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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부터 말씀드려야할지 모르겠네요."


모두 방 안으로 들어온 것을 확인한 성주가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일단 이새끼... 이새끼라고 해도 되나요?"


"섣부른 판단은 좋지 않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알아본 바로는 매우 적합한 지칭입니다."


"...네. 어쨌든. 들어간 사이트를 차례대로 복구해봤습니다."


"어? 그게 돼요?"


서윤의 질문에 직접 보여준다.


"컨트롤, 시프트, 그리고 T. 이렇게 동시에 누르면 직전에 닫혔던 창들이 그대로 열려요.

심지어 크롬을 주로 사용하면서 구글 계정 로그인까지 시켜놔서 자기가 방문했던 곳들의 계정까지 다 저장되어 있어요."


"그래, 그래. 잘은 모르겠지만 다 살펴볼 수 있다는 이야기지? 그래서 뭘 찾았기에 입에서 단박에 새끼가 튀어나왔을까?"


"이거 보세요."


성주는 사이트를 하나하나 보여주었다. 온갖 괴담사이트에 남긴 글과 댓글들.


"도깨비 만드는 법, 나홀로 숨바꼭질, 분신사바 현대버전... 뭐 별 글들을 다 남겼는데, 그건 그렇다치고 댓글이 가관이에요.

누가 위험한 방법이라고 하거나 하지말라고 하면, 여러 계정으로 조리돌림하고 자긴 문제 없었다는 식으로 여론몰이도 했어요."


"이게 다 같은 사람이 쓴 댓글입니까? 아이디가 모두 다른데?"


"저장 되어있는 계정 정보가 여러개더라구요."


"허. 사람들에게 귀신 부르게 하려고 아주 별 짓을 다했구만."


보살의 말에 성주도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런 것도 있어요. 죽고 싶다는 글을 쓴 사람에게 연락해서 쪽지를 주고 받았는데, 이거 보세요.

대화의 방향이 위로해주는 척 하면서 사람을 점점 더 몰아넣고 있어요. 어떤 건 죽는 걸 응원하기도 하고."


"뭐야, 이건. '목을 매달면 많이 아플까요?'라는 쪽지에 '시험삼아 해봤는데 그렇게 아프진 않아요'라고 답장을 보냈네?

'수면제를 많이 먹으면 편하게 잠들 듯 죽을 수 있다'... '사실 망한 인생은 노력해봐야 망한채로 살더라'. 허. 미친놈이네?"


쪽지를 하나하나 읽어보던 서윤이 결국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이것도 보세요. 학교에서 괴롭힘 당한다고 답답하다는 글에 뭐라고 댓글을 달았나."


-혼자 죽는 건 억울하니 최대한 같이 죽는 방법을 생각해야지. 한명이라도 더 데려가야 덜 억울할 것 아니야?

-혹시 죽는 게 무섭다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널 죽이겠다는 말이 아니라 괴롭히는 놈들을 처리해 줄 수 있다고.

-무당한테 살을 날리는 방법을 배웠거든. 나도 시험해보고 싶긴 해. 해볼래?


"미친 새끼네?"


"지금 여기저기에 다 이런 식으로 어그로를 끌고 다녔어요."


서윤의 입에서 욕설이 나오기 직전, 보살이 타이밍 좋게 질문을 던졌다.


"혹시 왜 그러고 다녔는지, 자기 진짜 생각이나 목적이 뭔지는 없나?"


"글쎄요. 일단 이정도로 찾아본거라서..."


"보살님. 도서관에서 일기장 찾는 식 아니겠습니까? 그 일기장이 진짜 있는지도 모르고요."


"시간이 걸린단 말이지? 흠. 그럼 아예 이 컴퓨터를 들고 가자. 집에서 천천히 찾아보면 되겠지."


"보살님? 절도입니다? 신고 당하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그들이 편법을 동원하여 들어왔다지만, 물건을 들고 나가는 순간부터 법에 걸리게 된다.


"흠... 그러고보니까 여기가 월세였지? 세입자가 사망했는데 그동안 월세는 어떻게 받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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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훈이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한낮이었다. 왠지 긴 꿈을 꾼 것 같았지만 내용은 기억나지 않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이렇게 숙면을 취한 것은 오래간만이었다.

잠시 기억을 되돌려본다. 자신이 왜 여기서 자고 있는지에 대하여. 아니, 그 전에 여기가 어디지?

화들짝 일어난 후에야 자신이 소파에 누워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어, 일어났다."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입안에 무언가를 가득 넣고 자신을 바라보는 성주와 눈이 마주쳤다.


"이성주 병장님?"


"대체 그 병장님 소리를 언제까지 할거야? 그냥 형이라 불러."


"아니... 입에 붙어서..."


그러자 성주 맞은편에서 후룩거리는 소리와 함께 서윤이 고개를 든다.


"와. 정말 라면 끓이니 일어났네. 라면 냄새에 일어난건가?"


"이리와. 배 안고파? 아무리 기절을 했어도 12시간을 넘게 기절하냐."


"원래 신을 잘못 들이면 그래요. 아직 그걸 컨트롤 할 능력이 안되는거지."


"아, 그래요? 그럼 서윤씨도 기절하고 그랬었어요?"


"전 기절은 아니고, 그냥 기억 삭제 정도?"


