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람 중에 강박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적어도 난 있다. 꽤 심하다. 그런데 말을 안 하면. 그냥 이상한 사람. 이 정도로만 인식된다. 그래서 아무도 모른다. 내가 겪는 이 ㅈ 같고 ㅈ 같은 불편함을.


내가 가진 강박은 크게 두 가지. 두 가지다. 꽂히는 모든 걸 짝수로 맞춰야 한다는 강박. 그리고 어떤 소리든. 들리면 반드시 확인해야만 안심이 되는 강박. 글이 이상하게 보인다면. 미리 사과하겠다. 사실. 똑같은 글을 두 번 쓰고 지운다. 사실 똑같은 글을 두 번 쓰고 지운다. 이해했으면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참을 수 없다. 그러니 글의 가독성과. 집중력이 떨어져도. 부디. 양해 바란다.


도시에선. 매 순간이 불협화음이었다. 예를 들면. 전등을 켜도. 한 번 더 껐다가 켜야 직성이 풀린다. 깜빡. 깜빡. 두 번보다는 네 번이 제일 마음이 편하다. 깜빡. 깜빡. 깜빡. 깜빡. 그래서 4번 한다. 깜빡. 깜빡. 깜빡. 깜빡. 냉장고 문 여닫을 때도 마찬가지다. 한 번만 열면 안 된다. 최소 두 번. 가능한 네 번. 길을 걷다가도 발소리가 인식되면 거기서 멈춰서 다시 발을 맞춘다. 최소 두 번씩. 가능한 네 번씩. 네 번씩. 귀에서 홀수 소리 들리면 맥박이 헛도는 기분이라. 숨이 잘 안 쉬어진다. 그럴 땐 호흡한다. 두 번씩. 가능한 네 번씩. 네 번씩. 네 번씩. 네 번씩. 후하. 후하. 후하. 후하. 후하. 후하. 후하. 후하.


사실 가장 피곤한 건 두 번째다. 짝수로 맞추는 강박 중. 무언가 소리가 들리면 무조건 확인해야 한다. 무조건. 위층에서 뭐라도. 예를 들어 쿵!쿵!쿵!쿵! 하고 밤에. 루틴을 하는데 위에서 뭔가 소리가 났다 싶으면. 안 올라가면 안 된다. 참아봐도 안 된다. 참아봐도 안 된다. 시간은 벌 수 있으나. 절대. 이걸로 이웃과 크게. 문제가 된 적이 많다. 부엌에서 철컥 소리 나면. 가서 가스레인지 다 돌려봐야 하고. 창문 다 열었다 닫아야 한다. 냉장고도. 밤에도. 아침에도. 이 루틴 때문에. 지각한 적이 너무도 많다. 확인하느라.


이러니 서울 살면서. 버티는 게 말이 안 됐다. 여긴 소리가 너무 많다. 그래서 결국 모든 걸 정리하고. 오지 외딴 산자락에 있는 시골집 하나 구했다. 유배 아니냐고? 맞다. 그런데 어쩌겠냐. 도로도 없고. 차도 잘 안 다니고. 위아래옆. 위아래옆으로 이웃도 없고. 여기서라면 나도. 좀 살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여기는 공기가 심하게 얇다. 숨을 들이마시면. 폐가 아니라. 코에서만. 머무는 기분. 그래서 여유 대신. 한숨만 늘어난다. 내가 말하기도 그렇지만. 여기 아래 있는 마을 사람들은. 좀 아파 보인다. 어찌. 다 나 같은 사람만. 사는 것 같다. 모든 문을 잠그고. 밖에 못 질을 해둔다. 못 질을 해둔다. 이유도 말 안 해준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신의 기운. 그래도. 오늘은 네 번째 밤. 짝수라서 마음은 조금 놓였다. 짝수. 아니다. 불편하다. 뭔가 자꾸 음산한 느낌이. 스멀스멀 파고들어서. 스멀스멀. 그냥. 여기 와서. 며칠 지내보니 그렇다. 그럴 때면. 나는 발자국을 확인한다. 발자국 자국. 발자국 자국. 발자국 자국. 발자국 자국. 혹시 몰라 돌아보면 아무도 없다.


시간. 밤 열두 시. 모든 강박 행동을 끝마치고. 벽을 네 번 두드릴 준비를 했다. 마지막 루틴이다. 여기는 메아리가 없다. 그래서 네 번만 들리면 끝이다. 끝이다. 깔끔하다. 그게 좋아서 이 집을 골랐다. 쿵!쿵!쿵!쿵! 조용하다. 좋다. 이제 드디어 자면 된다. 자면 됐다. 그런데 이어서. 찢어질 것 같은 비명소리가 들렸다. 말 그대로. 찢어질 것 같은 비명소리! 비명소리! 비명소리! 비명소리! 비명! 비명! 비명! 비명!


세상 소리가 아닌. 무서운. 살을 파내는. 비명소리에. 손이 덜덜 떨리고. 뒷골이 얼얼하다. 숨이 턱 막히고. 가슴이 미친 듯이 쿵쿵쿵쿵! 쿵쿵쿵쿵! 뛴다. 야생동물도. 그냥 사람 소리도. 절대! 아니다. 찢어지는. 분명 인간이 아닌. 무언가가. 밖을 휘젓고 다니는 소리다. 방금도! 방금도! 들렸다! 분명히! 분명히! 눈앞이! 흐리고! 손끝이 저린다. 덜덜. 덜덜. 덜덜. 덜덜. 덜덜덜덜. 덜덜덜덜. 덜덜덜덜. 덜덜덜덜. 그런데. 이 순간 가장 끔찍하고! 거지 같은 것은! ㅈ 같은 강박 때문에. 내가! 글을 쓰지 않으면! 나가거나! 계속 벽을 칠 수밖에 없다는 거다! 쿵!쿵!쿵!쿵! 쿵!쿵!쿵!쿵! 쿵!쿵!쿵!쿵! 쿵!쿵!쿵!쿵! 그 소리에 비명이 점점 더 가까워진다! 비명! 비명! 비명! 비명! 가까워졌다! 바로 앞이다! 바로 앞이다! 바로 앞이다! 바로 앞이다!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이제! 확인해야 한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뇌가 경고한다! 머릿속에서! 사이렌이 울린다! 확인하러 가면! 죽을 거다! 분명! 확실하게! 확실하게! 확실하게! 확실하게! 나는! 나는! 나는! 나는! 피할 수 없다! 없다! 없다! 없다! 간다! 간다! 간다! 간다! 저 어둠 속! 밖에서! 비명이! 여전히! 들린다! 들린다! 들린다! 들린다! 글! 여기서 멈춘다! 한계다! 문까지 네 걸음! 확인하고 바로 온다! 온다! 연다! 연다! 연다! 연다! 돌아올 수 있으면! 있으면! 두 번! 아니 네 번! 쓸 거다! 경찰! 경찰! 경찰! 경찰!


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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