거실 뿐 달려오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등 뒤로 시린 느낌이 스쳤다.


"시, 시로야...?"


떨리는 목소리로 강아지를 불러보았지만 되돌아오는 반응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내 소리를 듣고 기다렸다는 듯 굴러오는 것은 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시로의...


"시로야!"


나는 시로의 일부분을 붙잡고 엎드려 오열했다. 


그 때 내 머리맡에서 소리가 들렸다.




야옹...




붉게 충혈된 눈으로 고개를 들었을 때, 눈 앞에 캣맘이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