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면 이해할 수 있을까.

아니, 너는 이해하지 못할 거야.

이걸 아직 먹지 않았다면. 아직 그걸 입에 넣지 않았다면.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멈춰.

도대체 언제부터였는지 몰라,

처음 그 상자가 도착했을 때부터였던 건지도 몰라.

우리 중 누군가가 가장 먼저 그것을 열었을 때,

모두가 함께 숨죽였지. 배고팠고, 긴장이 극에 달한 상황이었으니까.

그러니까그건 정말이지 아무렇지 않은 보급품처럼 보였어.

 

 

근데 말이야,

이상하게 안심이 됐어.

이상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었겠지.

하지만 우리 중 누구도 입 밖에 꺼내지 않았어.

먹을 게 생겼다는 사실이 우리의 의심보다 앞섰으니까.

무언가에 의존하게 만드는 건 늘 그런 식이지.

처음엔 도움 같고, 곧 권리가 되고, 나중엔 습관이 돼버려.

그래서 우리도 모르게, 그 보급을 기다리게 됐어.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그 안에 들어 있던 건 단순한 식량이 아니었어.

정말로 우리를 살리기 위한 게 아니었어.

그건 계속 받게 해주겠다는 약속의 형태였고,

사실은 그 자체가 조율된 침투였어.

매번 조금씩 다른 맛, 다른 향.

그 차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무도 말하지 않았어.

하지만 우리 몸은 말했지.

그걸 하루라도 놓치면 손이 떨리고,

밤마다 이명이 들리고,

가끔, 진짜 중요한 이름을 까먹었지.

 

 

 

 

미묘한 변화가 먼저 시작됐어.

한 명이 말수가 줄어들었고,

한 명은 어두운 데서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어.

그리고 또 한 명은 무언가를 매일 땅에 묻더라고.

질문했을 때 돌아온 대답은 그랬어.

잠들기 전에 고백하는 거야. 나를 위해.”

그 말이 대체 무슨 뜻인지,

그때는 그냥 농담인 줄 알았지.

 

 

 

먹는 걸 멈출 수 없었거든.

단지 배가 고파서가 아니었어.

어느 날부터인가,

먹지 않으면 내가 내가 아니게 되는 기분이었어.

식량을 삼키는 게 아니라

그걸 통해 스스로를 유지하는 느낌.

그게 우리의 일부가 되었어.

정확히 언제였는지 몰라.

하지만더는 되돌릴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건 꽤 늦은 뒤였어.

 

 

 

 

혀끝에서 퍼지던 익숙한 단맛.

너도 기억나지?

그건 분명 너도 먹어봤던 맛일 거야.

달콤하고, 쫀득하고,

입 안에 맴도는 그 감촉이 무섭게 생생한.

하지만 문제는,

그 맛이 익숙했던 이유를 우리가 외면하고 있었다는 거야.

익숙하다는 건,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데도

익숙하다는 건,

우리 안에 그걸 기억하는 무언가가 있었다는 뜻이었으니까.

 

 

 

 

있었던 거야.

우리가 먹었던 것들 안에.

우리 말고도 누군가가, 어딘가가,

함께 들어 있었던 거지.

우리 중 한 명이 그런 말을 했었지.

이건 음식이 아니라$%@”

그 말을 듣고 다들 웃었지만

지금은 웃을 수가 없어.

 

 

 

다들 알고 있었던 거야, 사실은.

그 보급이 오고 나서 사라진 사람들.

불침번에 서 있던 애가 다음 날 이름을 기억 못했을 때.

식사 중에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울던 애가

다음날 무표정하게 자기 손가락을 깨물고 있을 때.

그 전부가, 그 상자가 왔을 때부터였다는 걸. 그건 생존이 아니라 순응이었고,

자유가 아니라 길들여진 안정이었어.

우리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자기 일부를 포기하는 법을 배웠고,

그건 아주 정중하고, 느리고, 조용한 멸종이었지.

그러니까

네가 지금, 마지막 한 조각을

집어들기 전에,

네가 먹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너를 삼키고 있는 거야.

한 번의 포만감이

네게 하루의 안심을 주는 대신,

하루치의 너를 대가로 가져가고 있다는 걸

이제서야 알아버렸어.

너도곧 잊게 되겠지.

너 자신이 누구였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