둘이 대화하는 것을 듣다가 문득 집안에 둘 뿐인 것을 깨달았다.


"어? 법사님하고 할머니는요?"


"처리할 일이 있다고 나가셨어. 야, 그 본부 신병 제대로 미친 놈이더라."


"네? 누구요?"


"기억 안나? 우리 부대에 있을 때 본부로 갔었던 신병 있잖아. 아, 너한테는 신병이 아닌가? 어쨌든.

너도 기분 안좋다고 했던 애. 걔가 완전 미친 놈이더라고."


"어... 갑자기 지금 그 이야기가 왜 나옵니까?"


자신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재훈을 보며 의아해하다가 젓가락으로 열심히 라면을 흡입하고 있는 서윤에게 물어본다.


"얘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겁니까?"


"아마 성주씨보다 모를걸요. 재훈씨 여기 처음 내려온게 성주씨랑 내려온건데. 그나마도 중요한 이야기 나눌 때 자고 있었잖아요."


"허. 여기 앉아봐라. 형이 지금부터 썰을 풀어줄게."


"어..."


애매한 대답을 하며 식탁 의자에 와서 앉자, 성주가 물어본다.


"왜?"


"그, 제가 생각보다 나이가 많아서..."


"알아. 너 스물 넷이잖아?"


"어... 네."


"네가 나보다 두 살 어려. 아, 혹시 그래서 형이라고 못 부르고 자꾸 병장님 병장님 그랬던거야? 너보다 어리다 생각해서?"


아무말 못하는 재훈을 보며 박장대소를 했다.


"와, 그 와중에 그래도 나한테 말은 안놨네. 하하하하."


"성주씨는 일단 남은 거부터 다 먹어요. 내가 이야기 해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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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좀 괜찮아요?"


"네..."


준수 어머니가 조용히 대답한다. 예전 서윤이에게 날을 세웠던 모습에 비하면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절 도와주셨다고..."


"뭐, 탐탁치는 않겠지만 내 나름대로는 사람 살리겠다고 해봤어요."


"감사합니다..."


기운이 빠져있는 것인지, 회복이 온전히 되지 않은 것인지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힘내요. 기운 차려야지. 진부한 표현이지만 산사람은 살아야해요. 알지?"


그 말에 준수 어머니가 조용히 흐느낀다.


"자식 잃은 슬픔이야 내가 다 헤아릴 수 없지만, 어머님의 삶이 끝난 게 아니야.

포기하면 안됩니다. 알죠? 성경에 나오잖아. 하나님 믿고 앞으로 나아가야지."


그러자 한참을 울던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혹시. 내가 부적을 찢지 않았으면 우리 애는 살았을까요?"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에요. 저도 모르게 부적을 흘릴 수도 있는 노릇이고.

아니면 내 부적이 엉터리라서 효험이 없었을 수도 있고. 결과에 과정을 끼워 맞추지 말아요.

자기 자신을 탓하고 좀 먹어봐야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으니."


"그렇게 많이 기도하고 봉사했었는데..."


"그래서 우리를 보낸 것일 수도 있지요. 하나님은 어떤 형태로든 오실 수 있다면서?"


"..."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오신 거죠?"


"어머님이 다시 한번 힘을 써줬으면 하는게 있어요. 꼭 알아봐야하기도 하고."


"어떤거요?"


"혹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대상으로 실제 거주하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을까 해서."


"네?"


"그냥 추측이긴 하지만... 아파트에서 안좋은 선택을 한 사람들이 더 있을 수 있어요.

투신은 그저 일부분일 수도 있어서 좀 더 면밀하게 살펴봐야하는데,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확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


"물론 다른 사고사례가 나오면 집값에 안좋은 영향을 끼치긴 하겠지만..."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실제로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지, 비어있더라도 어떤 사유가 있는지 알고 싶으시다는 거잖아요?"


그녀의 말에 보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게 알고 싶은거지요."


"...관리소장님한테 연락해볼게요. 결과가 나오면 따로 연락드리면 되는거죠?"


"그러면 고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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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저녁. 서윤의 집에서 재훈을 속성으로 가르치던 보살의 핸드폰이 울렸다.

한참을 통화하던 보살이 전화를 끊고 심각해하고 있자, 성주의 옆에서 컴퓨터를 들여다보던 법사가 모두를 대신하여 물어보았다.


"무슨 일입니까?"


"여기 동대표님이 일을 잘하네."


"네?"


"그 죽은 학생의 어머니. 일을 잘한다고."


"아뇨, 그건 알아들었어요. 왜 그런 표현을?"


"어제 낮에 말한 직후에 바로 창문 청소업체를 수배해서 베란다 창문 청소를 실시했다는군."


"그 많은 세대를 다 훑어봤단 말입니까?"


"아니. 차량을 등록한 세대들 중에서 오랫동안 입출기록이 없는 곳이 많은 곳부터."


"아... 만약 집안에서 누가 쓰러져있거나 하면 인부들이 발견할 수 있고, 119에 신고하면 강제로 문을 따고 들어갈 수 있으니까... 흠."


"일 잘하지?"


"그렇네요. 그런데 왜 그렇게 표정이 심각하십니까?"


"고작 오늘 하루, 아파트 한 동을 청소하는 중인데 벌써 신고가 다섯 건이나 들어갔단다."


그러자 모두의 표정이 보살과 똑같이 심각해졌다.